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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15: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04 조회수4,887 추천수0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15)


18.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어떤 신자분으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하느님은 한 분이시다’는 것을 당연하게 믿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겼습니다. 하느님이 한 분뿐이시라면 예수님은 하느님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예수님도 하느님이라고 배웠는데, 그렇다면 하느님이 두 분인 것은 아닐까요”

아주 예리한 질문입니다. 이분 질문대로 흔히 우리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는다”고 말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에서도 “한 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라고 말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00항의 제목). 그러나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하나이신 하느님을 믿습니다”라고 말해야 옳습니다.(영어에서는 “I Believe in ONE God”이라고 표현하는데, 존대말이 발달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 분”으로 번역했지만, 사실은 “하나이신”이 더 정확한 번역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는 “세 분이신” 하느님을 믿습니다. 성부 하느님을 믿고, 성자 하느님을 믿고, 성령 하느님을 믿는 것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은 분명히 서로 구별되시는 세 분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구별되시는 세 분의 하느님이, 본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하나”라는 것도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삼위일체 교리입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말 그대로 “삼위가 하나”라는 교리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삼위(三位=성부, 성자, 성령)께서 위격(位格)으로서는 서로 구별되시지만, 본체(本體=본질)로서는 같은 하느님이라는 선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마태 28,19) 세례를 받는다. 먼저 그들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대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도록 요구하는 세 가지의 질문에 “믿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삼위일체에 근거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32항).

삼위일체 교리는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특징적인 가르침입니다. 여러 신들을 섬기는 종교(다신교)도 있고, 오직 한 분 하느님만 섬기는 종교(유다교와 이슬람교 같은 유일신교)도 있지만, “세 분이면서 하나이신 하느님”을 믿는 종교는 오직 그리스도교밖에는 없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특징인 삼위일체 교리는 신자들의 생활 구석구석에 배어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모든 기도문을 영광송(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기도)으로 끝맺고, 항상 성호를 긋습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이처럼 가장 중요한 교리이지만 가장 난해한 교리이기도 합니다. 셋이면 셋이고, 하나면 하나지, “세 분이면서 하나이신 하느님”은 그 자체로 모순입니다. 그러기에 삼위일체 교리를 인간의 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니,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삼위일체 교리는 신비입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의 올바른 이해가 없으면 그리스도교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19. 성부, 성자, 성령께서 계시해 주신 삼위일체

1)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신명 6,4)

이스라엘의 역사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체험하고, 그분만을 섬기기로 결심하는 교육과정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야훼 하느님 이외의 다른 잡신들을 섬기고 우상숭배를 했습니다. 예언자들은 우상 숭배를 중지할 것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계속 우상 숭배의 유혹에 끌려 다녔고, 결국에는 예언자들의 경고대로 나라가 멸망하고 맙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국가의 멸망과 더불어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고, 하느님은 오직 한 분뿐이심을 고백하게 됩니다.

2)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

그런데 예수님께서 등장하심으로써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다르다 : 예수님은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르시고, 그분께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항상 아버지 하느님께서 당신을 보내셨고, 그래서 그분의 일을 하고 있음을 주장하셨습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예수님은 하느님과 당신이 분명히 구별된다고 주장하신 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같다 :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다른 주장들도 하셨습니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요한 10,30)라고 주장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용서를 베푸심으로써 간접적으로 당신이 하느님이심을 보여주기도 하셨습니다.(마르 2,1-12 참조)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 전체가 당신이 하느님 아버지와 같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이런 주장에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어떻게 우리와 함께 먹고 마시는 네가 하느님을 자처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하느님이 두 분이시라는 말인가”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만을 믿는 유다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배척하게 되었고, 십자가에 못박았습니다.

사도들도 처음에는 예수님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후부터 그들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예수님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훌륭한 선생님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성부)과 구별되는 분이셨지만, 동시에 그분과 동일한 참 하느님이셨던 것입니다.

3) 성령께서 계시하신 삼위일체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후에 사도들은 성령 강림을 체험합니다. 그들은 세상 밖으로 뛰쳐 나가 두려움 없이 예수님의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도들은 자신들을 인도하시고, 위로하시고, 보호하시는 하느님의 손길, 즉 성령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도들이 체험한 성령은 예수님과는 분명히 다른 분이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예수님과 같은 분이셨습니다. “다르면서도 같은” 또 한 분의 하느님을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마침내 사도들은 성령의 빛을 받아 성부, 성자, 성령께서 이루시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은 구별되시지만, 하나이시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 끝까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다른 모든 종교들과 구별되는,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믿는 완전히 새로운 믿음이 탄생한 것입니다.

[2013년 2월 3일 연중 제4주일 의정부주보 5-7면, 강신모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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