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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리아를 믿는 교회 3
작성자이철희 쪽지 캡슐 작성일1999-05-27 조회수5,762 추천수6

천주교회 신앙인으로서 마리아를 공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래에도 몇 개 올렸던 글에 이어서, 오늘 본당에서 할 성모의 밤 강론 가운데 해당되는 내용릉 일부 잘랐습니다. 전체는 강론자리에 있습니다.

말 그대로 주제는 마리아라는 여인을 우리가 공경하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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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마리아의 선택과 모범-우리가 공경하는 이유

참조성서 : 루가복음 1,26-38

 

우리가 신앙의 모범으로 기억하는 여인 마리아는 삶과 죽음의 길에서 우리가 가는 것처럼 현명한 길(?)을 택하지 않고, 반대의 어리석은 길(?)을 택하신 분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리가 아는 것처럼 현명한 지식이 모자라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자칫하면 죽음의 길로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모르고서 선택한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특별한 것이기에 한번 도전해보자는 식으로 했을까요? 그런 선택의 갈림길에 섰던 마리아보다 2000년이 지난 때에 사는 우리가 그 선택의 의도를 알 수는 없습니다.

 

오늘 기억하는 여인의 이야기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이라고 해서 지금보다 현명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나이 많은 자기 친척 엘리사벳이 뒤늦게 아이를 가진 지 여섯 달이 지난 뒤 천사의 방문을 받습니다.  그 천사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보지 못하는 모습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천사와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다가 기상천외의 소리를 듣습니다.  아직 약혼밖에는 한 적이 없는데, 아기를 갖는다는 소리, 그것도 요즘 사람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알아내고 싶어하는 마음을 미리 알려주듯 아들이라는 소리, 그리고 그 아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되어 엄청난 일을 사람들 가운데서 하게된다는 소리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리아는 당황해 했다’고 성서는 전합니다.

 

처녀가 임신했을 때, 이스라엘 사회에 통하던 율법도 지금의 우리 세상이 갖는 미혼모에 대한 시선과 유사했습니다. 아니 우리 사회가 갖는 미혼모에 대한 태도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사회는 제도적으로 그 입장에 처한 여인들을 위해서 애쓰는 일이라도 있지만, 당시의 사회에서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대중들 앞에 끌려나와 공개된 자리에서 돌에 맞아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우리가 요한복음서 8장 초반(7,53-8,11)에서 볼 수 있는 과정과 아주 유사한 것입니다.

 

그렇게 엄청난 광경을 눈앞에 떠올렸을 마리아는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그 변화의 과정은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으니 우리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남의 이야기로 단순히 생각하는 일보다, 마리아는 더 큰 고민과 걱정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갈등과 고민의 시간을 거친 뒤 그녀는 말합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엄청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신앙인들이 마리아를 공경하고, 이것이 바로 우리 신앙의 모범으로서 마리아를 기억하는 이유입니다.

 

갈등과 번민, 걱정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인간적인 확실성은 전혀 주어지지 않은 일에 목숨을 건 행동이 바로 마리아가 한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우리보다 2000년을 앞서 살았던 사람으로서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한 여인이 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우리는 그 여인보다 2000년이나 더 지난 시대에 태어나, 더 현명하고 편리한 시대에 살면서도 그 여인을 공경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우리고 삶에서 유사한 고난을 겪을 때 하느님의 힘을 빌어 같은 신앙의 힘을 발휘하자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의 영광을 바라보거나 기대하며 신앙의 정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마리아역시 미래에 대한 답보를 확인하고 움직인 것이 아니라, 신앙으로 그렇게 움직인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기억하는 마리아에 대한 특별한 정성은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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