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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기도 때 촛불은 왜 켜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8 조회수11,152 추천수0

[교회 상식 교리 상식] (30) 미사, 기도 때 촛불은 왜 켜나요?

 

 

성당에서는 미사 때 제대에 촛불을 켭니다. 또 집에서 기도할 때도 촛불을 켜곤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미사 때 제대 위에 켜는 촛불은 그리스도께서 함께 하심을 나타내며 또한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심에 대한 기쁨을 나타내기도 한다.

 

 

촛불을 밝히면 어둠이 사라지고 환해지지요. 초는 그래서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 하신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미사 때에 제대에 촛불을 켜는 것은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심을 나타냅니다. 집에서 기도할 때 촛불을 켜는 것도 빛이신 그리스도를 우리 가운데 모신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성스러운 곳이나 또는 성스러운 예식을 거행하는 데는 빛이나 불이 있었습니다. 구약성경에서는 주님 성소에는 등잔 일곱개를 얹을 수 있는 등잔대를 만들어 불을 밝히라고 규정합니다(탈출 25,31-37).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하느님께서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을 비추셨다는 기록도 있지요(탈출 13,21). 신약성경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세상의 빛이라고 칭하셨을 뿐 아니라 제자들에게도 "세상의 빛"(마태 5,14)이 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전례 때에 등잔불이나 촛불을 처음 사용했을 때는 이런 상징적 의미를 받아들여서가 아니라 저녁에 모여 기도할 때 어둠을 밝힌다는 실용적 이유가 더 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영원한 생명과 희망의 상징, 천상 생명으로 새로 태어난 기쁨의 상징으로 장례식 때 또는 순교자들 무덤에서 촛불을 켜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물론 당시 이교도들 사이에서 널리 행해지던 관습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교회 지도부에서는 예식 때 촛불을 켜는 것을 오히려 못마땅해 했다고 합니다. 촛불을 밝히는 것이 이교도의 관습일 뿐 아니라 빛을 만드신 분이자 세상에 빛을 주시는 분께 예배를 드리면서 촛불을 켜 드리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4세기 이후부터는 교회에서도 기도 모임이나 예식 때에 촛불을 켜는 관습이 지켜지기 시작합니다. 촛불이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심에 대한 기쁨을 상징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성체성사 때는 물론이고 세례식과 장례식, 서품식에서도 촛불을 켰습니다. 촛불만 아니라 아로마 향 등을 첨가한 등잔불로 성당을 화려하게 수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등잔불을 사용하는 관습은 점차 사라지고 12세기 쯤에 와서는 초를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규범이 됐습니다.

 

촛불이 교회 예식에서 사용되면서 그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도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촛불이 불꽃과 심지, 밀랍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는 것을 삼위일체에 비겼습니다. 또 밀랍을 그리스도의 육신에, 심지는 그리스도의 영혼에, 불꽃은 그리스도의 신성에 비기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초가 타는 것은 또한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에 비길 수 있겠지요.

 

 

정리합시다

 

촛불을 켜는 것은 첫째, 하느님께서 함께하심, 특별히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심을 나타냅니다. 둘째,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기쁨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셋째, 촛불이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듯이 우리도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이웃을 위해 태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례식 때, 첫영성체 때, 수도 서원이나 서품식 때에 후보자들이 촛불을 받아들거나 촛불을 들고 입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지요.

 

 

알아둡시다

 

관찰력이 뛰어난 신자라면 미사 때에 제대 위에 켜는 초 개수가 때마다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사 때 제대 위에 켜는 초 개수는 그날 전례의 성격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일이나 기념일에는 2개의 초를 켭니다. 그러나 주일이나 축일에는 4개의 초를 켜지요. 또 대축일에는 6개의 초를 켭니다.

 

그런데 제대에 초를 7개 켤 때가 있습니다. 주교가 미사를 드릴 때입니다. 대사제인 주교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하나를 더 켜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07년 2월 4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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