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서 DOCTRINE

교리 자료실

제목 사회교리: 사회의 기초이며 목적인 인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9 조회수3,223 추천수0

[김명현 신부의 사회교리] 사회의 기초이며 목적인 인간

 

 

사회교리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사회교리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거창해 보이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간단하다. ‘인간’이다. 달리 말해서 사회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가를 문제삼기에 사회교리의 핵심 내용은 인간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회에서 인간이 중요한가? 그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인간 사회이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 즉 인간 사회의 주인공은 인간이다. 따라서 인간이 사회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 비록 인간이 사회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으며, 인간 각자가 사회의 구성원이지만 기계의 부속품처럼 취급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인간이 모든 사회 제도의 척도, 즉 기초이고 원인이며 목적이다. 달리 말해서 가정·마을·지역사회·국가 등 모든 공동체는 인간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에 공동체 구성원인 인간이 공동체의 기초이며 원인이다. 모든 공동체는 그 구성원인 인간의 복리를 위해 존재하기에 인간이 공동체의 목적이 된다. 왜 각종 공동체와 모든 사회제도가 인간을 기초와 목적으로 삼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인간이 지극히 존엄하기 때문이다.

 

 

1. 인간의 존엄성

 

사회질서의 중심은 인간이다. 가톨릭 교회가 사회의 상황·구조 또는 체제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바로 인간이다. 여기서 인간이란 말은 사회적 존재로서, 사회 안에서 생활하며 초자연적 질서를 향해 현실의 질서를 들어 높이는 인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의 모든 제도나 조직이 올바른가, 그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제도와 조직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인간을 도구로 삼는가이다. 이렇게 인간이 사회의 모든 제도와 조직의 척도가 되는 이유는 인간의 존엄성 때문이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인간이 하느님을 닮았으며,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오 12세 교황님은 인간의 존엄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인간은 하나요 삼위이신 하느님의 모상이며, 이것으로부터 출발해서 인간 역시 인격체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이며, 그와 함께 그를 통해 영원한 생명의 상속자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진정한 존엄성이다”(DC 1949,2). 이렇게 인간은 하느님을 닮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으며, 심지어 성부께서는 인간을 위하여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내어줄 만큼 사랑하신다. 그래서 인간은 하느님에게 참으로 소중한 존재이며, 하느님께 소중한 존재로서 모든 인간은 참으로 존귀한 것이다. 또한 하느님은 당신 구원사업을 통하여 인간구원을 목적으로 삼으셨다. 그러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기초요 원인이며 목적이 인간이 되어야 한다.

 

결국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에서부터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동체·각종 단체·모든 제도가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실현한다는 것은 인간이 결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없으며 언제나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회는 하느님에 의해 인간에게 주어진 소명(초자연적 소명을 포함한)을 완성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2. 인권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서 이 세상의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존귀함은 오직 하느님을 닮고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을 받는 존재로서의 존귀함이다. 이러한 인간의 존엄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인간의 권리 혹은 인권이라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존귀함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곧 인권인 것이다. 즉 인간이 존엄하다는 사실에서 보편적이고 불가침적인 인간의 권리가 나온다. 인간이 권리를 지닌다는 것은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인간이 의무와 권리의 주체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회는 인간이 활동하는 장소이며, 동시에 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실현하는 장소이다. 인간은 사회에서 자유로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실현함으로써 자신의 존엄성을 드러내게 된다. 따라서 만약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인간의 권리를 인정하고 보호하여야 한다. 사회가 인권을 인정·보호한다는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을 보호하는 것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말해서 인간의 존엄성을 사회에서 실현시켜 나가는 방법이 곧 인권을 지켜 나가는 것이다. 즉 인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사회에서 구체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동등하기에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동등한 인권을 누려야 한다. 인간이 누리는 인권은 역사의 발전과 함께 변화해 왔다. 즉 인권보장은 자유권적 기본권에서 생존권적 기본권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도 포함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은 생명권, 자유권, 생존권, 사회보장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생명권이란 모든 인간의 육체적·영적 생명의 보장과 관련되며, 자유권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과 관련되며, 생존권은 생계수단의 보장과 관련되고, 사회보장권은 인간은 어떤 경우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아야 됨을 뜻한다.

 

 

3. 세상은 인간을 위한 것

 

과연 오늘날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살펴보자. 먼저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을 살펴보자. 한 가정이 올바른 가정(성가정)이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가정의 구성원은 서로를 존중해야 하며, 서로를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부모는 자식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 하고, 자식은 부모를 공경하기보다 부모의 재산에 더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 형제는 서로 돕는 존재가 아니라 부모의 재산을 나누어 가져야 하는 경쟁자일 따름이다. 이제 가정은 삶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단지 숙식을 제공하는 장소로 전락함으로써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사회는 어떠한가? 회사에서 기업주와 노동자는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도 기업주는 노동자를 생산의 도구로 생각하고, 노동자는 기업주를 착취자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기에 과격한 노동투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기업주는 비자금 등의 명목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 또한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은 인간을 존중하기보다 모든 사람을 자신의 권력과 부를 위한 도구로 보기에, 오늘날 각종 게이트가 발생하고 국민들은 정치 지도자와 고위 공직자를 불신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존경하고 아끼는 관계가 되지 못하기에 학생들의 인격 완성보다 성적을 더 중요시함으로써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가정이 깨어진다, 교실이 무너진다, 회사가 망한다, 정치를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왜 오늘날 가정과 학교 그리고 회사가 혼돈 속에 빠져있고, 정치는 혼탁의 늪을 헤매고 있는가? 왜 이다지도 혼란스러운가? 그 근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바로 인간을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먼저 인간을 존중하는 문화를 건설하여야 한다. 인간을 존중하고 인간을 위한 사회, 즉 인간을 목적으로 삼는 사회란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인격적 완성과 각 개인의 초자연적 소명을 완성할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각자의 인격적 완성과 초자연적 소명의 완성을 배려하고 장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사회적 소명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을 목적으로 삼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모든 조직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4. 글을 마치면서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현대인들은 수많은 조직(가정·교회·학교·회사·동아리 등)의 구성원으로 각종 제도(교육제도·경제제도·정치제도 등)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속한 수많은 조직과 제도가 과연 올바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러한 조직과 제도가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가?’이다. 인간을 목적으로 삼는 사회는 모든 사람의 인격 완성과 초자연적 구원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이며, 각자의 인권이 살아있는 사회이다. 과연 우리가 속한 사회가 그러한지 점검해 보자. 그리고 인간을 목적으로 삼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 모두는 선의의 모든 사람과 연대와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월간 빛, 2002년 2월호, 김명현 디모테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