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50) 교황도 사임할 수 있나요?
사퇴 의사 올바로 표시하면 사임 가능 교황은 종신직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황도 사임할 수 있는지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사임할 수 있습니다. 교황 사임에 관한 규정은 교회법전 제332조 2항에 명시돼 있습니다. "혹시라도 교황이 그의 임무를 사퇴하려면 유효조건으로서 그 사퇴가 자유로이 이루어지고 올바로 표시되어야 하지만 아무한테서도 수리될 필요는 없다"는 조항입니다. 교황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먼저 살펴본 후 교황 사임과 관련해 알아봅니다. 교황이란 예수님께서는 교회를 세우시기 전에 먼저 열두 제자를 뽑아 사도로 삼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베드로를 으뜸으로 삼으셨습니다. 이 사도들의 후계자가 바로 주교들입니다. 그리고 주교들 가운데서 으뜸이 바로 교황입니다. 따라서 교황은 로마 교회(교구)의 주교로서 주교단의 으뜸이고 그리스도의 대리이며 보편교회 곧 전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목자로서 '교회에서 최고의 완전하고 직접적이며 보편적인 직권을 가지며 이를 언제나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습니다(교회법전 제331조). 그러나 교황의 이같은 최고 권력은 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섬기기 위한 것이고 하느님 백성의 영적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세상 군주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지만 "너희 가운데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5)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황을 또한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교황은 또한 바티칸시국이라는 국제법상의 독립 주권을 가진 국가의 최고 통치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황직을 수락하면 그때부터 바티칸 시국의 입법ㆍ사법ㆍ행정 상 모든 권한을 갖습니다. 이 모든 권한은 교황으로 선출된 후 합법적으로 당선을 수락함으로써 얻게 됩니다. 다만 주교품을 받지 않았으면 즉각 주교품을 받아야 합니다. 주교품을 받는 그때부터 교황으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합니다. 교황의 사임 모든 주교들은 건강 상의 이유 등 다른 특별한 문제가 없을 때라도 만 75살이 지나면 사퇴를 표명하도록 돼 있습니다(교회법전 401조). 하지만 교황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종신직인 셈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황은 교황직을 사임할 수는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사임이 외부의 강압이나 사기, 착오 등에 의하지 않고 자유로이 이뤄지고 사퇴 의사가 애매하게 표시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로 표시될 경우에는 사임이 가능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드물기는 하지만 교황이 자진 사퇴한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대표적 예가 제192대 교황인 성 첼레스티노 5세입니다. 1294년 7월 5일 교황에 선출된 첼레스티노 5세는 자신이 무능하다고 여기고는 '교황에게 사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교령을 발표한 후 그해 12월 13일에 사임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대 시인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는 교황을 찬양했지만 「신곡」의 저자 단테 알리기에리는 교황을 지옥에 놓았다는 사실입니다. 또 제251대 교황 비오 7세(재위 1800~1823)는 1804년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위해 파리에 갈 때 프랑스에서 감금 당할 것을 대비해 미리 사퇴서를 써두었다고 합니다. 교황 사임과 관련해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병세가 계속 악화되던 지난 2002년 교황의 82살 생일을 전후해서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요. 그러나 당시 교황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한 나는 이곳에 있겠다"며 교황직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에 앞서 2000년에도 교황직을 사임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교황직 사임을 위한 특별절차도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교황직에 불러 주셨으니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형태로 거두어가실 것이라며 사임하지 않았습니다. 교회는 해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인 6월 29일에 가까운 주일을 교황 주일로 정해, 그리스도의 대리로 보편 교회의 최고 목자인 교황을 위해 기도합니다. 마침 이번 주일이 교황주일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하느님 백성을 위해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교황직을 최선을 다해 끝까지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황을 위한 기도를 아끼지 말아야겠습니다. [평화신문, 2007년 7월 1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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