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82) 주님의 기도 풀이 (상) 이번호부터는 '복음 전체의 요약'이라고 불리는 기도이자 그리스도교의 기본이 되는 기도인 주님의 기도에 대해 「가톨릭교회교리서」를 중심으로 두 번에 걸쳐 알아봅니다. 복음서에는 주님의 기도에 관해 두 가지가 전해져 옵니다. 루카가 전하는 주님의 기도(루카 11,2-4)와 마태오가 전하는 주님의 기도(마태 6,9-13)입니다. 루카복음에 나오는 주님의 기도는 다섯 가지 청원으로 이뤄진 짧은 기도이고, 마태오복음에 나오는 기도는 일곱 가지 청원으로 이뤄진 긴 주님의 기도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마태오복음의 긴 기도문을 기본 기도문으로 채택해 전례를 비롯해 각종 예식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도를 '주님의 기도'라고 부르는 것은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기도이자 주님이신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는 기도라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기도하라고 여러 차례 당부하셨고 또 친히 기도의 모범을 보여주셨지만 직접 가르쳐주신 기도는 이 주님의 기도가 유일합니다. ◇ 가장 완전한 기도 대 신학자인 성 토마스 데 아퀴노는 주님의 기도를 '가장 완전한 기도'라고 불렀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첫째, 우리가 올바르게 바랄 수 있는 것을 모두 청할 뿐 아니라 둘째, 우리가 마땅히 청해야 할 순서대로 청하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기도는 "청해야 할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줄 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정서까지도 형성시켜 준다"고 성 토마스는 말합니다. 성 아우구스티노 역시 주님의 기도가 모든 청원 기도의 핵심임을 이렇게 설파했습니다. "성경에 실려 있는 모든 청원을 살펴보십시오. 나는 여러분이 그 안에서 주님의 기도에 포함돼 있지 않거나 연유하지 않는 어떤 것을 발견하리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는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전례기도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기도는 또한 교회의 기도입니다. 실제로 주님의 기도는 교회가 바치는 공적 기도인 「성무일도」의 기본 요소입니다. 또 그리스도인 생활의 원천이요 정점인 전례, 특히 성찬례 때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찬례에서 "감사기도와 영성체 사이에 바치는 주님의 기도는 한편으로는 성령청원기도에 담겨 있는 청원과 전구를 요약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영성체로 미리 맛보게 될 천국 잔칫집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2270항).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주님의 기도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고 하느님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 일곱 가지 청원으로 이뤄져 있지요. 우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고백합니다. 아버지는 단순한 호칭이 아닙니다. '아버지'라고 고백할 때는 그분이 나의 뿌리, 나의 기원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죄스러운 인간이 감히 가까이할 수 없는 지극히 거룩하신 분, 거룩함 자체이신 분이시지만, 우리는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버지!"라는 고백에는 자녀다운 신뢰심과 함께 우리를 당신 자녀로 삼아주신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찬미, 흠숭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나아가 주님의 기도는 아버지를 '우리 아버지'로 고백합니다. 이것은 '너희 아버지'와 구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두가 하느님의 한 자녀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라는 고백에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갈라진 그리스도인들도 하나가 되게 해달라는 염원과 호소가 들어 있습니다. 이 고백에는 아직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도 하느님을 아버지로 받아들여 우리와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도 담겨 있습니다. 또 우리 자신이 아버지의 한 자녀로서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일치와 친교를 이루겠다는 다짐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우리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이십니다. 하늘이란 특정한 공간 또는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존재 양식'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하늘이라고 해서 저 멀리에 계시는 분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위엄을 가리킵니다. 아버지이신 하느님은 지극히 거룩하시며 모든 것을 초월해 계십니다. 이를 가리키는 표현이 '하늘'인 것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하는 주님의 기도는 이처럼, 사랑하시는 아버지로서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는 그러나 지극히 거룩하시며 모든 것을 초월해 계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와 감사와 흠숭의 정을 고백하며 자녀다운 신뢰심으로 겸손하게 청원하는 기도입니다. [평화신문, 2008년 3월 2일, 이창훈 기자] [교회상식 교리상식] (83) 주님의 기도 풀이 (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하는 주님의 기도에는 모두 일곱 가지 청원이 나옵니다. 전반부의 세 가지 청원은 하느님 아버지에 관한 것이고, 후반부의 네 가지 청원은 우리에 관한 것입니다. ◇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첫 청원은 거룩하신 아버지 이름을 우리가 받들어 모시도록 해달라고, 우리를 통해서 아버지 이름이 거룩하게 빛나도록 해달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성 치프리아노는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그분을 거룩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자신을 거룩하게 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1,44)는 말씀에 따라 우리가 꾸준히 거룩한 사람으로 살 수 있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서 아버지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인 우리가 거룩하게 살도록 노력하고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나라는 아버지의 주권이 펼쳐지고 아버지의 다스림이 이뤄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 세상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에 궁극적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두 번째 청원은 이 세상에서 이미 시작된 이 나라가 완성되기를 기도하며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 하느님 나라는 현세 문화와 사회의 진보와는 구별됩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가 오기를 기도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현세와는 무관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투신하도록 자극하고 재촉합니다. ◇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아버지의 뜻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는"(1티모 2,4) 것입니다. 한 마디로, 모든 이가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의 사랑 안에 사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그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매순간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분간하며 그 뜻을 이루도록 노력합시다. 그것이 세 번째 청원에 부합하는 삶입니다. ◇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주님의 기도 후반부에서는 우리 자신에 관한 것을 청원합니다. 네 번째 청원은 자녀다운 신뢰심을 갖고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청하는 것입니다. 이 청원은 또한 '오늘' 엄연히 존재하는 굶주림의 비극을 외면하지 말고 가진 것을 나누라는 호소이기도 합니다. 이 청원은 또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으로 산다는 말씀(마태 4,4)과도 관련됩니다. 날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묵상하며 성체를 모시는 것은 우리에게 일용할 영적 양식입니다. ◇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다섯 번째 청원은 우리가 지은 죄를 용서해주시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제가 붙습니다.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먼저 우리가 용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고 당부하십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먼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를 용서하셨기 때문입니다(에페 4,32 참조). 그 은총에 힘입어 우리는 잘못한 이웃을 용서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여섯 번째 청원은 유혹을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유혹을 받을 때 유혹에 굴복해서 쓰러지지 않도록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또 우리를 선 안에서 성장하게 해주는 시련과, 죄와 죽음으로 이끌어가는 유혹을 분별할 줄 알도록 해달라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참으로 기도의 힘이 필요합니다.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유혹에 쓰러지지 않고 시련을 겪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 악에서 구하소서 마지막 청원은 악의 세력이 주도하거나 선동하는 현재와 과거와 미래의 모든 악에서 지켜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는 또한 평화의 선물과 그리스도의 재림을 꿋꿋이 기다리는 인내의 은총을 간청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치면서 우리는 '아멘'으로 끝을 맺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이 기도 안에 포함된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동의합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신 가장 완전한 기도인 주님의 기도를 기회 있는 대로 자주 바치고 깊이 묵상합시다. [평화신문, 2008년 3월 9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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