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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이주의 역사와 원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7 조회수2,057 추천수0
[김명현 신부의 사회교리] 이주의 역사와 원인


이주는 영화에서 보는 집시들의 낭만적인 생활과 거리가 멀다. 이주는 정착해 있던 삶의 자리를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기에 이주자는 자신이 누리고 소유하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고달픈 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이주를 선택하였고 이로 인해 역사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다면 인류의 이주역사와 그 원인을 한 번 살펴보자.


1) 인류의 역사와 이주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삶의 자리를 이동하는 생활을 해왔다. 수렵채취 생활을 하던 선사시대 인류가 삶의 자리를 옮겨간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었다. 고대인들은 한 지역에서 자신들의 삶을 꾸려가다가 자연재해나 식량이 부족할 경우 더 나은 지역을 찾아 떠나야만 했다. 유목민들은 풀을 찾아 일정한 루트를 따라 이동하며 생활한 반면, 농경민들은 일정한 지역에서 정착 생활을 하였다. 농경민들도 부족 간의 분쟁과 전쟁, 그리고 자연재해 때문에 삶의 자리를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 삶의 자리를 옮겨가는 이주는 익숙해진 환경을 버리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이주자들에게 안겨줄 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이주는 인류의 삶과 역사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대규모 이주로 인하여 인류 역사에 큰 변화를 가져온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게르만족의 대이동이다. BC 1000년경부터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독일, 발트해 연안에 살던 게르만족은 오랜 기간에 걸쳐 라인강 동쪽과 도나우강 북쪽, 그리고 흑해 북안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375년 대초원과 아시아 일대에 살던 유목기마민족인 훈족이 자신들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서진을 시작하였다. 훈족에 긴 게르만족이 유럽의 북, 서, 남쪽으로 대거 이동하게 되었고 로마제국의 영토로 밀려 들어갔고 쇠약해진 서로마는 이들을 막아내지 못하여 476년 멸망하였다. 이로 인해 서구유럽의 로마중심 질서는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다. 게르만족의 이동은 6세기까지 지속되었는데 이들의 이동은 유럽의 정치, 문화, 종교 등 모든 분야의 지형 변화를 가져왔으며, 새로운 시대 중세를 열게 되었다.

근대에 있어서 대규모의 이주는 산업혁명과 함께 발생하였다. 산업혁명은 생산의 혁신적인 성장과 도시의 발전을 가져왔으나, 농촌은 더욱 피폐해지게 되었다. 산업혁명은 산업의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지만 그 혜택은 소수만이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과 기근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대륙이주와 대서양 횡단 이주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산업화된 도시 인근에는 가난한 이주자들이 살게 되었는데 1985년 런던의 극빈자들이 사는 지역인 샤프론 힐에는 약 2,000여 명의 이탈리아 이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19세기 후반에는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향한 대규모 이주가 발생하기 시작하여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유럽인들과 아세아인들이 대규모로 아메리카로 이주하였으며, 최근에는 1989년 동구의 민주화, 1992년의 보스니아 내전과 제3세계의 내전이 대규모 이주를 발생시켰다. 아울러 1996년 FTA체제가 출범한 후 현재까지 지구촌에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주를 하고 있다.


2) 왜 사람들은 이주하는가?

왜 사람들은 고달픔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주를 선택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이주를 선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기아와 전쟁, 그리고 천재지변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으면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인간은 이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농촌에서 생활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해 왔다. 이들이 정든 고향을 버리고 도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서였다. 즉 농촌보다는 도시의 삶이 윤택하리라는 생각,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도시에 대한 동경 등이 농촌사람들을 도시로 이주하게 만들었다. 실상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변화도 원치 않을 것이다.

반면 현실의 삶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무언가의 변화를 원할 것이며, 그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면 마침내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이주를 실행하게 된다. 결국 사람들이 이주를 선택하는 것은 현재 주어진 곳에서 살면서 느끼는 불편과 고통보다 새로운 이주지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희망을 이룰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서 현재 자신이 사는 곳에서 느끼는 만족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실현 정도가 비록 고통과 어려움을 겪어야 하지만 이주를 통해 실현할 가능성이 더욱 높을 때 이주를 선택하게 된다.

이주를 선택하게 만드는 희망(혹은 욕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기아와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정치적으로 억압받는 사람들은 정치적 자유를 위해,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들은 평화를 찾아서,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들은 경제적 풍요를 찾아서 이주를 선택한다. 이주를 선택하는 이유 중에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녀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이주를 선택하는 것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치열한 입시가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3) 이주의 형태

이주의 형태는 지역적으로 구분하자면 국내이주와 국제이주가 있다. 본고에서는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주거지를 변동하여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국제이주를 주 대상으로 삼아 기술하고자 한다. 비록 국경을 넘지만 일상적인 거주 지역을 변경하지 않는 이동(예를 들면 여행, 휴가, 방문, 사업, 치료, 종교 순례를 목적 등)은 국제이주로 분류하지 않는다.

시간에 따라 이주를 장기이주과 단기이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국제연합의 기준에 따르면 장기이민은 영구정착을 위한 영구이주를 포함하여 일상거주지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최소한 1년 이상 거주하는 사람을 지칭하며, 단기이민은 최소한 3개월 이상 1년 이하 거주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그리고 이주하는 단위에 따라 개별이주(노동이주, 유학, 결혼이주 등 개인이 국경을 넘어 거주지를 바꾸는 것), 가족이주(가족단위로 국경을 넘어 거주지를 바꾸는 것), 집단이주(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민족 또는 부족 등이 집단으로 이주하는 것)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또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주하는 합법이주와 밀입국, 인신매매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국경을 넘는 불법이주, 이주민의 전문기술과 투자의 유무에 따라 비숙련 이민과 기술이민(사업 또는 투자 이민 포함)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 이주 목적에 따라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는 노동이주, 결혼을 통해 이주하는 결혼이주, 학업을 위한 유학, 정치적 이유에서 이루어지는 망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이주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4) 결론

인류의 역사는 이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이주는 인류의 운명이 아닐까? 강력한 힘을 보유한 민족은 정복을 위해, 전쟁과 천재지변을 피해, 기아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나은 일자리와 미래를 위해 이주를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부유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기를 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한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가난한 사람들은 더 쉽게 이주를 선택하게 된다. 가난한 이주자들은 이주지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가 그러한데 이들은 이주한 국가의 발전에 기여를 하지만 항상 규제와 통제를 받고 있다. 이주자들을 더 나은 삶을 찾아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선 개척자로 보고, 그들과 함께 사회적 발전을 도모할 수는 없을까?

[월간빛, 2012년 11월호, 김명현 디모테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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