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3) 대림 제3주일 - 기쁨
희망의 메시아를 기쁨으로 기다리고 있는가
- 요한 세례자는 메시아가 곧 오시리라는 기쁜 소식을 선포했다. 그림은 이스탄불 성 소피아 성당에 있는 요한 세례자 벽화.
"요한은… 백성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였다"(루카 3,18).
대림 제3주일 전례의 주제는 기쁨입니다. 고대하던 메시아께서 가까이 오시니 기뻐하라는 것입니다. 메시아가 누구이기에 메시아 오심이 기쁜 소식일까요?
◇ 살펴봅시다
㉠ 메시아(436~440항) : 메시아는 '기름부음 받은 이'를 뜻하는 히브리어입니다. 이 히브리어 메시아를 그리스어로 표기한 것이 '그리스도'입니다.
구약시대 이스라엘에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명을 위해 봉헌된 사람들에게 하느님 이름으로 기름을 부었습니다. 사울과 다윗과 솔로몬 같은 이스라엘 왕들이 이렇게 기름부음을 받았고, 사제들도 그랬습니다. 때로는 예언자도 기름부음을 받았는데, 엘리사 예언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1열왕 19,16 참조).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당신 나라를 결정적으로 세우기 위해 메시아를 보내주시겠다고 이스라엘 왕 다윗에게 약속하셨습니다. "네 몸에서 나와 네 뒤를 이을 후손을 내가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2사무 7,12-14). 그리고 그 이후에도 예언자들을 통해 거듭 약속하셨습니다. 이 약속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때가 차면 보내 주실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이 메시아는 왕이며 사제이자 또한 예언자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나아가 이 메시아는 그냥 기름부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은 이였습니다(436항 참조). 성령으로 기름부음을 받는다는 것은 성령으로 감싸진다 혹은 성령을 충만히 받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691, 695항 참조).
요한 세례자가 곧 오실 분으로 선포한 이가 바로 이 메시아였습니다. 이 메시아에 대해 요한은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며, 자신은 물로 세례를 주지만 "그분께서는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하고 말합니다(루카 3,16).
교회는 "사제, 예언자, 왕의 삼중 임무 안에서 메시아에 대한 이스라엘의 희망을 채워 주신 분이 예수님"(436항)이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시다. 하느님께서 그분에게 성령과 능력을 부어 주셨기 때문이다. 그분께서는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시며 '이스라엘 사람들이 희망해 온' 분이시다"(453항).
㉡ 예수(430~435항) : 약 2000년 전 베들레헴에서 마리아의 아들로 태어나신 나자렛 사람의 이름이 예수입니다. 예수는 히브리어로 '하느님께서 구원하신다'는 뜻입니다. 천사는 처녀 마리아를 찾아와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아들 이름을 '예수'로 하라고 지시합니다. 또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될 이 아기가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 불리고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며 다윗의 왕좌를 물려받아 이스라엘 집안을 영원히 다스릴 것이라고 말합니다(마태 1,18-25; 루카 1,26-38 참조).
천사가 마리아에게 한 이 말들은 예수님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하신 메시아이심을 암시합니다. 실제로 예수님 일생이 이를 알게 해줍니다. 우선 예수님께서는 독특한 방식으로 하느님께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으로 태어나신 것 자체가 온전히 성령의 기름부음 받음을 통해서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으셨을 때 성령께서 내려오신 것은 성령의 기름부음 받으심의 대표적 상징입니다. 예수님께서 치유와 구마 같은 이적들을 행하신 것은 성령의 능력을 통해서였습니다. 같은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셨습니다(695항 참조).
이스라엘 백성들은 죄의 용서는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통해 '너의 죄는 용서받았다'고 하시며 사람들을 죄에서 구원하십니다. 이는 바로 예수님의 인격 안에 구원하시는 하느님께서 계심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는 십자가 희생을 통해 대사제의 직분을 수행하십니다. 예수님 부활은 예수님께서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인류 구원을 위한 메시아이심을 확인해 준 사건입니다.
이미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예수님을 알아보고 기뻐한(루카 1,41) 요한 세례자가 곧 오신다고 예고한 메시아가 바로 예수님입니다.
◇ 알아봅시다
㉠ 원복음(410~411항)
이스라엘의 메시아 기대 사상은 첫 조상 아담의 불순명으로 타락한 인간을 그냥 버려두시지 않으시고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하신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안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창세기 3장은 하느님의 이 원초적 구원 계획을 밝혀 줍니다.
"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 15). 창세기의 이 구절은 '구속자 메시아'에 대한 첫 예고, 곧 뱀과 여인 사이 싸움과 이 싸움에서 마침내 이 여인의 후손이 승리하리라는 것을 처음 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구절을 원복음(原福音), 곧 첫 복음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교 전승은 창세기의 이 대목을 또한 '새로운 아담'의 예고로 봅니다. "그분은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심으로써 아담의 불순종을 넘치게 보상한다"는 것입니다.
㉡ 원죄 없으신 잉태(411, 490~493항)
많은 교부들과 교회학자들은 이 '원복음'에서 예고된 여인을 '새로운 하와'인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로 생각합니다. "마리아는 최초로 그리고 특별한 방법으로 그리스도께서 거두신 죄에 대한 승리의 은혜를 입으신 분"입니다. 은총을 가득히 입은 그분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구원받은 분입니다. 이것을 고백하는 것이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입니다. 1854년 교황 비오 9세는 이렇게 선포했습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잉태되시는 첫 순간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과 특전으로, 인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실 공로를 미리 입으시어, 원죄에 조금도 물들지 않게 보호되셨다."
교회는 교회력(전례력)에서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9월 8일) 아홉달 전인 12월 8일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로 지냅니다.
◇ 생각해 봅시다
- 나는 구세주 오심을 기쁨으로 기다리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기쁨은 성령께서 맺어주시는 열매이고(1832항), 그리스도인은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난 이들이다.
[평화신문, 2012년 12월 16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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