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70) 원죄란 무엇인가요 원죄란 무엇인가요? 또 원죄교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원죄(原罪)는 인류의 첫 조상인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 명령을 거슬러 범한 죄로서, 그 영향이 단지 아담과 하와에게만 미치지 않고 전인류에게 미치는 죄를 말합니다. 원죄는 아담과 하와에게는 그들이 직접 '범한' 죄 곧 '행위'이지만, 그로 인해 후손에게까지 미치는 원죄는 죄스러운 '행위'가 아니라 죄스러운 '상태'라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이하 교리서)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원죄에 대해 좀 더 알아봅니다. 원죄란 원죄 이야기를 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성경 대목이 있습니다. 구약성경 창세기 3장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당신 모습대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창조하신 만물을 잘 관리하게 하시면서 다만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말도록 하셨습니다. 그런데 뱀의 유혹을 받은 사람은 하느님 명령을 거슬러 그 나무 열매를 따먹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아담과 하와는 낙원에서 쫓겨났고,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땀을 흘려야 했고, 여자는 해산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흙에서 빚어진 인간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 곧 죽어야 할 운명에 처해졌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죄란 하느님께 대한 불순종이자 또한 "하느님의 선하심에 대한 신뢰의 결핍"(교리서 397항)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거역한다는 것은 곧 하느님께 신뢰를 두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을 거슬러 범한 죄는 인간 본성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즉 인간은 원초적으로 거룩하고 의로운 상태에서 하느님과 친교를 누리도록 창조되었지만 하느님께 불순종함으로써 인간 본성이 "원초적 거룩함과 의로움"의 상태에 상처를 입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상처받은 본성, 타락한 인간 본성이 인간 번식을 통해 모든 인류에게 미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가져오게 한 아담과 하와의 죄를 원죄라고 부릅니다(교리서 404항 참조). 교회는 단 한 사람, 곧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제외하고는 모든 인간이 예외 없이 원죄를 안고 태어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원죄는 개인의 잘못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원죄로 인해 인간은 원초적 거룩함과 의로움은 잃었지만 인간 본성이 온전히 타락한 것은 아니라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인간 본성이 "손상돼 무지와 고통과 죽음의 세력에 휘둘리며 죄에 기우는 것"입니다(교리서 405항). 원죄 교리의 이해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을 짓누르는 엄청난 비참이나 죄와 죽음으로 기울어지는 인간의 경향"(교리서 403항)을 너나 없이 경험합니다. 아담의 범죄로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본성적으로 지니는 악으로 기울어지는 이 경향은 바로 원죄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는 인간이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안고 있는 이 원죄가 세례성사를 통해 사함을 받는다고 가르칩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생명을 주시는 그리스도의 은총에 힘입어 우리는 원죄에서 해방된 새로운 인간으로서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세례의 은총으로 원죄에서 깨끗하게 됐다고 해도 원죄의 결과 또는 상흔이라고 할 수 있는 악으로 기우는 경향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교리서는 이렇게 언급합니다. "세례는 그리스도 은총의 생명을 줌으로써 원죄를 없애고 인간을 하느님께 돌아서게 하지만, 약해지고 악으로 기우는 인간 본성에 미친 결과는 인간 안에 집요하게 남아서 영적인 싸움을 치르게 한다"(교리서 405항). 하지만 그리스도의 은총은 우리가 이 싸움에서 굴복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줍니다. 성경은 이렇게 밝힙니다. "한 사람의 범죄로 모든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았듯이,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되어 생명을 받습니다.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듯이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로마 5,18-19). 이 성경 말씀은 원죄 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원죄 교리는,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의 구원자이시며, 모든 사람에게 구원이 필요하고, 그 구원은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복음의 '이면'(裏面)이라고 말할 수 있기"(교리서 389항) 때문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원죄 교리는 인간이 하느님을 거슬러 범한 죄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주시는 은총이 그보다 더욱 크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죄가 많은 곳에는 은총도 풍성하게 내렸다'(로마 5,20)는 성경 말씀은 큰 위안과 힘이 됩니다. [평화신문, 2007년 12월 2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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