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해설 (2) 전능하신 아버지
하느님을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습니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 가운데도 절대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제법 있습니다. 아마도 우주 만물을 주재하는 어떤 존재가 있지 않겠느냐, 불안한 인생살이에 어딘가 의지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느냐, 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다고 고백할 때에는 더 깊은 뜻으로 그렇게 합니다.
전능하시다는 말은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고 못 하실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느님께서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얼른 듣기에 아주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사실은 아주 심오한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전능하신”에 이어지는 말마디는 “아버지”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가르쳐 주셨는데,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에도 그렇게 하지만 신경을 바칠 때에도 그렇게 합니다. 전능하신 분이 우리 아버지시라는 말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기에 우리를 위해서라면 못 하실 일이 없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사람도 제 자식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자식이 잘 되는 것을 바라고 평생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자식이 혹시 못나서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면 부모의 가슴이 찢어집니다. 아무리 못났어도, 아무리 속을 태워도 부모에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은 인간 부모의 자식 사랑을 멀리 초월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라면 참으로 무엇이든 하십니다. 우리가 위험에 빠지면 물속에도 뛰어들고, 불길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이것을 보여 주시려고 몸소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셨고, 죽을죄를 지은 우리가 멸망하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셔서 대신 돌아가셨습니다. 온 세상 사람이 다 저주하는 극악무도한 인간이라도, 하느님께서는 끝까지 참으시고 기다리시고 용서하십니다. 하느님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염둥이이기 때문입니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
신경의 맨 첫머리에서 우리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아버지, 우리를 위해서라면 못하실 일이 없으신 아버지를 찬양합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돈이나 지위가 능력인 줄 착각하지만, 불가능을 모르고 모든 것을 이기는 가장 큰 힘은 사랑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다 아시고 무슨 일이든 하실 수 있는 분이신데,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무한히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2013년 3월 3일 사순 제3주일 대구주보 4면, 문화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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