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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굶주림의 문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9 조회수2,929 추천수0

[사회교리] 굶주림의 문제

 

 

21세기 인류는 기술과 과학의 발전 덕분에 과거의 그 어느 시기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물질적·경제적 발전의 이면에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한끼의 식량을 찾아 헤매고 있다. 얼마나 굶고있는가? 얼마나 많은 인류가 기아로 고통 당하고 있는가? 빈곤으로 인하여 비참하게 생을 연명해 가는 사람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도우라고 교회는 가르치고 있다.

 

 

1. 얼마나 굶고 있는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6월 18일 세계 49개 최저 개발국의 빈곤에 대한 연구결과인 「가난의 덫으로부터 탈출」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저 개발국 국민의 80% 이상이 하루 2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생활하며, 아프리카 최저 개발국에서는 국민의 65%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나라에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사람은 지난 30년 동안 1억 3,800만 명에서 3억 700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2015년엔 최소 4억 2천명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연명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먹어야 살 수 있다. 음식을 배불리 먹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요즈음 40대 이상의 사람에게 가난이라고 말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배고픔이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 약 8억 1,500만 명이 지독한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8분의 1 이상이 하루에 1백∼4백Kcal(밥 한 공기가 약 3백Kcal)로 생활하고 있으며, 굶어 죽는 사람은 매년 3천 6백만 명에 이른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에 하루 1달러 미만의 식비로 생활하는 사람이 약 11억 명에 이른다고 발표하였다.

 

우리 나라에선 하루에 11,434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경제적 가치가 연간 4조 7천억 원에 이르고, 이를 처리하는 데도 연간 4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 그런데 16만 명의 어린이가 굶고 있다.

 

한쪽에선 푸짐하게 밥상을 차려 배불리 먹고 남은 것을 버리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살아가고 있다.

 

 

2. 왜 굶고 있는가?

 

할아버지가 음식 투정을 하는 손자에게 교육을 시킬 마음으로 과거 어려웠던 시절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옛날에는 가난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손자 녀석이 “할아버지, 밥이 없으면 라면 끓여 먹으면 되잖아요?”라고 대답했단다. 이 말에 할아버지는 할 말을 잃었다.

 

왜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가? 먹을 것이 부족한가? 아니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 11억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인구에 비하여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굶주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류는 기아를 극복하기 위하여 농토를 개간하였고, 식량자원을 개량하였다. 그 결과 이제 식량은 인류가 먹고 남을 정도가 되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30년 간 식량은 인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열량이 2,410Kcal에서 2,800Kcal로 늘어났다고 전한다.

 

올해(2002년) 곡물 공급량은 약 24억 톤 정도이며, 전 세계 인구가 올 한해 소비할 곡물량은 약 19억 톤이다. 올해만 해도 약 5억 톤의 곡물이 남아돌게 된다. 이렇게 곡물이 창고에 쌓이고 있는데도 인류의 8분의 1이 굶주림에 허덕인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1996년 세계식량 정상회의에서 2015년까지 기아인구를 현재의 50%수준인 4억 명으로 낮추기 위해 식량지원계획을 세웠으나, 지난 5년 간 기아인구는 800만에서 815만 명으로 늘어났다. 기아 인구가 늘어난 이유는 자연재해와 전쟁, 식량지원 봉쇄정책 그리고 선진국들의 이기심 때문이다. 자연재해 이외의 기아의 원인들은 모두 인간의 이기심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세계 기아의 가장 큰 원인이 연대성을 잃어버린 이기심 때문이다. 국가간의 연대성,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연대성을 잃어버리고 자신들만의 부유하고 안락한 삶을 바라는 이기심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이 기아에 허덕이게 되었다.

 

 

3.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오늘날 기아 문제의 해결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애덕의 실현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교회는 굶주리는 민족들의 처절한 부르짖음을 귀담아 듣고, 함께 괴로워하며, 모든 사람들을 불러 도움을 청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펴도록 가르치고 있다. 특히 교황은 사회회칙을 통하여 기아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그 해결점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나라는 식량, 특히 곡물이 넘쳐흐르는 반면에 어떤 나라는 국민 대다수가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즉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후진국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 기아문제의 해결은 한 국가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부유한 국가들이 정의와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가난한 국가들을 도와주어야 한다.(참조. 어머니와 교사, 161)

 

교회의 가르침은 하느님께서 세우신 도덕질서에 거스르는 인구증가의 억제를 통하여 기아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배격하고 있다.(참조. 어머니와 교사, 185-189) 즉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의 뜻에 거스르는 방법으로 산아제한을 통해 기아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왜냐하면 기아문제의 해결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이기에 인간 생명을 침해하는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아문제의 올바른 해결책은 경제 및 사회발전과 관련된 모든 제도, 모든 기구와 조직이 인간 개인의 존엄성과 사회 전체의 진정한 선익에 봉사하는 방법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기아에 시달리는 국가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은 부유한 국가에도 이득이 된다. 이는 특정 국가에서의 잉여 농산물의 생산은 모든 국민 계층에 손실을 낳을 수 있다. 왜냐하면 잉여 농산물은 농산물의 가격 폭락을 가져오고 농업의 파탄과 더불어 나라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부유한 국가들이 자신들의 이익에만 급급한다면 기아에 시달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할 뿐 아니라 국제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따라서 잉여 농산물이 있는 국가는 긴급 구호를 필요로 하는 나라의 빈곤과 기아의 해결을 위해 도움을 주어야만 한다.

 

선진국의 식량원조는 가난한 나라의 기아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부유한 나라는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하여 가난한 나라들의 농업과 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낙후된 체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사실 기아 문제는 단순한 식량자원의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 체제의 낙후에서 비롯되며, 타의 도움 없이 가난한 나라 자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은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 훌륭한 기술 훈련과 직업 교육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자본을 소유하게 하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참조. 어머니와 교사, 163)

 

이렇게 선진국이 가난한 나라를 도우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국의 생활 양식의 모방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의 고유의 자연이나 전통 문화와 풍속 또는 그 독특한 국민성에서 나오는 명백한 특징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4. 글을 맺으면서

 

오늘도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와 한 민족인 북한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1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 나라 농축수산물 수입 전체 액수(약 9조 5천억, ’99)의 1.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우리 나라 자동차 연간 수출액에 맞먹는 액수이고, 상암동 축구장을 70개 이상 지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경제 손실 금액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을 돕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먹다 남은 음식을 생각 없이 쓰레기로 버리는데 우리의 이웃인 노숙자,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의 가정에서는 그것이 없어서 배를 움켜쥐고 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식량 부족으로 극도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모든 사람에게서 특히 부자들에게서 이러한 책임 의식을 일깨워야 할 필요가 있다.”(상동 참조) 특히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지체들로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선진국들이 먼저 가난한 국가,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도와주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교황 요한 23세와 바울로 6세를 비롯하여 요한 바울로 2세 교황은 세계 기아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으며, 국제식량기구(FAO)의 활동을 도울 뿐 아니라 성청기관 ‘국제 카리타스(Caritas Internationslis)’를 통하여 기아민 구조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활동에 적극 호응하여야 할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 굶주리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고 도와야 한다.

 

“누구든지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의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도 마음의 문을 닫고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1요한 3,17)

 

[월간 빛, 2002년 8월호, 김명현 디모테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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