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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당이란 무엇인가요: 혼인장애 종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14 조회수20,028 추천수0

[교회상식 교리상식] (86) 조당에 대해 알고 싶어요 (2) 혼인장애 (1)

 

 

'조당' 곧 혼인장애는 가톨릭 혼인의 특징(단일성과 불가해소성)에 위배되는 요인, 또 교회에서 정한 유효한 혼인(성사혼 또는 관면혼)의 요건을 채우지 못할 때에 발생합니다. 혼인장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한국 천주교회 교회법인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에서는 혼인에 대해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평생 부부 공동체를 이루어 가정을 형성하는 사회 제도이고, 영세자들 사이의 혼인은 성사의 품위로 올리셨으므로, 혼인 당사자들 중 한 편만이 신자라도 유효한 혼인을 맺기 위하여서는 교회법과 교회법에서 준하는 국법도 지켜야 한다"(제102조).

 

여기서 핵심은 마지막 구절입니다. 신자들 사이의 혼인은 말할 것도 없고 혼인 당사자들 중 한 편이 신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교회법을 지켜야 하고, 교회법에서 준용하는 국법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혼인 당사자들이 교회법과 교회법이 준용하는 국법을 지키지 않고 혼인을 한다면 유효하지 않은 혼인 곧 혼인장애에 해당합니다.

 

교회법상 유효한 혼인이 되려면 혼인 당사자들이 성직자의 주례 하에 2명의 증인 앞에서 자유의사로 혼인합의를 표명해서 맺은 혼인입니다. 이때 주례는 혼인 당사자들의 본당 신부가 할 수도 있고, 본당 신부의 위임을 받은 다른 신부(또는 부제)가 할 수도 있습니다. 이 혼인은 성사의 품위로 들어 높여집니다.

 

그런데 혼인 당사자들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신자가 아닐 경우에 교회법상 그 두 사람의 혼인은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이들의 혼인이 무효가 되지 않으려면 관할 사제에게서 관면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관면을 받고 맺는 혼인은 비록 교회에서 정한 예식에 따라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성사혼이 아닙니다(사목지침서 제110조). 반면에 관면을 받지 않고 혼인할 경우에는 혼인장애 곧 조당에 해당하지요.

 

교회법은 또 교회법에서 준용하는 국법도 지켜야 한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보편교회법인 「교회법전」에서는 혼인 적령기와 관련해서 남자는 만 16살, 여자는 만 14살이 지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제1083조), 한국교회는 결혼 나이와 관련해서는 민법을 준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개정된 민법에서는 남자와 여자 똑같이 18살이 되면 결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따라서 결혼 당사자들이 모두 신자라 할지라도 18살 아래이면 유효한 혼인을 할 수 없습니다. 유효한 혼인이 되려면 역시 사제의 관면을 받아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혼인장애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장애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봅니다.

 

 

미신자장애

 

앞에서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가톨릭신자와 미신자 사이의 혼인은 무효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 관면을 받지 않고 혼인을 하면 미신자장애에 해당합니다. 신자와 미신자의 혼인을 장애로 설정한 이유는 미신자로 인해 신자가 혼인 후에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거나 또는 자녀를 가톨릭 신앙으로 양육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해서 신자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조치입니다.

 

미신자장애에 해당할 때 관면을 받기 위해서는 신자는 혼인 후에도 신앙생활을 계속하고 자녀들을 가톨릭 신앙으로 양육할 것을 서약해야 합니다. 또 미신자 배우자는 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가톨릭신자와 타교파(개신교, 성공회 등) 신자의 혼인은 어떨까요? 교회법은 이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습니다(「사목지침서」 111조, 「교회법전」 1124조). 그러나 혼인을 해야 할 정당하고 합리적 사유가 있으면 역시 사제에게 관면을 받아야 합니다. 관면을 받기 위한 조건 역시 미신자장애의 경우와 같습니다.

 

우리 신자들 가운데는 이런 혼인법 규정을 잘 몰라서 조당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미신자장애는 그 혼인이 가톨릭 혼인의 특징(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충족하고 있다면, 별 어려움 없이 해소할 수 있습니다. 사제에게 가서 신자 배우자의 신앙생활을 존중하고 자녀들을 가톨릭 신앙으로 키우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면 됩니다.

 

 

생각해 봅시다

 

혼인장애 곧 조당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요. 조당 중인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신자들도 조당에 걸리면 성사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성당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잘못입니다. 조당 중일 경우 고해성사를 보지 못하며 미사에 참여해도 영성체를 할 수 없는 등 신앙생활에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교회로부터 떨어져 나간 것은 결코 아닙니다. 교회 공동체와 신자 개개인들은 조당 중인 신자를 더욱 따뜻하게 형제적 사랑으로 대하고 부족한 가운데서도 신앙생활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격려해야 합니다. [평화신문, 2008년 3월 30일, 이창훈 기자]

 

 

[교회상식 교리상식] (87) 조당이란 무엇인가요? (3) 혼인장애 종류 (2)

 

 

당사자들이 혼인했다 하더라도 교회법 또는 교회법에서 준용하는 국법에 저촉되는 경우 그 혼인은 무효가 됩니다. 이를 혼인(무효)장애라고 부르지요. 지난호에 이어서 혼인장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혼인유대장애

 

혼인유대장애는 이미 혼인의 끈으로 묶여 있는 부부가 이혼한 후에 다시 재혼하려는 경우에 생기는 장애입니다. 자연혼(신자와 미신자의 혼인 또는 미신자들 사이의 혼인)이든지 성사혼(세례받은 신자 사이의 혼인)이든지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인연을 사람이 함부로 끊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생기는 장애입니다. 몇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보죠.

 

1) 세례받은 신자들 간의 혼인, 곧 성사혼을 한 사람들이 갈라선 후 다시 재혼할 경우 그 혼인은 무효입니다. 교회는 이 두 번째 혼인은 결코 인정하지 않으며, 혼인을 하게 되면 조당에 걸립니다. 이 조당, 이 혼인장애는 첫 번째 혼인의 유대가 해소되기 전에는, 곧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죽기 전까지는 결코 풀리지 않습니다.

 

2) 미신자끼리라도 국법에 따라 합법적이고 유효한 혼인을 맺었다면 이 혼인유대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결코 다시 혼인을 할 수 없습니다. 배우자 사망 또는 두 사람의 합의에 의한 합법적 이혼이 확인돼야만 다시 혼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재혼할 경우에 재혼하는 상대편이 신자라면 그 신자는 조당에 걸리게 됩니다.

 

3) 결혼할 때는 두 사람 다 미신자였는데 결혼 후 두 사람이 다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부부는 별도로 혼인성사를 받지 않아도 성사혼으로 품위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위의 1)과 똑같은 자격과 조건이 됩니다.

 

4) 결혼할 때는 두 사람 모두 미신자였는데 결혼 후 배우자 중 한 쪽이 세례를 받은 상황에서 이혼하게 됐습니다. 이때 세례를 받은 신자가 재혼을 하면 조당에 걸릴까요? 이혼 사유가 세례받은 편에 있지 않다면, 조당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를 바오로 특전이라고 하는데 바오로 특전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시 살펴보기로 합니다.) 물론 혼인하려는 상대방이 혼인유대에 매여 있지 않아야 합니다.

 

5) 신자가 관면을 얻어서 미신자와 혼인했습니다(관면혼). 그런데 미신자인 배우자가 혼인 후 세례받지 않은 상황에서 두 사람이 이혼하게 됐습니다. 이 경우 신자는 재혼하면 바로 혼인장애 곧 조당에 해당할까요? 혼인할 상대방에게 혼인장애 사유가 없다면 교황의 특별한 허가를 얻어 장애 없이 재혼할 수 있습니다. (이를 베드로 특전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도 나중에 다시 알아보도록 하지요.)

 

혼인유대장애에는 경우의 수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혼인유대장애에 해당되는지 의심스러운 경우 본당 사목자와 상담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혼인유대장애는 자연혼이든 성사혼이든 혼인은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으므로 사람이 대를 끊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혼인이 그만큼 신성하다는 것이지요.

 

 

적령미달장애

 

교회법에서는 남자 16살, 여자는 14살이 돼야 혼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개정된 민법에서는 남녀 모두 18살이 돼야 혼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적령미달장애에 해당하고 사제의 관면을 받아야 합니다.

 

 

성교불능장애

 

정상적으로 성교할 능력이 없어서 성교가 불가능한 사람은 혼인을 할 수가 없습니다. 혼인 전부터 영구적으로 성교가 불가능한 사람이 혼인을 하면 그 혼인은 무효입니다. 그러나 불임은 혼인장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성품장애

 

부제품 이상의 성직자는 혼인을 할 수 없습니다. 혼인을 했다 하더라도 무효로 취급됩니다. 결혼한 종신부제는 상처할 경우 재혼할 수 없습니다. 성직자가 혼인을 하려면 사도좌(교황청)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 경우 성품 자체에 대한 관면이 아니라 독신의 의무를 관면하게 됩니다.

 

 

수도 종신서원장애

 

종신서원을 한 수도자는 혼인을 할 수 없습니다. 종신서원을 한 수도자가 수도원을 탈회해서 혼인을 하려면 그 수도회가 교황청 설립 수도회이면 사도좌 허락(관면)을 받아야 하고, 교구 설립 수도회이면 교구장의 관면을 받아야 합니다.

 

 

범죄장애

 

혼인을 목적으로 자신의 배우자나 상대방의 배우자를 죽게 한 사람은 혼인을 하려고 해도 그 혼인이 무효로 선언됩니다. 범죄장애에 대한 관면은 사도좌에게만 유보돼 있는데 공개된 범죄장애에 대해서는 한 번도 관면이 실시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평화신문, 2008년 4월 6일, 이창훈 기자]

 

 

[교회상식 교리상식] (88) 조당이란 무엇인가요? (4) 혼인장애 종류 (3)

 

 

지난호에 이어서 혼인장애 종류에 대해 좀 더 알아봅니다. 우리나라 교회법인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제109조는 국법상 금지된 혼인, 즉 한국 민법이 금지한 혼인에 관한 사항들을 열거하면서 "사제는 비록 교회법상으로 그 장애를 관면할 수 있는 경우라도 교구 직권자의 허락 없이는 그 혼인을 주례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조항에 따라 금지된 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중혼(1항)

 

배우자가 있는 자는 혼인하지 못합니다. 이 장애는 아무도 관면할 수 없습니다. 이는 지난호에서 언급한 혼인유대 장애의 한 가지 유형입니다.

 

◇ 연령(2항)

 

남자는 만 18살, 여자는 만 16살 이전에 혼인하지 못한다고 한국 교회법은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지난해 12월 21일 개정한 민법에서는 양성평등을 실현하고자 남녀 모두 18살 이전에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지요. 지난호에 언급한 적령미달 장애에 해당합니다.

 

◇ 혈족(3항)

 

8촌 이내 혈족 사이 혼인을 금하면서, 양자관계 장애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규정합니다.

 

◇ 근친(4항)

 

남계 혈족의 배우자, 남편의 혈족 및 기타 8촌 이내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하며, 인척 장애와 내연관계 장애도 여기에 포함된다는 게 교회법 규정입니다. 그런데 민법의 근친혼 금지 규정은 이보다 더 폭이 넓습니다. 민법 제809조 2항은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또 3항에서는 "6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혈족이었던 자와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지요.

 

◇ 사기 및 강박(5항)

 

혼인 당사자가 혼인의사를 표시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기나 강박에 의한 것이며, 그 혼인은 무효라는 것입니다. 물론 유괴에 의한 혼인(유괴 장애)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 악성 질병 및 기타 이유(6항)

 

혼인 당사자에게 부부생활을 저해하는 악성 질병이나 기타 중대한 이유가 있으면 혼인을 허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호에 언급한 성교불능 장애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지요.

 

교회법 제109조는 이밖에 동성동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는 조항 등을 담고 있습니다만, 이에 상응한 민법 조항들은 삭제됐습니다. 따라서 동성동본 혈족 사이 혼인 금지는 8촌 이내 혼인 금지로 대체된 셈이지요.

 

 

정리합시다

 

지금까지 흔히 '조당'이라고 부르는 혼인장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어떤 경우는 조당인지 아닌지 쉽게 판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안타까운 일들이 종종 생기는 것을 봅니다.

 

어떤 신자가 조당 중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는데 조금 안다는 신자들이 조당 유무를 함부로 독단적으로 판단해서 그 신자에게 상처를 주는 것입니다. 또 조당 중이라 하더라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길이 있는데도 조당이면 전부 다 풀기 힘든 것으로만 생각해 신앙생활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선 본당에서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신자가 '조당'이라는 말에 그만 냉담하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따라서 조당 유무가 의심스러울 경우는 물론 확실하다고 여겨질 경우에도 신자들은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해당 신자가 사목자와 상담을 통해서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필요합니다. 특별히 본당에서 반장이나 구역장, 교리교사 등으로 봉사하시는 교우들에게 각별한 지혜가 요청됩니다. [평화신문, 2008년 4월 13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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