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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리문답 해설 (9): 천주 성령
작성자이철희 쪽지 캡슐 작성일1999-05-01 조회수6,637 추천수3

제 7 장   천주 성신(=성령)

 

 

  오늘은 예비자 교리 믿을 내용의 제 7 장을 다룹니다. 성령은 하느님의 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가 가진 오관(五官)으로는 그 힘을 체득할 수 없기에 교리과정에서는 ’믿을 내용’에 배열합니다.  믿을 교리의 내용으로 나오는 이 부분도 성부와 성자의 역할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33년을 사셨습니다. 그러나 성서에는 그분의 역사가 약 3년 정도 나옵니다. 이 분이 인간으로 오신 목적은 인류의 구원방법을 알려주시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아버지의 뜻에서 벗어난 인간들이 다시 돌아설 수 있게 하려고 인간으로 오신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제자들과 더불어 3년을 지내시다가, 사회 지도자들의 손에 붙잡혀 십자가형으로 삶을 마칩니다. 여기까지가 인간으로서 알아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분의 삶은 그렇게 끝마친 것이 아니라고, 신앙과 믿음에서는 그분이 부활하셨고, 그분이 살아나신 다음에 제자들에게 부활을 설명하는 삶을 40일간 지내셨고, 하늘로 올라가셨다고 믿음으로 고백합니다.  

 

  첫 번째 항목은 예수님의 승천이후에, 하느님의 다른 힘으로 사람들에게 작용하신 성령에 대한 내용입니다.  중요한 내용입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358-70.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 제 10일에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답>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 제 10일에 성신께서 사도들 위에 내려 오셨으니, 이것을 ’성신강림’이라고 합니다.

 

   신약성서는 복음서 4개와 사도행전, 편지들, 요한의 묵시록으로 이루어진 27권의 책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네 번째에 등장하는 사도행전 앞부분에는 예수님의 승천과 성령의 강림 그리고 그 이후에 일어난 사건을 기록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원인 없이 일어나는 결과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지상의 삶을 마치고, 하늘로 올라가신 다음, 하느님의 힘이 이제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돌아오십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다음, 열흘만에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해서 우스개 소리로 땅에서 하늘로 가는데 닷새가 걸린다는 말도 합니다.

 

  성령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분이시므로, 보는 것을 우선으로 여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분에 대하여 쉽사리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성령에 대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71항입니다.

358-71. 성신은 누구이십니까? : <답> 성신은 천주의 제 3 위로써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사 성부와 성자와 함께 똑같이 참 천주이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같은 한 천주이십니다.

 

  성령은 성부와 성자의 관계에서 출발하신 분입니다.  쉬운 말로 하면, 상호종속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러나 상호종속이라는 말은 한 대상이 없을 때 다른 대상의 존립(存立) 근거도 사라진다는 것인데, 하느님의 힘인 성령에 대하여 그런 말로 설명하는 것은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하는 것이지 실제로 하느님에 대해서 인간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에 표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학의 정의는 이러합니다. 하느님의 위격으로 언급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각각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하느님이시고, 누구에게 종속돼 있는 분은 아닙니다.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나 성령의 활동과 기원은 성부와 성자의 역할과 밀접한 관련이 됩니다.

 

  이러한 교회의 정신을 잘못 이해하고 종속관계로 받아들여, 성령은 성부에게만 종속돼있지 인간으로 나셨던 분에게 종속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여 갈라선 신앙이 ’동방교회’ 혹은 ’러시아 정교회’라고 부릅니다.  갈라진 때는 854년경에서부터 시작하여, 1054년에 완전한 결별선언을 하고 맙니다.  

 

  다음은 성령의 작용의 한 가지입니다.  좀 더 자세한 활동의 본보기는 사도행전에 나와 있습니다.  

358-72. 성신께서는 강림날에 무엇을 하시었습니까? : <답>성신께서는 강림날에 사도들의 신덕을 굳세게 하시고 그들에게 은총을 충만히 내리시어 복음을 널리 전할 수 있는 용기와 특은을 주심으로써 천주교회를 온 세상에 펴게 하시었습니다.

 스승 예수님이 그들이 곁을 완전히 떠난 사건이 ’예수님 승천’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정도면 당신의 입장에서는 재교육을 할만큼 하셨다고 판단하고 하늘로 올라가셨지만, 그 기대만큼 11명의 제자들이 성숙하게 변화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형태의 하느님의 힘이 제자들에게 내려오십니다.

 

  예수님이 승천한지 열흘만에 성령이 내려오셨습니다.  그 축제의 이름을 오순절이라고도 합니다. 성령이 오시고 달라진 일은 제자들의 삶의 변화가 그 첫 번째였습니다.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다락방에 숨어있던 그들이 과감하게 문을 박차고 나와 복음을 전하는 대열에 앞장섭니다.  그들의 앞에는 이미 죽음의 위협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오히려 사도행전 3-5장을 살펴보면, 박해와 고난을 찾아서 움직인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그만큼 성령의 힘이 강했던 것입니다.

 

  이 성령이 제자들에게 내려오실 때 갖추신 모습은 ’혀’모양이었습니다(사도행전2,1-3).  ’혀’는 사람이 말을 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이 ’불 혀’의 모양을 받은 제자들은 이방인, 다른 나라 말을 쓰는 사람들이 가득한 장소에서 하느님의 업적을 전합니다. 언어가 통일된 것입니다.  구약성서 창세기 11장에 보면, 바벨탑이야기라고 해서 세상에 살던 인간들의 말이 뒤섞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랬던 것이 하느님의 힘이 내려오자 그 일에 변화가 생깁니다.  이러한 일의 결과로서 제자들은 복음을 더 널리 전파할 수 있게 됩니다.  신약성서 사도행전은 그렇게 움직인 제자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여러분들이 참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세 가지 항목은 우리 사람들이 생활과 성령의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358-73. 성신께서는 신자들의 마음속에 무엇을 하십니까? : <답> 성신께서는 신자들의 마음속에서 신자들의 정신과 마음을 도와주시고 그 영혼 안에 거주하시면서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라고 타이르시고, 천주와 사람을 사랑케 하십니다.

358-74.성신께서는 신자들을 어떻게 도와주십니까?:<답> 성신께서는 신자들을 은총과 초성덕행과 무수한 도움의 은총으로 도와주십니다.

358-75. 성신께서는 교회 안에서 무엇을 하십니까? : <답> 성신께서는 교회 안에서 교회를 생활케 하시고 진리와 성덕에 있어 그르칠 수 없게 인도하여 주십니다.

  하느님의 힘인 성령의 활동하시는 곳은 우리 신앙인들을 통해서 하십니다. 하느님의 성령이 우리 안에 머무시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믿음으로 그렇게 고백합니다. 좋은 일을 했을 때,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기쁘고, 좋지 못한 일을 했을 때 누군가 뒤에서 우리를 자꾸만 잡아당기듯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은 하느님의 성령이 우리 안에 머물러 계시기에 나타나는 현상일 것입니다. 이런 활동의 원인을 간단하게 말하면, 권선징악(勸善懲惡)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선(善)의 원인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교회에서 말하는 성령의 역할은 다양합니다.  많은 신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고해성사를 통한 죄의 용서, 여러분이 미사에 참여하였을 때, 우리가 봉헌한 빵과 포도주를 예수님의 몸과 피로 바꾸어주어 그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게 해주는 일, 여러 가지 악의 세계에 노출돼있는 교회로 하여금 악의 힘에 맞서 굳건하게 제 모습을 지키고 사명을 다하게 해 주는 일, 신앙인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오류의 세계에서 우리가 옳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회와 제도를 통하여 우리를 바르게 이끌어주시는 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령이십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그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의 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원인의 한 가지는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전폭적(全幅的)으로 받아들일 사람으로 바뀌지 않은 탓이기도 할 것입니다.

 

  세상 처음에 창조된 인간은 하느님의 뜻을 순종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허락하신 자유의지를 사람들이 잘못 사용하였기에 우리 마음에 악이 자리잡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멀어졌습니다.  이 순간 그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조금이라도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고, 인간 세상에서 좀 더 선한 결과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아마 하느님께서 이 모임을 통하여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도 그와 같은 마음자세일 것입니다.  이 노력은 한번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반복해야 조금씩이라도 하느님의 뜻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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