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17) 부활 제4주일 - 성품성사
하느님 말씀과 은총으로 교회에 봉사하도록 축성
- 주교품과 사제품, 부제품의 세 품계를 부여하는 성품성사는 하느님 백성인 교회를 위해 특별히 봉사하도록 축성하는 성사다. 사진은 사제 서품식의 핵심인 안수 예절.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요한 10,27). 교회는 착한 목자에 관한 복음이 선포되는 부활 제4주일을 성소주일로 지냅니다.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제들이 많이 나오기를 특별히 기도하면서 그리스도교의 일곱 성사 가운데 하나인 성품성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 살펴봅시다
성품성사는 혼인성사와 함께 '친교에 봉사하는 성사'로 불립니다. 세례성사나 견진성사, 성체성사 같은 그리스도교 입문성사들과 고해성사와 병자성사 같은 치유의 성사들은 모두 개인의 구원과 관련되는 성사이지만, 성품성사와 혼인성사는 개인적인 구원에도 이바지하지만, 그 구원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봉사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성품성사는 '하느님의 말씀과 은총으로 교회를 사목하도록' 불린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성되는 성사입니다. 축성(祝聖)이란 글자 그대로는 축복하여 거룩하게 한다는 뜻인데, 바로 그리스도께서 친히 교회를 위해 사람들을 선별하여 특별한 권한을 부여하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직무 사제직에 참여하는 성사(1544~1553항) : 교회는 그리스도를 유일한 대사제로 고백합니다. "대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바치심으로써 거룩하게 만드신 사람들을 영원히 완전하게 해주셨습니다'"(히브 10,14 ).
이처럼 인류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제사는 단 한 번에 완결된 유일한 제사입니다. 하지만 이 제사는 오늘날 교회의 성찬 제사, 곧 미사 성제 안에 현존합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도 교회의 직무 사제직을 통해 현존합니다. 유일한 참 사제는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지만, 다른 사제들은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신자들은 각자의 소명에 따라 사제이고 예언자이며 왕이신 그리스도의 사명에 참여함으로써 세례로 받은 사제직을 수행합니다"(1546항). 이를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이라고 부릅니다.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과 밀접히 관련돼 있는 그러나 본질적으로 다르면서 특수한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수행하는 사제직을 직무 사제직이라고 부릅니다. 보편 사제직은 신자들이 성령에 따른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실현되지만, 직무 사제직은 신자들이 이 보편 사제직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봉사하고 도와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직무 사제직은 무엇보다도 하느님 백성인 신자 공동체를 위한 봉사 직무이고, 교회의 이름으로 수행하는 직무입니다. 이렇게 교회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백성을 위해 특별하게 봉사하는 직무 사제직을 수행하도록 사람들을 선별하여 축성하는 성사가 성품성사입니다. ㉡ 성품성사의 세 품계(1554~1571항) : 품계(品階)란 원래 고대 로마시대에 조직된 사회 계층, 특히 통치자 계층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교회는 특별히 하느님 백성을 위해 봉사하도록 성품을 받는 이들에게 이 품계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 품계에 받아들이는 예식을 서품이라고 합니다. 성품성사의 품계는 주교품, 사제품, 부제품, 이렇게 셋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 주교 서품은 사도들에게서부터 이어오는 사도들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축성하는 예식입니다. 주교 축성을 "충만한 성품성사"라고 부르는데, 주교들이 수행하는 사제직이 "대사제직, 거룩한 봉사 직무의 정점"(1557항)이기 때문입니다. 주교 축성으로 거룩하게 하는 임무(성화직)와 가르치는 임무(교도직)와 다스리는 임무(통치직)가 함께 부여됩니다 그래서 주교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개별 교회(교구)의 사목을 책임집니다. 또 주교단의 모든 형제 주교들과 더불어 교회 전체에 대해서도 공동 관심을 갖고, 교회의 사도적 임무에 대한 연대 책임도 집니다.
- 사제 서품은 주교들의 협력자로서 봉사 직무를 수행하도록 축성하는 예식입니다. 따라서 사제들은 주교의 협력자로서 주교에게서 위임받은 직무를 수행합니다. 사제들은 대사제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라 참 사제로서 복음을 선포하고 신자들을 사목하며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도록 축성됩니다. 또 자기 주교와 함께 한 사제단을 이루며, 주교의 임무와 관심사를 일부분 받아들여 일상 사목을 수행합니다. 사제와 주교의 관계에 대해 교회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사제들은 오로지 주교에게 속하고 주교와 일치를 이룰 때에만 그들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사제들이 서품 때 주교에게 하는 순명의 서약과, 서품 예식이 끝날 때 주교가 사제에게 하는 평화의 인사는, 주교가 그들을 협력자, 아들, 형제, 벗으로 여기는 반면, 사제들은 주교를 사랑하고 순명하여야 한다는 뜻이다"(1567항).
- 부제 서품은 사제직이 아니라 오로지 봉사 직무를 수행하도록 축성하는 예식입니다. 부제들은 특별히 주교에게 속해서 "성찬례 거행 때에 주교와 사제를 보좌하고, 성체를 분배하고, 혼인성사를 주례하여 축복해 주고, 복음을 선포하고, 장례식을 거행하고, 여러 가지 자선 사업에 헌신하는"(1570항) 직무를 수행합니다.
◇ 알아둡시다
주교품과 사제품, 부제품은 유효하게 주교품을 받은 주교만이 줄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품계의 성품성사에 공통되는 핵심 예식은 주교가 서품될 사람의 머리에 안수하고 그 봉사직무에 적합한 성령의 은혜를 내려주시도록 청원하는 고유의 축성 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 누가 성품성사를 받을 수 있나(1577항) : 우선 세례받은 남자로서 독신 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이들만이 성품성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종신 부제는 기혼자도 가능합니다. 또 동방 가톨릭 교회들에서는 그들이 고유한 전통에 따라 주교들은 독신자들 가운데서만 선발하지만, 부제품과 사제품은 기혼 남자들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성품성사의 효과(1581~1589항) : 성품성사를 통해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사제와 예언자와 왕이라는 그리스도의 세 가지 직분을 행할 자격을 얻습니다. 또 세례와 견진 때와 마찬가지로 성품성사도 지워지지 않는 영적 인호를 새겨줍니다. 따라서 이 성사는 두 번 다시 받을 수 없으며 한시적으로 줄 수도 없습니다. 수품자들은 또 그 품계에 적합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은총을 성령의 선물로 받습니다.
[평화신문, 2013년 4월 21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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