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31)
35. 예수님의 부활
1) 부활은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
예수님의 부활은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 신앙 진리의 정수이다.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이를 중심 진리로 믿고 실천했으며, 성전(聖傳)이 근본 진리로 전승하였고, 신약 성경의 기록으로 확립되어 십자가와 함께 파스카 신비의 핵심 부분으로 가르쳐온 신앙 진리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638항).
예수님 당시에 스스로를 그리스도로 자처하는 거짓 그리스도들이 여러 명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렸지만, 그들이 죽자마자 추종자들은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의 죽음 후에 오히려 더 단단히 뭉쳤고, 신자들이 눈덩이처럼 늘어났습니다. 예수님의 사후에 초대 교회가 이처럼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예수 부활에 대한 선포”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했고 확신했으며, 그로 말미암아 예수께서 진정한 그리스도이심을 믿고 선포하게 되었습니다. 예수 부활은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에 대한 증거였고 교회의 탄생과 성장의 원동력이었습니다.
2) 부활 신앙의 어려움
예수님의 부활이 이처럼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활 신앙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부활은 인간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획기적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우리는 “죽은 줄 알았던 어떤 이가 되살아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가사 상태에서 깨어난 것입니다. 이런 일은 드물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은 예수님의 부활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참으로” 죽으셨지만 부활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종교들에서도 부활을 이야기합니다. 어떤 신이 나쁜 사람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는데, 다시 살아나서 그들을 심판한다는 식의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도 예수님의 부활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다른 종교들의 부활 이야기는 “신들의 부활”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신들은 죽을 수 없습니다. 죽은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참 하느님이시지만 동시에 참 인간”이십니다. 그분은 참 인간이시기에 “참으로” 죽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부활은 너무나도 놀라운 사건입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참으로” 죽은 이가 부활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없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다시 깨어나는 일이나, 죽은 줄 알았던 신들이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는 우리 머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전대미문의 사건이고, 따라서 사람들은 “에이, 그런 일이 어디 있어”라고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부활 신앙을 갖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예수님의 부활 장면이 비디오로 촬영되어 우리에게 증거로 주어진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증거는 성경 말씀뿐이고, 그 내용도 불충분합니다. 성경은 예수님의 부활 근거로서 두 가지를 내세웁니다. 첫 번째는 빈 무덤이고 두 번째는 발현 사건들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근거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역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면 그분의 무덤이 당연히 비어야 하겠지만, 그 반대는 논리적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덤이 비었다는 사실만 가지고 예수님의 부활을 증명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발현 사건들도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발현 사건에 대한 내용들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관련 성경 구절들을 자세하게 분석해야 하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합니다. 다만 발현을 체험한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했다는 사실만 유의하십시오).
3) 부활은 영적인 사건
이처럼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것은 어렵습니다. 부활은 영적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창조주 하느님” 부분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은 영적인 차원, 물질적인 차원, 그리고 영혼과 물질이 결합된 인간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물질적인 세상에서 영적인 세상으로 건너가는 사건이었습니다.
부활하신 당신의 육신으로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의 상태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다른 생명의 세계로 넘어가신다. 예수님의 몸은 부활을 통해서 성령의 권능으로 충만해진다. 예수님의 몸은 그 영광스러운 상태로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한다. 그러므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를 “하늘의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646항).
인간은 영혼과 물질의 결합으로 창조되었지만, 영적인 차원에 대해서는 거의 보지 못하고, 오로지 물질적인 세상에만 몰두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물질적 세상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절대로 부활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4) 부활 신앙에로 나아가는 길
예수님의 부활이 영적인 사건이기에 이것을 이해하고 믿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령의 도우심이 필요합니다. 성령께서는 세상 사물에만 몰두해 사는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어 깨우시어, 영적인 세상을 보게 도와 주십니다. 사도들은 예수님의 발현을 체험하고도 믿지 못하였지만, 성령강림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예수님의 부활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교회 공동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요한 20,24-29의 토마의 불신앙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이 많습니다. 토마는 제자들과 함께 있지 않았기에 예수님의 부활을 의심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제자들과 함께 있을 때 부활하신 분을 뵙고 믿게 됩니다. 이처럼 부활 신앙은 교회 안에 계시는 성령과의 연관 속에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부활 체험은 성경 말씀과 성체성사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에게 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0-32)
[2013년 6월 2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의정부주보 5-7면, 강신모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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