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74) 사회교리란 무엇인가요 (1) 사회교리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사회교리는 한 마디로 사회ㆍ경제 생활에 관한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말합니다. 인간은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된 존엄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또한 구체적 시공간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교회는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올바로 살아가면서 구원에 이를 수 있도록 복음의 빛으로 사회ㆍ경제 생활을 위한 올바른 기준과 실천 지침을 제시하는데 이를 통틀어 사회교리라고 합니다. ◇ 사회교리란 교회의 사명은 인간 구원 또는 복음화에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가 선포하는 구원은 인간 안에 있는 영혼만의 구원이 아닙니다. 영혼과 육신으로 이뤄진 전체로서의 인간 구원, 곧 전인적 구원을 교회는 선포하고 그 구원을 위해 교회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전체로서의 인간, 온전한 인간은 추상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 경제적 현실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 존재인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삶이 사회 경제적 문제와 지속적으로 관련돼 있음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결코 복음화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로부터 교회는 사회 경제 생활에 관한 가르침, 곧 사회교리를 제시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교회가 사회 생활이나 경제 생활의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교회는 인간에 대해서는 전문가입니다. 사회 문제나 경제 문제가 인간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인간의 전문가인 교회는 사회 문제와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결코 무관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인간 발전에 도움이 되고 복음화에 기여하도록 사회 경제 생활에서 지켜야 할 기본 원칙과 실천 지침들을 복음의 빛에 비추어 제시해왔습니다. 성경과 성전에 바탕을 둔 이 가르침들은 이미 초기교회부터 있었으나 특히 1891년 교황 레오 13세가 '노동헌장'이라고도 불리는 「새로운 사태」를 발표한 이후 역대 교황들과 교황과 일치를 이루는 주교들의 교도권을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이를 통틀어 사회교리라고 부릅니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교리는 교회가 믿어야 할 신앙의 도리로 가르치는 믿을 교리와는 다릅니다. 믿어야 할 신앙 진리들은 사회 변천이나 시대적 상황에 관계없이 한결같이 믿음으로 고백해야 하지만, 사회교리는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일부에서는 사회교리란 말 대신에 사회적 가르침, 혹은 가톨릭 사회론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평화신문, 2008년 1월 1일, 이창훈 기자] [교회상식 교리상식] (75) 사회교리란 무엇인가요 (2) 이번 호에서는 사회교리의 원리들에 대해 알아봅니다. 지난 호에 잠시 언급했듯이 사회교리는 교회가 믿어야 할 교리로 가르치는 교리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회교리는 구체적 환경에서 판단 기준과 실천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기에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회교리에는 변하지 않는 기본 원리들이 있습니다. ◇ 인간 존엄성의 원리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고 바탕이 되는 원리는 인간 존엄성의 원리입니다. 인간은 하느님 모습대로 창조된 가장 존엄한 존재입니다. 인간이 하느님 모습대로 창조됐다는 것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 인간은 현세적 차원에 국한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세상 안에 계시지만 또한 세상을 초월해 계시기에, 인간 역시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초월을 향해 열려 있는 존재인 것입니다. 따라서 정의로운 사회는 인간의 "초월적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실현됩니다. 둘째, 인간 존엄성은 다른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침해되거나 훼손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서 "사회 질서와 발전은 언제나 인간의 행복을 지향해야 하며, 인간이 사회 질서나 발전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문화에 대한 모든 계획은 사회에 대한 인간의 우위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교회는 강조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132항). ◇ 공동선의 원리 공동선의 원리는 사회 생활의 모든 측면이 공동선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동선이란 개인의 선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선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별 선의 단순한 종합이 공동선은 아닙니다. 공동선은 공동체 전체의 선이자 동시에 개개인의 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을 위해 공동체를 희생시키는 것이나 공동체 전체를 위한답시고 개개인을 무조건 희생시키는 것도 공동선이 아닙니다. 공동체의 선과 개인의 선은 함께 합니다. 이것이 공동선입니다. 공동선의 원리는 모든 인간이 똑같이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데서 나옵니다. 또 사람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또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연유합니다. 그래서 가족부터 단체, 기업체, 도시, 민족 공공체와 국가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어떤 형태의 사회생활도 공동선의 문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개인적으로뿐 아니라 공동체적으로도 공동선을 지향하며 살아야 합니다. ◇ 보조성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는 상위 질서의 사회는 하위 질서의 사회들에 대해 도와주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중앙정부가 개입해서 간섭하는 것은 보조성의 원리를 실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그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보조하고 지원하는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가정에서 자녀가 할 수 있는 것을 부모가 나서서 다 해주거나 부모에게 다 미루는 것도 어떻게 보면 보조성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조성의 원리가 잘 지켜질 때 사회 중간 단체들은 그들 고유의 임무를 다른 상위 단체들에게 부당하게 양도하도록 강요받지 않고 제 임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조성의 원리가 잘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는 사회 중간 단체들은 결국 상위 단체들에 흡수되거나 대치되어 고유의 품위와 본연의 위치를 잃게 됩니다. 따라서 보조성의 원리가 잘 지켜지려면 하위 단체와 상급 단체 양측 모두의 적절한 처신이 요청됩니다. ◇ 연대성의 원리 연대성의 원리는 개인이 사회에 대해, 사회는 개인에 대해 서로 의존하며 서로 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연대성의 원리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서뿐 아니라 집단과 집단의 관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며 또한 평등한 존엄과 권리를 지닌다는 데서 연유합니다. 이 연대성의 원리로 인해 인간은 다른 사람이 또는 다른 집단이 겪는 곤궁과 비참과 불의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안됐다'고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해 투신하려는 결의를 굳히게 됩니다. 따라서 연대성의 원리는 모든 사람이 서로 깊은 유대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도록 해줍니다. 인간 존엄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선의 원리와 보조성의 원리, 그리고 연대성의 원리는 사회 생활의 모든 국면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은 물론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단체의 삶을 이 원리들에 비추어 점검해보고 이 원리들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평화신문, 2008년 1월 6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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