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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교무금의 모든 것: 교무금 의미와 해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05 조회수7,213 추천수0
내 교무금의 모든 것 - 교무금 의미와 해법

교회 원동력 ‘교무금’, 부담감 대신 바른 인식 가져야


# 최 안나씨는 요즘 골치가 아프다. 남편 연봉은 동결된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물가는 오르고 아이들 학원비다 뭐다 생활비는 점점 늘어난다. 게다가 교무금을 책정하라는 주보의 안내까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며 한 번도 교무금을 밀린 적이 없다며 나름 자부했던 그이지만 올해만큼은 자신이 없다. 그래서 아직도 교무금을 책정하지 못하고 머릿속 계산기만 두들기고 있다.

# 얼마 전 세례를 받은 박 베드로씨는 일찌감치 2013년 교무금을 책정했다. 하지만 교무금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예비신자 교리교육 때 듣기는 했지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주일 봉헌금과 교무금이 뭐가 다른지도 모르겠고, 내가 내는 교무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궁금하다. 신자의 의무라고 해서 당연하게 교무금을 책정했지만 박씨는 여전히 의아하기만 할 뿐이다.

교무금 책정 시기가 돌아왔다. 교회는 전례력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대림기간에 판공성사와 더불어 교무금을 책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해가 다 지나가도록 책정률 50~60%대를 넘긴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교무금에 관한 신자들의 인식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각 본당에서 교무금 책정이 한창인 지금, 교무금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교무금은 신자의 품격

신자로서 마땅히 교회 유지비를 내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여섯 가지 의무 중 하나다. 「한국천주교 사목 지침서」에서도 “신자들은 주교회의나 교구의 규정에 따라 교무금, 주일 헌금, 기타 헌금과 모금 등으로 교회 운영 활동비를 부담해야 한다”(165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교회가 교무금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자원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교무금은 교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본당 사목과 복음화 활동, 시설 확충과 유지, 본당 사목자 생활비와 직원 인건비 등은 물론 교구 발전과 유지까지 교회 활동 전반에 교무금이 사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문제는 교무금 납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확한 수입과 예산을 가늠할 수 없어 본당 사목계획과 연간 행사 등을 수립하기 어렵고 근본적으로는 본당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신자들 역시 교무금 책정을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다. 교무금에 대한 수많은 오해 때문이다.

가장 큰 오해는 미납 교무금. 갑작스런 수입의 감소나 가정 형편의 변화로 교무금을 연체하다 냉담에 빠지는 이들도 많다.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책정한 교무금을 완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미납 교무금에 대한 책임을 규정한 제도는 없다. 밀린 교무금에 대한 부담으로 신년도 교무금 책정을 미루거나 신앙생활을 그만두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교회 차원에서 배려한 것이다.

신자들이 오해를 갖게 된 데는 교회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교무금이 신자의 의무라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사목자들 사이에서도 관련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정확한 이해를 돕는 한편 확고한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목자가 아닌 평신도가 주체되어 교육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박선용 신부는 “공동체 운영은 평신도들이 담당하고 사제들은 사목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이제는 마련해야 할 시기”라며 “이와 함께 교무금을 비롯한 헌금에 대한 개념을 알리는 교육을 평신도들이 주체가 되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무금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투명한 결산이 신자들의 자발적인 교무금 책정을 독려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교무금, 나만의 기준을 만들자

교무금의 핵심은 액수가 아니다. 신자들의 마음에 있다. 성경에도 ‘가난한 과부의 헌금’(마태 12,41-44, 루카 21,1-4)을 통해 그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교회는 신자의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교무금 액수에는 유연한 입장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수입의 삼십분의 일을 봉헌할 것으로 권장하고 있다. 적어도 한 달(약 30일) 중 하루만큼은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수입은 가장의 소득만이 아니라 한 가정의 총소득을 의미한다.

한 사목자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교무금에 대해 인식시키고 동참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부터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교회의 유연한 태도와 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적 부담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교무금 외에도 교회에 봉헌해야 하는 주일 봉헌금, 건축헌금, 시설 후원금 등 다양한 항목의 헌금이 신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일부에서는 신자들이 ‘성의껏’ 자신만의 책정 기준을 세워, 교무금을 비롯한 교회에 내는 헌금을 미리 계획하는 등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박선용 신부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자기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십분의 일이든 삼십분의 일이든 스스로 책정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교무금, 주일헌금, 특별헌금, 시설 후원금 등을 분할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무금 책정에 앞서 신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교무금은 원칙적으로 자기 수입의 일부를 ‘자신을 위한 지출에 앞서’ 바쳐야 한다. 자기 수입 중에 남는 것을 계산해서 바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헌해야한다. 교무금을 충실히 내는 것은 건전하고도 올바른 신앙생활의 표현이며 하느님 자녀로서의 도리다.


교무금, 어디서 왔니? - 한국교회 역사 담긴 고유의 문화


교회법 제222조 1항에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교회가 하느님 경배, 사도직과 애덕의 사업 및 교역자들의 합당한 생활비에 필요한 것을 구비하도록 교회의 필요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이 꼭 ‘교무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교무금은 한국교회 고유의 문화다.

천주교가 조선에 자리를 잡을 즈음, 신자들은 공소 유지를 위해 헌금을 냈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교무금이라는 고유한 전통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 유럽 각국은 종교세라는 명목으로 나라에서 세금을 걷고 있으며, 미국교회는 신자들이 내는 기부금과 주일 봉헌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렇듯 각 교회마다 교회유지를 위한 방법이 다르다.

우리나라에도 처음부터 교무금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한국교회 창설 초창기에는 필요한 경우에만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헌금을 거둬 봉헌하곤 했다.

조광 교수(연세대 석좌교수)가 2007년 11월 「경향잡지」에 게재한 ‘교무금의 연원’에 의하면, 교무금의 개념이 등장한 것은 1886년 조선교구장 블랑 주교가 신자들에게 보낸 사목서한에서다.

블랑 주교는 불우이웃돕기에 해당하는 ‘애긍전(哀矜錢)’을 요청하는가 하면, 사람들에게 각각의 몫을 배당해 거두는 돈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명하전(名下錢)’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앞서서는 공소 사업 준비금에 해당하는 ‘판비전(辦備錢)’도 존재했음을 블랑 주교의 사목서한을 통해 알 수 있다.

블랑 주교는 또 1889년 보낸 사목서한에서 ‘공소예납전(公所例納錢)’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는 애긍전, 판비전, 명하전을 총괄하는 공소돈의 다른 말로, 공소에서 으레 납부해 오는 돈이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미사를 봉헌할 때 사용하는 촛대를 마련하는 비용으로 ‘촛대전’, 사제를 맞을 준비를 하며 미리 헌금을 거둔다는 의미의 ‘예납통문전’ 등의 단어도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전통 아래 교무금 제도가 변경·정착된 시기는 1931년 열린 ‘전 조선지역 시노드’라고 「가톨릭대사전」에 기록돼 있으며, 이듬해 반포된 ‘한국교회 공동지도서’ 제450조에는 교무금에 대해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교무금은 신자의 의무이다. 하지만 과거 신앙선조들이 희생과 봉헌으로 지켜온 ‘교무금’ 문화는 현대 신자들이 이어가야 할 전통이기도 하다.

[가톨릭신문, 2013년 1월 6일,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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