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68) 불교 사회적 기업의 배울 점
‘문화적 역량’으로 지역민 참여 이끌다
우리나라는 서구 선진사회에 비해 사회적 기업가 양성 및 성장 인프라가 미흡한데다 재정적 지원을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 성장 발전해나가는데 있어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렵게 출발한 사회적 기업들이 꾸준한 기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얻고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일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중도에서 사라지는 일이 심심찮게 생겨나기도 합니다.
불교의 경우는 천주교나 개신교에 비해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역사적 기반이나 사회운동적 성격의 역량과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불교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사찰들이 다른 이웃종교들이 지닌 기반시설들과 비교해 볼 때 일반인들의 생활터전과는 지리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불교계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나가기 위해 불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지원과 협력시스템을 갖추어 지역사회에 기반을 마련하는데 일차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해 ▲ 전문인력 양성 ▲ 재원 마련 ▲ 범종단 차원의 지원시스템 구축 ▲ 인적·물적인 자원교류를 위한 협력 네트워크 구성 등을 과제로 꼽고, 다방면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불교계의 모습은 한국교회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불교계보다는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불교계와 마찬가지로 교회 안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신자들의 관심과 참여도도 낮은 실정입니다.
불교계 사회적 기업들은 우리 문화 안에서 상대적으로 풍부한 불교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디딤돌로 삼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들이 지닌 역사적·문화적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점은 우리도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불교 사회적 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불교문화를 디자인하는 벤처기업 밈(mim, made in mind)을 들 수 있습니다. ‘밈’은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소외되고 잊혀가는 전통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상품화하여 판매함으로써 교류(소통)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저개발국가에서 자신의 문화를 지킬 수 있도록 고유의 문화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해 경제활동의 근간이 되도록 지원하는 한편,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업을 펼치는 등 사회적 책임의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웃종교들에도 잘 알려져 있는 ‘(주)연우와 함께’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중앙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2009년 10월에 설립된 불교계 사회적 기업으로 ‘착한 소비, 착한 나눔’을 모토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찰음식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식자재 공급 사업을 통해 착한 소비를 촉진하고, 불교생태마을을 조성하는 등 자신들이 지닌 특성을 최대한 살려 활용하는 모습은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참신한 귀감(龜鑑)이 됩니다. 또한 사찰과 불교 생산자를 발굴 육성하고, 착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지속가능한 자립형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모습은 경제정의 실현 차원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본받아야 할 점입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1월 18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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