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98) 협동조합의 가능성 보여준 프랑스
예수님 사랑 바탕으로 한 ‘협동조합’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협동조합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적잖은 기여를 한 프랑스도 협동조합의 힘과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나라입니다.
‘교회의 장녀’라고 불릴 만큼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톨릭의 뿌리가 깊은 프랑스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소 보여주신 사랑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협동조합입니다.
프랑스 최대 협동조합 인비보
사치품과 화장품 산업, 패션의 중심 등으로 알려진 프랑스는 농업강국이기도 합니다. 총인구 6400만 명 중 1800만 명(28.7%)이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최대의 농업 선진국입니다.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이 53.9㏊에 달하며 EU 27개국 농업생산의 18.4%를 차지합니다. 특히 포도주(63.1%), 밀(25.5%), 옥수수(21.6%) 등의 품목은 EU에서 해당 산업을 좌우할 정도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프랑스는 2011년 농업부문에서 157억 유로(약 23조원)의 흑자를 냈습니다.
이러한 농업강국 프랑스를 이끄는 배경에는 농산물 협동조합 인비보(In Vivo) 그룹이 있습니다. 인비보는 241개 지역 협동조합이 출자한 연합 사업체로 프랑스 최대 협동조합입니다. 주요사업은 ▲ 종자 · 농자재 ▲ 사료 · 동물약품 ▲ 곡물 수출입 ▲ 농업용 자재유통 등 4개 부문으로, 회원조합과의 공동 투자를 통해 총 74개의 손자회사(지분투자 포함)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핵심 사업인 곡물 유통과 사료 사업은 해외 60개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유럽에서 곡물 거래량 1위, 국내 곡물 저장 능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비보의 지난해 매출액은 57억 유로(8조5000억 원), 배당 전 순이익은 7380만유로(1096억 원), 임직원은 6730명에 이릅니다.
인비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연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비보는 회원조합과의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한 공동 투자를 원칙으로 합니다.
곡물 수출사업의 경우 회원조합은 생산을 담당하고 계열사인 ‘인비보 그레인’은 컨설팅·매입·저장·시장교섭과 해외판매를 담당하는 식입니다. 회원농협이 생산한 곡물을 시장가로 매입해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최적의 시점에 세계 시장에 내다팝니다. 믿음에 바탕 한 이러한 철저한 분업시스템으로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주요 생산국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곡물부문 사업은 전년보다 85%나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한 인비보는 전 세계 네트워크를 활용한 연구개발(R&D)을 바탕으로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함으로써 협동조합의 장점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사료와 동물약품을 취급하는 ‘인비보 NSA’의 경우 모든 사업은 프랑스·브라질·베트남·인도 등 전 세계 12개 연구소에 소속된 130여 명의 과학자들이 다양한 품종 및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해 이뤄낸 연구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집니다. 축종별 축적된 자료와 연구결과를 서로 공유하고 동물약품 개발·판매·컨설팅에 접목시킴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국제 곡물시장에서 인간 중심적이며 친환경적인 접근을 통해 자신들이 만들어낸 제품에 가치를 입혀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인비보의 모습은 그리스도인들이 지향해야 할 바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평화신문, 2013년 6월 23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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