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11) 연중 제5주일 - 전례
하느님 뜻과 영광 드러내는 공적 예배
- 전례는 하느님 백성이 바치는 공적 예배다. 사진은 명동대성당의 미사 전례 거행 장면. 평화신문 자료 사진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입니다. 새로운 한 해를 주심에 감사드리며 복을 기원합니다. 세상을 떠난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살아계신 어른들에게는 새해 첫 인사인 세배를 드립니다. 설을 맞아 하느님께 드리는 우리의 예(禮), 곧 전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 살펴봅시다
㉠ 복 : 새해에 가장 많이 입에 오르는 말은 아마 '복'일 것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하고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이렇게 복을 빌어주고 기원하는데 정작 그 복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리스도인들은 복의 원천이 하느님이시라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복을 내리심'이라는 뜻인 강복(降福)은 하느님께만 적용해 사용합니다. 교회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강복은 생명을 주는 하느님의 행위이며, 그 생명의 원천은 성부이시다"(1078항). 나아가 "태초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하느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이 강복"(1079항)입니다.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은 생명과 번성을 가져다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태초에 만물을 창조하시고 특히 인간을 창조하신 후 강복하셨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거슬러 지은 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또 그 외의 온갖 생물과 맺으신 계약으로 이 번성을 새롭게 하십니다.
하느님의 강복이 역사 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믿는 이들의 조상 아브라함을 통해서였습니다. 말하자면 이때부터 구원의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외아들 이사악의 탄생,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과 약속의 땅 가나안 점령, 다윗 왕조의 수립, 귀양살이와 귀환 등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는 하느님의 놀라운 구원 섭리를 보여주십니다. 구약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들은 이러한 하느님의 강복을 환기시키며, 동시에 찬미와 감사로 응답합니다(1080~81항).
하느님 강복은 '말씀'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히 실현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강생하시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당신 '말씀' 안에서 우리를 복으로 채워 주시고, 그 '말씀을 통해 모든 선물을 포함하는 '선물', 곧 성령을 우리 마음에 부어주신다"(1082항).
㉡ 전례(1069~70, 1083~1112항) : 이렇게 모든 복의 원천이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베푸시는 축복에 대해 교회가 신앙과 사랑으로 드리는 응답이 바로 전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례(典禮)라는 말은 본래 '공적인 일' '백성들의, 백성을 위한 봉사'를 뜻합니다. 그래서 전례란 '하느님의 백성(교회)이 공적으로 하느님의 일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몇 가지를 좀더 깊이 있게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전례는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가 공적으로 거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몇 사람이 또는 개인이 바치는 묵주기도나 십자가의 길을 전례라고 하지 않습니다.
둘째, 교회가 전례라는 예식을 통해서 거행하는 것은 하느님의 일입니다. 하느님의 일이란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일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인간의 구원을 위한 일이 바로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일, 하느님의 일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고 인간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일이 역사 속에서 계시되고 실현돼 왔는데 이를 '구원 경륜'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의 일 곧 하느님의 구원 경륜은 파스카 사건, 즉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사건에서 결정적이고 충만하게 실현됐습니다. 이 일이 인간 눈에는 신비롭기에 '파스카 신비'라고 부릅니다. 교회가 전례를 통해 거행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파스카 신비입니다. 다르게 말해서 교회가 파스카 신비를 성사적으로 거행하는 것이 미사 곧 성체성사입니다. 그래서 성체성사는 가장 중심이 되는 전례입니다.
셋째, 하느님의 일, 곧 하느님 구원 경륜의 정점이 되는 파스카 신비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로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고 인간을 구원하셨습니다. 따라서 교회가 거행하는 전례를 통해 하느님의 일을 계속하시는 분은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 구속주이시고 대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전례를 통해서, 당신 교회 안에서, 교회와 더불어, 교회를 통하여 우리의 구속을 위한 일을 계속하신다"(1069항).
하지만 그리스도의 행위인 전례는 또한 교회의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게 하고 "그들이 선포하는 구원 활동을 모든 전례 생활의 중심인 희생 제사(성체성사)와 성사들을 통해 수행하도록 하셨습니다"(1087항).
나아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에게 성령을 주시어 당신의 권능을 맡기셨고, 사도들은 같은 성령의 능력을 통해 이 권능을 자신의 후계자들에게 맡겼습니다. 이런 '사도 계승'은 교회 전례 생활의 전체 구조를 이룹니다. 이 전례를 통해 교회는 하느님과 인간이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는 친교의 볼 수 있는 표징이 되고 그 표징으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교회는 또한 그리스도의 성사적 표징, 곧 볼 수 없는 그리스도를 볼 수 있게 해주는 표징이 되는 것입니다.
◇ 정리합시다
- 교회가 하느님께 바치는 공적 예배인 전례는 찬미와 간구라는 두 가지 차원을 지닙니다. "한편으로 교회는 주님과 일치하여 성령의 감도를 받아 흠숭과 찬양과 감사를 통해 말로 다할 수 없는 선물에 대해 성부께 찬미를 드린다. 다른 한편으로 교회는 하느님의 계획이 완성될 때까지 성부께 '당신께서 주신 선물을 제물로 드리고', 당신의 성령을 이 제물과 교회 자신과 신자들과 온 세상에 보내 주시도록 간청한다"(1083항).
-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1074항). "전례는 신자들을 새로운 공동체로 이끌며, 모든 사람이 잘 알고 능동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참여하도록 요구한다"(1071항).
- 하지만 "전례가 교회 활동의 전부는 아니다. 전례에 앞서 복음선포와 신앙과 회개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전례는 신자들 생활 안에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 열매는 바로 성령에 따르는 새로운 삶, 교회 사명에 참여, 그리고 교회의 일치를 위한 봉사이다"(1072항).
[평화신문, 2013년 2월 10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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