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서 DOCTRINE

교리 자료실

제목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34: 성령을 믿으며 (1)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30 조회수2,115 추천수0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34)


38. 성령을 믿으며 (I)

지난 시간까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공부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시면서도 하느님이십니다.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신비 때문에, 예수께서 인간이시며 동시에 하느님이시기에, 우리들의 구원자가 되실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신비를 마주하게 됩니다. 성령 하느님의 존재입니다. 성령께서는 성부, 성자와 구별되시면서도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세상을 깊이 바라보면 그 원인으로서의 창조주이신 성부 하느님을 인정하게 됩니다. 또한 성자 하느님은 사람이 되셔서 우리들과 함께 생활하셨기에 최소한 그분의 겉모습만큼은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령은 인간의 이성이나 감각으로 전혀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께 대한 믿음이 성부, 성자께 대한 믿음보다 더욱 난해합니다. 그렇지만 성령께 대한 믿음은 창조주 하느님의 믿음, 구원자 예수님께 대한 믿음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성령께 대한 올바른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참된 그리스도교 신자가 될 수 없습니다.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

1) 제자들의 성령 체험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사도 2,1-4)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제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를 하는 중에 이상한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금 읽은 성서 구절처럼 불같은 기운이 그들을 감싸게 되었고 그들은 기쁨과 용기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예수님께서 생전에 그들에게 하셨던 말씀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날 저녁에,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사도들은 예수님 말씀대로 성령을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사도들은 자신들 안에 계시는 성령의 힘으로 말미암아 예수 그리스도를 보다 더 깊이 체험하게 되었고, 온갖 박해와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었습니다.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 그분께서 너희와 함께 머무르시고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요한 14,16-17).

2) 성령은 누구신가

① 사도들의 성령 체험은 심리적 현상이 아니다

사도들이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강렬한 감동과 위로와 힘을 체험했음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체험이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비판적인 사람들은 사도들의 성령 체험을 단순한 심리적 현상으로 축소시켜 버립니다. 우리는 2002 월드컵 때 경기를 응원하면서 엄청난 감동과 하나됨을 체험했습니다. 이처럼 사도들의 성령 체험도 집단적인 열광 상태를 체험한 것뿐이라고 단정짓습니다. 물론 겉으로만 보면 월드컵 경기나 사도들의 성령 체험은 비슷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의 과정이 다릅니다. 월드컵의 열기는 곧 잊혀졌습니다. 그러나 사도들의 성령 체험은 2천년 교회 역사를 통해서 두고두고 신자들에게 기억되고, 체험되고, 신자들의 삶을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② 성령은 하느님이시다

초대 교회 신자들에게 있어서 성령의 존재는 부인할 수 없는 생생한 현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성령이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구약성서에서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돌보시기 위해 천사들을 파견하시는 구절이 자주 나옵니다. 따라서 성령을 천사들 중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초대 교회에서는 성부, 성자께서 하느님이심은 인정하지만 성령은 하느님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는 이단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성령은 하느님의 심부름꾼” 정도로 이해하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초대 교회는 “예수께서 하느님이신 것처럼, 성령도 하느님”이시라는 주장을 우직하게 펼쳤습니다. 초대 교회가 성령을 하느님으로 고백하게 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체험이었습니다. 부활로 말미암아 예수님께서 하느님이심이 드러났습니다. 매일같이 함께 생활하던 예수께서 하느님이셨습니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은 더 이상 멀리만 계시는 분이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인간을 사랑하셔서 다가오시고 내려오시는 하느님이 계시된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신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들 안에서 생생하게 활동하시는 성령을 하느님으로 알아보지 못하고, 하느님의 심부름꾼 정도로만 이해할 뿐입니다. 그러나 부활을 이해하는 신자들은 성령이 “성부, 성자와는 구별되지만, 또 다른 하느님”이심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3) 하느님 구원의 실현인 성령 강림

성령께서는 우리를 위한 구원 계획의 처음부터 끝까지 성부와 성자와 함께 일하신다. 그러나 구원을 위한 성자의 강생으로 시작된 이 ‘마지막 때’에 이르러서야 성령께서는 계시되고 주어지고 위격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지셨다. 이때에는 새로운 창조의 ‘맏이’이시며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 하느님의 이 계획이 성령이 주어짐으로써 교회, 성인의 통공, 죄의 사함, 육신의 부활, 영원한 생명 등으로 인류 안에서 구체화될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686항).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성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성취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구원이 실제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은 성령의 강림으로 가능해집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로 교회의 일원이 되면서 구원의 삶에 발을 들여 놓습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통공의 삶을 살게 되고, 죄를 용서받고,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희망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모든 구원의 열매들이 성령의 강림으로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실현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신경은 성령 하느님께 대한 믿음 부분에 구원의 삶의 내용들을 포함시키는 것입니다(“성령을 믿으며,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다음 시간에 이 주제를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013년 6월 23일 남북통일 기원 미사(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의정부주보 5-7면, 강신모 신부(선교사목국장)]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