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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51: 공동선, 진정한 애국심의 지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10 조회수1,791 추천수0
[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51) 공동선, 진정한 애국심의 지표

공동선,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


국가를 흔히 영속적(永續的)이라 말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국가는 영속적이라기보다는 그 지속 시간이 길다고 하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아프리카 대륙의 그 많은 국가가 언제부터 국가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가. 불과 몇 십 년 전이다. 오랜 식민지배가 끝나고, 타국에 의해 영토가 나뉘고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우리나라 경우도 한반도에 세 왕국이 각 나라로 존재했다. 그러다가 통일됐고 다시 분단되지 않았는가. 어쨌든 국가는 정부에 비하면 그 지속 기간이 긴 편이라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국가와 정부 그리고 관료

국가는 국민국가 시대에 들어 정부라는 기관으로 구체적으로 실현됐다. 그리고 이 정부는 영속적이지도 않다. 그 지속 기간도 길지 않으며, 오히려 주기적으로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현대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같은 대한민국에서 제1 · 2 · 3공화국,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따위로 제각각 다르게 정부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다. 이 정부라는 것도 그냥 골격만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 구조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다. 흔히 정치인과 관료들이 그들이다.

문제는 그 정치인과 관료가 사람이라는 데에 있다. 그들이 공동체가 만든 제도와 법과 규정에 따라 행동한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와 법과 규정 역시 사람들이 만들었으므로 현실세계에서 완전할 수 없다. 그 제도와 법과 규정을 운영하는 사람 역시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에, 정부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국가와 정부, 그리고 그 정부에서 활동하는 정치인과 관료를 동일시하는 경향을 가진다. 불완전한 정치인과 관료들 행동을 정부 행동으로, 정부 행동을 곧 국가 행위로 절대시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이상한 태도가 슬그머니 나타날 수 있다. 정부에 대한 충성을, 그리고 그 정부를 운영하는 사람들(정치인과 관료들)에 대한 복종을 애국 혹은 국가에 대한 충성이라 여긴다. 정부에 대해 비판하고, 그 정부를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해 복종하지 않는 것을 불충 혹은 애국이 아니라고 매도한다.


공동선 추구가 우선이다.

그러나 역사는 이런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 인류가 처음으로 ‘인류’ 자신에 대해 소스라치게 놀란 사건은 아마도 1 · 2차 세계대전과 그 와중에 발생한 대학살이 아니었을까?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많은 이들을, 그것도 그렇게 터무니없는 이유로 학살할 수 있단 말인가. 인류 자신의 능력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분명 일국의 통치자였으며 정부의 이름으로, 더 나아가 민족과 국가의 이름으로 행동했다. 그리고 독일과 이탈리아 시민 가운데 상당히 많은 이들이 히틀러와 무솔리니, 그리고 그들이 이끄는 정부, 그 정부가 내세운 독일과 이탈리아라는 국가의 행위를 열렬히 환호했다.

이 전쟁과 대학살을, 애국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내세워 정당화할 수 있을까? 잘못된 신념을 가진 소수 권력자들이 평범한 시민의 소박한 애국심과 민족애를 반인륜적 범죄에 교묘하게 이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 사례는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최선을 성취하려는 국가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도, 그리고 국가와 시민이 최악의 상태로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정치인과 관료들, 그리고 정부 행위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를 반정부 혹은 국가에 대한 불충이라 하여 그 비판과 감시의 역할을 포기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공동선을 훼손하고 특정 계층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비판과 감시를 악용해서도 안 되는 것 역시 당연하다.

그러면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정당한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교회는 그 기준을 공동선에서 찾는다. “정치 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완전한 자기 정당화와 의미를 얻고, 공동선에서 본래의 고유한 자기 권리를 이끌어낸다. 참으로 공동선은 개인과 가정과 단체가 더 충만하게 더욱 쉽게 자기 완성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 생활 조건의 총체를 포괄한다. (…) 정치권력의 행사는 바로 그 공동체 안에서든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에서든 언제나 도덕 질서의 한계 안에서 정당하게 제정됐거나 제정될 법질서에 따라 (…) 공동선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사목헌장」, 74항).

[평화신문, 2013년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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