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65) 마리아에 관한 교리 (3) 마리아는 정말 원죄 없이 잉태되셨나요? -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마리아. 마리아에 관해 믿어야 할 주요 교리 ①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 ②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 ③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④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마리아 셋째,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교회는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것을 믿을 교리로 가르칩니다. 1854년 12월 8일 교황 비오 9세가 교황령 「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을 통해, 이 교리를 믿을 교리로 선포했습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잉태되시는 첫 순간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과 특전으로, 인류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실 공로를 미리 입으시어, 원죄에 조금도 믈들지 않게 보호되셨다"(가톨릭교회교리서 491항). 사람은 누구나 원죄(原罪)를 지니고 태어난다는 것은 가톨릭교회의 중요한 교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 먹지 말라는 하느님 말씀에 불순종하는 죄를 범했습니다. 이 죄가 그 후손들 곧 모든 인간의 본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을 원죄라고 하지요.(원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날 때부터 곧 어머니 뱃속에서 잉태되는 순간부터 원죄를 안고 있는데 동정 마리아만은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이 교리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우선 비오 9세 교황이 선포한 내용을 다시 살펴봅시다.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것이 ㉠ 하느님의 은총과 특전이며 ㉡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실 구원 공로를 미리 입으셨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전능하셔서 못하실 일이 없기에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되도록 능히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에 힘입은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나아가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는 예수님의 구원 공로를 미리 입으신 결과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구원 공로 덕분으로 인간은 원죄 상태에서 해방될 수 있지만 세례성사를 받음으로써 그렇게 됩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예수님의 구원 공로를 미리 입음으로써 잉태되는 첫 순간부터 원죄에 조금도 물들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도 그 물을 담는 그릇이 더러우면 그 물이 더러워지게 마련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잉태할 몸이 원죄에 물들어 있다면 예수님 또한 원죄에 물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성모님 원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은 태중에 예수님 흠없이 모시기 위한 필수적 전제 조건이 되지요.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는 바로 이런 논리적 근거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이 논거 역시 따지고 보면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가 하느님 은총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합시다 결국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는 마리아가 참으로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신 분'임을 재확인하는 한 가지 표현이라고 하겠습니다. 교황 비오 9세가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고 4년 후인 1858년 프랑스 루르드에서 14살 소녀 베르나데타에게 발현하신 마리아는 자신을 '원죄 없이 잉태된 자'라고 밝혔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마리아가 아무리 하느님의 특은을 입었다 하더라도 처녀의 몸으로 아들을 낳으리라는 뜻밖의 전갈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뤄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하고 순명으로 응답하지 않았다면,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지도,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불리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여기서 따 먹지 말라는 열매를 따 먹고 남자에게도 줌으로써 세상에 죄와 죽음을 가져다 준 첫 여인 하와와 처녀가 애를 낳는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에 순명으로 응답해 구세주이신 예수를 낳고 구원 사업의 협력자가 되신 마리아의 놀라운 대비를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인간의 자유를 존중합니다. 우리가 마리아의 위대함을 우러르며 각별히 공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날마다 즐겨 바치는 성모송의 첫 대목을 다시 한 번 읊어봅시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루카 1,28 참조). [평화신문, 2007년 10월 28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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