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 덕행

                                                                          <2006-10-27> 

한 주간을 쉬고,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그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면 사는 방법인 ‘덕행’에 관한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덕행이란, ‘마음이 올바르고, 사람의 도리에 합당한 일’이라는 말로 우리말 사전은 설명합니다.  어려워서 못 알아들을 말은 아니지요?

우리 삶이나 내가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우리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도 덕행으로 구별하고 그렇게 하도록 명(命)하는 것은 서글픈 일입니다.  우리의 삶이 나에게나 내 가족에게나 내가 잘 아는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닌데, 사람들이 그 본래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멀리하니,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것으로라도 ‘계명(誡命)’이라는 성격으로 강조하다보면, 서글프다는 것입니다.  그런 기본적인 감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것으로 강조한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교회에서 이 부분을 ‘계명’으로 정한 의미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나아가야 할 당연한 길을 가르쳐주거나 그대로 실천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자기 삶에 성실하게 사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려고 해서 그렇기도 하고, 저 혼자만 잘난척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공개적으로 욕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올바르지 않은 시각으로 대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항상 생각하고 살아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사람의 시선이 어찌 되었든 이 세상에 올바른 일로 있어야 할 것은 분명히 있는 법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일을 말하는 덕행(德行)입니다.

이 덕행을 우리 신앙공동체에서는 두 가지로 구별합니다.  이 세상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바라시는 하느님께로 향하는 향주덕(向主德)과 사람들이 그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그 삶의 정신을 밝히는 윤리덕(倫理德)의 두 가지로 구별합니다.   이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 160항과 161항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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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 절 : 향 주 덕 (向主德) 

순서에 따라서, 향주덕과 윤리덕을 구별하여 말씀드릴 순서입니다.  반복합니다만,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기억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면서 실천하는 것이 향주삼덕이고, 올바른 의지를 가진 사람으로서 마땅히 실천해야 할 것이 바로 윤리덕입니다.  윤리덕은 다음 단계에 나옵니다.

사람이 하느님이 뜻을 기억하면서 사는 과정으로 말하는 ‘향주덕’은 다시 세 개로 구별합니다. 한자의 표현을 써서 신(信), 망(望), 애(愛)로 말합니다.  신망애란,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의 세 가지를 가리킵니다.  눈에 보이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나 있겠습니까?  사람에 따라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겠지만, 교회에서 말하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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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편인 믿음, 즉 신덕(信德)에 대한 것을 설명하겠습니다.  사람사이에도 믿음은 필요합니다. 우정은 믿음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붕우유신(朋友有信/오륜(五倫)의 하나. 벗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함을 이른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르거나 생소한 말은 아닙니다.  또한 세상살이에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물건거래나 돈 거래도 믿음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집니다. 

사람사이에 통용되는 믿음이라는 것과 신앙교육장소인 여기서 사용하는 믿음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말이나 글자는 같지만, 그 의미를 다르게 보자는 것입니다.  같은 표현을 쓰면서, 그 의미는 다르게 보자고 하는 것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로는 하느님의 세계에 대한 것을 온전히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지금 말씀드리려는 이 믿음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눈으로 확인할 수 있거나 그 존재를 우리가 만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을 가리켜 우리가 믿음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은 시간이 흐르고 장소가 바뀌면 또 새롭게 평가를 받거나 새롭게 평가를 할 수밖에 없기에, 하느님의 것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는 사실이 역사(歷史)를 배제하고 받아들이자고 우기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스라엘 역사를 통한 ‘원(原) 체험’이 되는 ‘홍해바다 탈출, 즉 파스카 사건’입니다. 

파스카사건이라는 것도 2006년, 이때를 사는 우리가 체험하지 못하고, 눈에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역사적인 배경은 있었을 것입니다.  그 역사를 지금부터 대략 3450년전 사건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그리고 그 역사를 배경으로 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신앙을 중심으로 하는 삶의 변화를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유대인들은 그 역사를 체험하고 기록하면서 하느님이라는 분을 받아들이고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유대인들의 삶의 변화가 지금의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의 출발점이 된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 제 이야기를 듣는 여러분이 유대백성들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놀라운 체험으로 삶의 변화를 이루고 하느님의 축복에 참여하였듯이, 우리도 삶의 변화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이 경험했던 그 신앙의 역사에 참여하는 것은 믿음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믿음은 삶의 변화를 위한 시작이 되고,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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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향하는 덕, 두 번째는 희망에 대한 것입니다.  요즘에는 이 용어를 가끔씩 ‘소망’이라는 말과 혼용합니다.  그러나 그 의미는 분명히 다릅니다.  희망은 하느님의 영역에 대한 것입니다.  저도 하느님을 뵙지는 못했으니, 구체적으로 인간의 언어로 하느님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할 능력은 없습니다만, 우리의 감각으로 쉽게 포착할 수 없는 신비한 모습을 띤 것이라고 구별합니다. 

그러한 희망이라는 의미에 비해서 소망은 인간적인 것입니다.  희망처럼 얻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획득할 수도 있고, 우리가 삶의 노력을 통하여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희망보다는 등급이 낮은 것으로 구별합니다.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대로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사람은 그가 바라는 대로 자신의 삶을 바꾸어 갑니다. 이것이 희망이고, 이것이 우리 삶에 훌륭한 영향을 남길 때, 그래서 우리가 거기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받을 때 그것은 희망의 역할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부분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앞선 신덕과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우리 본성에 심어주신 것이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의 효과를 보시고 사람이 하느님에게서 얻는 굳셈의 덕이 바로 망덕입니다.

사람의 합당한 노력도 필요한 것이 바로, 하느님과 사람의 관계입니다.  사람이 행동하는 바에 따라서 하느님도 인간에게 똑같은 것을 갚으실 분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 설명이기는 해도, 사람이 살아야 할 합당한 도리에 어긋나면서도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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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에서도 그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랑에 대한 것입니다.  이 사랑 역시도 인간의 세계에서 통하는 것과 하느님의 세계에서 통하는 것을 구별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사랑이 하느님이 보여주시는 사랑보다 못하다고 단정하여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인간들 사이의 사랑과 하느님과 인간사이의 사랑을 구별해야 합니다.  인간의 사랑은 반대급부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받았기에 주거나, 훗날 받을 것을 막연하게나마 기대하면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은 그렇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문화는 아닙니다만, 사랑에도 그 단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스 문명의 영향을 받아서 설명하자면, 그 사랑에도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제목을 말씀드리면, ‘에로스, 필리아, 아가페’의 사랑입니다.  성격에 따라 사랑을 구별하는 방법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육체관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에로스, 인간지성과 학문사이의 사랑을 이야기할 필리아, 대가없고 무조건으로 내 것을 다 내어주는 아가페로 구별합니다.  청춘남녀뿐만은 아니겠습니다만, 남자가 여자를 대하거나 여자가 남자를 대할 때 육체가 반응하는 사랑을 설명하는 사랑이 바로 에로스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사랑의 여신인 큐피트가 무슨 화살을 쏘고, 그 화살을 맞으면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것은 이런 사랑의 차원입니다.

두 번째는 ‘필리아’입니다.  철학(哲學,philosophy)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엇인지 아시지요?  삶에서 만나는 현상들을 설명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지혜의 역할로 설명할 수도 있는 말입니다.  이 철학이라는 말을 외국문자로 써놓고, 그 말을 분리해서 설명하면 ‘필로+소피아’라고 말합니다.  즉 ‘지혜 + 사랑하기’로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머리로 계산하거나 앞뒤로 따질 수 있는 사랑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아가페’적인 사랑입니다.  말 그대로 설명하면, 무조건적인 사랑,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 것이라고 생각할 법한 모든 것을 무조건 내어주는 사랑이 바로 이것입니다.  내 목숨까지라도 말입니다. 우리 신앙에서는 바로, 예수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실현하신 십자가의 사랑, 당신의 목숨을 내어놓으면서까지 우리의 구원을 주신 사랑을 가리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가페적인 사랑으로는 자녀를 낳고 그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자녀의 나이가 몇 살까지 그런 사랑을 부모가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사랑이 이것입니다.  우리가 가끔씩 텔레비전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정치가들에게 적용되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돈을 건네주었다는 사랑(?)’과는 분명 차원이 다릅니다.

사랑의 단계를 이렇게 구별했습니다만, 이러한 모든 사랑의 출발점은 하느님을 향한 애덕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보다 쉽게 설명할 방법도 없고, 그것보다 어렵게 설명할 방법도 없습니다.  사랑은 세상에서 무지하게 많은 것을 바꾸어 놓습니다.  무엇을 바꾸는지 묻지 않아도 우리가 알 수 있는 일들입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을 돌아볼 줄만 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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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교리편에서 말씀드린 내용이기는 합니다만, 이 세상의 만물을 만드시고, 그 관리를 인간에게 맡기신 하느님께서, 인간이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자 구원자를 보내어 구원의 손길을 폅니다.  신학적인 설명입니다만, 예수님은 하느님으로서 당신의 자리를 고수하지 않으시고 인간을 위하여 모든 것을 내던지신 것은 하느님으로서, 하느님이셨기에 가능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사랑은 인간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167항의 내용은 언제, 우리가 하느님을 향하여 이런 덕을 특별히 청할 것인가의 내용입니다.  교리서에서는 특별히 유혹 때와 육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라고 합니다만, 이것은 지극히 인간의 욕심을 담고 있는 행동입니다.  저도 말이 앞서기는 합니다만, 이 덕을 미루고 또 미루다가 교리서에서 우리가 배우는 이때만 하겠다고 미루고 산다면, 정말로 필요할 때에 우리는 그 사랑의 마음자세를 드러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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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 절 : 윤리[倫理: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덕 

이제는 사람이 행동하는 가운데 드러내야 할, 인간을 향한 덕목인, 윤리덕을 다룰 차례입니다. 그 내용은 윤리덕이라는 명칭으로 부르지만 네 개로 구별하는 사추덕과 복음을 우리 생활에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복음삼덕으로 구별합니다.  몇 차례 구별에 대해서 말씀드리기는 합니다만, 이 구별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구별하는 이유는 우리가 구체적인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그 방법을 찾자는 것입니다.

사추덕은 지혜와 정의, 용기와 절제의 덕으로 구별합니다.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내용은 아닌 것이 이 사추덕입니다.  그 의미는 네 가지 기둥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덕입니다.  이 말과 혼동되어 우리를 헛갈리게 하는 것들은 세상에 많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네 가지 덕은 상황에 따라서 그 정신이 변하는 것은 아니고, 적용방법만 달리하여 드러나는 것입니다. 

다음 부분은 복음삼덕에 대한 것입니다.  인류에게 구원의 길을 알려주었던 예수님의 길을 직접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실천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름하여, 수도자에게 강조하는 덕이라는 말로 할 수 있습니다만, 정말로 수도자들만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청빈(=성품이 깨끗하고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어 가난함)은 부유하게 살지 않음과 정결(매우 깨끗하고 깔끔함)은 깨끗하게 사는 것, 순명(=명령에 순종함///천명(天命)에 순종함)은 자신의 의지를 고집하지 않는 것에 해당합니다. 

제 4 장 : 본죄

지킬 계명에 등장하는 네 번째 요소는 사람이 몸으로 드러낼 수 있는 죄에 대한 묘사입니다. 죄란 부담스러운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곁에 오고 싶어 한다고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녀석인 것은 분명합니다.  죄에 대한 내용을 지켜야 할 계명에서 다루는 목적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행동하는데 있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해서 알려주는 데 있습니다.  사람은 뭔가를 ‘하지 말라’고 말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왜 주지 않는가?’하며 묻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되지 않을 일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을 넘는 것입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도 있습니다.

이 죄가 어떻게 우리 인류에게 생기고 사람의 역사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이 올바로 다스려지지 않을 때 죄라는 허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정도일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죄악의 모습도 사람이 갖는 욕심과 맞물려 있습니다.  창세기 4장에, 형제로 나오는 형님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것도 시기(猜忌)에 따른 욕심이었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개체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욕심에 대한 표현입니다.  그 본보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를 헤매면서 끊임없이 하느님을 향하여 항의했던 일도 사람이 올바른 것을 합당하게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한 죄의 영향,  다윗이 한 병사[=우리야]의 아내에 대한 생각도 인간의 욕심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삶에 의한 결과입니다.

여기서 다루는 ‘본죄(本罪)’는 우리가 범한 죄입니다.  이와 상대적인 개념으로 교회에서는 ‘원죄(原罪)’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사람의 마음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잘못된 성향, 자신만을 알고, 타인에 대한 중요성을 거부하려는 경향, 그래서 애초에 똑같은 중요성으로 태어난 인류를 구별하여 대우하려는 못된 경향이 원죄라면 육체를 가진 인간존재로서 자신의 의지를 갖고 행하는 죄를 가리켜 본죄라고 합니다.

죄를 짓는 모양은, 생각이나 행동으로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일, 또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일들입니다.  사람을 뺀 다른 동물들에게 그렇게 하는 것까지 죄라고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만, 죄를 범할 때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대상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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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큰 것과 작은 것을 구별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욕심이 발동하면 큰 것은 내가 갖고 작은 것은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합니다.  이런 성향에 맞추기라도 하듯이 죄도 대ㆍ소를 구별합니다.  여기 죄에 대해서 적용하는 말, 대죄와 소죄는 사람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산술적인 개념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는 큰 죄이고, 어느 경계부터는 작은 죄라고 하는지 그것을 구별하는 명확한 개념은 없습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은 죄의 발달과정을 보여주는 적절한 표현일 것입니다. 

대죄라는 죄의 모양은 ‘자기 의지로 범하는 죄’입니다.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판단한 것을 개인의 욕심이나 다른 핑계를 대고 합당한 길을 어긋나게 할 때, 우리가 하는 행동입니다.  그리고 그 죄의 결과는 우리가 하느님과 맺었던 모든 좋은 관계가 다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절대로 바라지 않을 내용입니다만, 하느님과는 영원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지옥(地獄)과 친구가 되는 삶이 바로 대죄의 결과입니다.

예전에 설명할 때에는 이 대죄를 사죄(死罪), 즉 죽을죄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을 강조하여 표현한다면, 그 죄를 합당하게 씻어내지 못하고 죽는다면, 우리의 영혼이 하느님을 영원히 뵈올 수 없는 지옥으로 간다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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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계속하여 자의나 타의로 죄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하느님을 멀리하게 되고 지옥의 벌을 받게 되는 것이라 가르치는 내용이 대죄라면, // 우리가 삶에서 작은 것들을 자꾸 무시하고 우리가 올바른 길로 가지 않도록 잘못의 크기가 작더라도 계속 쌓거나 유지한다면 그런 요소에 다가갈 힘을 갖게 되는 것이 소죄의 역할입니다. 

소죄는 말 그대로 작은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하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모든 편의를 집중시키고 다른 사람을 ‘나 몰라라’하게 만드는 것도 소죄의 역할입니다.  어떤 것은 큰 죄이고, 어떤 것은 작은 죄라는 그 크기나 성격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소죄라는 내용을 우리가 ‘걷는 길’에 비유하면 사람이 올바른 길을 가는데, 방해되어 돌아가게 하거나 지체하게 만드는 걸림돌을 대죄라고 한다면, 그런 역할까지는 아니지만 가는 길을 불편하게 하는 자갈돌들은 소죄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죄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사람은 자기의 삶을 자기 스스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꾸만 합리화시키고, 양심을 무디게 만듭니다. 그런 것들은 내 삶에 당장 그 악취나 못생긴 모습이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우리 삶에 커다란 적이 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속담이기는 합니다만, ‘바늘도둑이 자라면, 소도둑이 되는 법’입니다.  양심에 털 나는 것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면 분명 우리 인생에 심각한 결과를 맺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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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대죄와 소죄라는 항목으로 나누어서 우리 삶에 대한 말씀을 간단히 드렸습니다만, 이런 죄악의 근본원인을 찾는 것은 신비한 문제이면서도 동시에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의 욕심은 죄를 낫는 원인이라고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여기에서는 그런 죄악의 근원을 말합니다.

일곱 가지 요소를 간략하게 설명합니다.  예전에는 이것을 가리켜 ‘칠죄종(七罪宗)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죄종(罪宗)이라는 개념은 자체로 죄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죄의 근원도 되고, 다른 죄를 유발하는 원인도 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릅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욕심이 있습니다.  욕심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욕심이 이성의 통제를 벗어나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흐른다면, 그 다음부터는 정신 차리기 힘든 상태를 만듭니다.  이 욕심을 제대로 다스린다면, 그것만큼 건설적인 것이 없습니다. 세상을 변혁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도 욕심 많은 분이라고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가지신 그 욕심, 성경을 통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하느님의 욕심은 인간이 구원의 길로 가기를 바라는 욕심이기에, 우리 사람들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욕심과 같은 분류에 넣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욕심 많은 하느님은 인간이 당신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수많은 길을 알려주십니다. 그것이 교회를 통하여 표현하는 신앙인의 길입니다.  이 신앙의 길, 신앙인의 길을 방해하는 요소에 대한 것이 179항의 내용입니다. 이 신앙의 길을 방해하는 것이 위험을 주는 요소들입니다.  예전에는 세속과 육신과 마귀의 세 요소를 삼구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말 사전에도 그렇게 나옵니다. 

올바른 신앙인으로서 길을 가려면, 이 세 가지 욕망에 대한 것을 어떻게 다스리는가? 하는 것이 커다란 숙제입니다.  세상 삶에 위기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항상 한 가지 얼굴로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힘겹게 다가온 일을 우리가 잘 극복하면, 훗날 영광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요?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그 뜻일 것입니다.

지금 말씀드린 이 삼구, 즉 세 가지 원수를 우리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달라집니다.  먼저 이 세 가지를 내가 대적해야 할 원수로 여기느냐부터 올바로 구별해야 하겠지요?

육신 : 아름답게 꾸미고, 멋있게 보이게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육체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육신은 정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수시로 변합니다.

세속 : 세상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 녀석은 의지도 없고, 제 멋대로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그 세상을 향해서 우리가 많은 일을 하면서도 탓을 돌리는 대상일 뿐입니다.

마귀 : 하느님에게서 사람을 떼어놓으려고 하는 영적인 존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신앙공동체의 표현입니다.   우리가 이 녀석의 뜻을 벗어나서 살려고 하면, 우리는 하느님의 뜻에 좀 더 가까이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