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16) 부활 제2주일 - 세례성사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는 '구원의 성사'
- 세례성사는 모든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성사다. 사진은 피겨스케이팅 여왕 김연아 선수가 지난 2008년 세례를 받는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토마스 사도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가톨릭 신자는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가톨릭교회 안에서 주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세례를 받은 이들입니다.
◇ 살펴봅시다
㉠ 세례성사란(1213~1216항) : 세례성사는 견진성사와 성체성사와 함께 그리스도교 생활의 기초를 놓는 성사입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 성사를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라고 부릅니다. 그 가운데서도 세례성사는 1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기초이며 2성령 안에 사는 삶으로 들어가는 문이며 3다른 성사들로 가는 길을 여는 문입니다. 그래서 세례성사를 받아야만 다른 성사들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례성사는 물로 다시 태어나는 성사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죄에서 해방되어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나며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교회 안에서 한 몸을 이루어 교회의 사명에 참여하게 됩니다"(1213항). 사실 '세례를 준다'는 말 자체가 '물에 담그다' '물에 잠기게 하다'는 뜻입니다. 물에 잠긴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죽음에 동참한다는 것을 상징하는데, 물에 잠겼다가 나오는 예식을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여 새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교회는 머리에 물을 붓는 예식으로 간소화해서 거행합니다.)
예수님께서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고 말씀하셨듯이, 세례성사는 또한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는 성사입니다. 그래서 "성령에 의한 재생과 갱신의 목욕"이라고도 합니다. 이 목욕을 '조명'이라고도 합니다. "세례로써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신 말씀을 받은 영세자는 빛을 받고 나서 '빛의 자녀'가 되고 그 자신이 '빛'이 된다"(1216항)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 누가 세례를 받나(1246~1255항) :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세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른은 예비신자 교리교육 과정(세례 준비)을 거쳐서 세례를 받게 됩니다. "세례 준비 또는 예비신자 교육 과정의 목적은 예비신자들이 하느님의 주도에 응답하고 교회 공동체와 하나 되어 회개와 신앙이 성숙하도록 이끄는 것"(1248항)입니다. 이 기간은 그리스도인 생활을 가르치는 기간이기에, 이미 교회와 결합된 예비신자 때부터 복음생활을 실천하며 전례에 참여하면서 "하느님 백성의 신앙과 전례와 사랑의 생활로 들어서야 한다"(1248항)고 교회는 강조합니다.
어린아이들도 세례를 받을 수 있고 받아야 합니다. 원죄로 타락하고 더러워진 인간의 본성을 지니고 태어나기에 하느님 자녀들이 누리는 자유의 영역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세례로 새로 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회와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면 가까운 시일 안에 세례를 베풀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은총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1250항)이 됩니다.
하지만 세례를 받는 데는 조건이 따릅니다. 신앙입니다. 세례는 "신앙의 성사"(1253항)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을 위해서는 교회가 필요합니다. 교회의 신앙 안에서만 신자 개개인이 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례를 받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완전하고 성숙한 신앙이 아니라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신앙의 출발"(1253항)입니다. 이것은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의 신앙은 세례 후에도 계속 성장해야 한다"(1254항)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회가 해마다 부활성야에 세례 서약 갱신 예식을 거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신앙의 성숙을 위해서는 부모의 도움뿐 아니라 대부모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대부모는 자신의 대자녀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도록 도와줄 능력과 의향이 있는 견실한 신자여야 합니다.
㉢ 누가 세례를 주나(1256, 1278, 1284항) : 세례의 일반적인 집전자는 주교와 사제, 부제입니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세례를 줄 수 있습니다. 이때는 교회와 같은 지향을 가지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세례를 줍니다" 하면서 세례받을 사람의 머리에 물을 붓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은 세례성사의 핵심 예식이기도 합니다.
◇ 생각해봅시다
세례의 필요성(1257~1261항) :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르 16,16) 하신 주님 말씀에 따라, 교회는 세례가 구원에 필수적이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세례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신앙 때문에 죽음을 당한 이들은 경우 혈세(血洗)라고 해서 세례와 같은 효과를 얻는다고 교회는 전통적으로 가르쳐 왔습니다. 또 신앙을 갖고 세례 받기를 간절히 소망했지만 여의치 않아 세례를 받지 못한 채 죽은 이들의 경우도 화세(火洗)라고 해서 역시 세례와 같은 효과를 얻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세례를 받기 전에 죽은 예비신자들의 경우, "죄에 대한 회개와 사랑을 동반한 세례를 받고자 하는 그들의 분명한 원의는 성사를 통해 받을 수 없었던 구원을 보장해 준다"(1259항)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이 밖에 그리스도의 복음과 교회를 모른다 해도, 진리를 찾고 자신이 아는 대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누구나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어린이들의 경우, 교회는 그들을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 받게 되기를 바라시고,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이 당신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어린이들에게 구원의 길이 열려 있다는 희망을 갖습니다.
◇ 알아둡시다
- 세례의 효과 또는 세례의 은총은 풍요롭습니다. 세례 받은 사람은 1원죄와 모든 본죄(직접 지은 죄)를 용서받습니다. 2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로, 그리스도의 지체로, 성령의 궁전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3그 결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한 몸이 되고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합니다(1262~1270, 1279항).
- 세례는 영혼에 지워지지 않는 영적 표지를 새겨 줍니다. 그래서 한 번 받은 세례는 다시 받을 수 없습니다(1280항).
[평화신문, 2013년 4월 7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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