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가톨릭교회 교리서] 주교, 사도들의 후계자
교회 안에는 다양한 신분이 있습니다. 교황, 추기경, 주교, 신부, 부제, 평신도, 봉헌생활자 등의 신분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각 지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교회의 특징을 잘 드러냅니다.
이러한 교회 내 신분들 가운데 우리가 교구장 또는 교회 지도자의 신분으로 알고 있는 ‘주교’는 교회의 특성과 관련하여 무척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교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감독자, 관리자, 보호자, 수호자’를 뜻하는 그리스어 ‘에피스코포스(?π?σκοπο?)’를 번역한 것입니다. ‘-위에’라는 뜻의 ‘에피(?π?)’와 ‘경비원, 경계하는 이, 정찰하는 이’라는 뜻의 ‘스코포스(σκοπ??)’가 합성된 이 말은 그리스도교에서 목자의 의미가 첨가되어 말씀과 통치의 직무를 지닌 지도자를 뜻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주교가 왜 교회의 특성과 관련하여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면 교회의 ‘특성’과 교회 내 ‘신분’에 대해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가톨릭교회 교리서」(이하 ‘교리서’)의 가르침과 교리서가 인용하는 성경구절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교회의 특성과 교회 내 신분에 대한 교리서의 가르침
교리서는 교회의 특성에 대해 니케아 -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 나오는 표현인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라는 말을 통해 설명합니다. 이 네 속성들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며 교회와 교회 사명의 본질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것입니다(811-812항).
먼저 교회는 그 기원상 하나인데, 그 설립자와 영혼으로 하나입니다.
교회에서 다양성 안에 일치를 이루게 하는 끈은 무엇보다 사랑이며, 사도들로부터 이어받은 신앙 고백, 성사의 공동 거행, ‘사도적 계승’ 역시 친교의 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813-816항).
하지만 교회는 분열과 불화로 단일성에 상처를 입었기에, 분열에서 유래된 공동체의 구성원들도 주님 안의 한 형제로 여기며, 교회 일치를 회복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817-822항).
교회는 또한 거룩합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인 교회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화되며, 그분을 통하여 그분 안에서 세상을 성화시키는 도구가 됩니다. 교회의 구성원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서 끊임없이 참회와 쇄신에 힘써야 하며, 동시에 사랑을 핵심으로 하는 성덕을 추구해 나가야 합니다 (823-829항).
교회는 보편됩니다.
‘가톨릭’이라는 말에는 ‘전체성’, ‘온전성’, ‘보편성’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교회는 그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기 때문에,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전 인류에게 교회를 파견하셨기 때문에 보편적입니다(830-835항).
이러한 까닭에 교회는 자신의 잘못 없이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구원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할 선교의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836-856항).
교회는 사도로부터 이어옵니다.
성부에게서 파견되신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을 파견하셨고, 교회는 바로 이 사도들 위에 세워졌습니다(857-859항).
사도들의 직무 가운데 주님 부활의 직접적인 증인이라는 점은 전수될 수 없지만, 세상 끝날까지 함께 있겠다는 주님의 약속으로 사도직의 영구적인부분은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을 통해 전수되었습니다(860-865항).
이러한 네 가지 특성을 지닌 교회 안에는 다양한 신분들이 있는데 바로 성직자, 평신도, 그리고 봉헌생활자입니다. 이들은 품위와 행위에 관하여 진정 평등하며 동시에 고유한 직무를 지니고 있기에 교계를 구성합니다(871-879항).
주교단과 그 으뜸인 ‘베드로의 후계자’ 교황은 사도적 권위 안에서 협력자인 사제들과 부제들의 도움을 받아 가르치고 성화하며 다스리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880-896항).
평신도들은 현세의 일을 하면서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과 왕직에 참여합니다(897-913항). 끝으로 봉헌생활자는 청빈, 정결, 순명의 복음적 권고를 서원함으로써 교회에서 미래 세계의 영광을 예고하고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914-933항).
교회의 특성과 교회 내 신분에 대한 교리의 근거가 되는 말씀들
사실, 이 주제에 대해서 교리서는 성경의 말씀보다는 교부들의 문헌과 공의회 문헌, 또는 교회법을 주로 인용합니다. 2,000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형성된 교회의 삶과 전통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인용한 성경구절을 정리해 봅니다(표 참조).
사실, 성경은 교회의 특성과 교회 내 직무에 대한 전통을 형성시킨 ‘원천’입니다. 동시에 성경은 이러한 교회의 특성 안에서 직무를 수행한 이들을 통하여 그 권위를 지켜왔습니다. 선포되는 말씀과 이를 경청하는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성령 안에서 거룩한 전통을 형성시켜 온 것입니다.
세상 끝날까지
교회의 특성과 교회 내 신분에 관한 주제들 중 ‘주교, 사도들의 후계자’라는 주제는 마태오 복음서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성찰해 볼 수 있습니다.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르셨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6-20).
이 구절에는 앞에서 우리가 살펴본 교회의 특성이 잘 담겨있습니다. 곧, 교회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갖고 계신 ‘거룩하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께서 세우셨다는 점과, ‘보편적으로’ 곧 모든 민족들을 위해 ‘사도들’을 파견하심으로써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예수님의 제자가 된 이들 중에서 ‘열한 제자’는 교회 내 여러 신분 가운데 사도들의 특별한 위치를 드러내는 말입니다.
나중에 마티아 사도의 선출과 함께 열두 사도로 재구성될 이 ‘열한 제자’들은 말씀을 가르치고(예언자직), 세례를 주고 경배하며(사제직), 가르친 바를 지키게 하는(왕직) 교회의 초석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는 이들을 통하여 당신의 권한을 수행하십니다. 물론, 이 성경구절은 ‘더러는 의심하였다.’라는 말로 사도들이 가질 수 있는 나약성도 함께 언급합니다.
그런데 이 사도들은 이 말씀을 직접 들었던 ‘열한 제자’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세상 끝날까지’ 이들과 함께 있겠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곧 사도들의 직무를 이어받은 후계자들을 통해 그리스도께서는 세상 끝날까지 당신의 권한을 수행하십니다. 이러한 사도들의 후계자들이 바로 주교이며, 교황은 특히 사도들의 으뜸이자 로마의 주교인 베드로의 후계자인 것입니다.
주교, 사도들의 후계자
우리가 주교의 직무에 대해 이해할 때에 이들이 교회의 지도자이고 결정권자들이라는 점에만 주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은 ‘사도들의 후계자’입니다. 우리와 한 형제이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게 사도적 권위 안에서 그리스도의 직무를 수행하는 이가 바로 주교이며, 이들의 존재를 통해 교회는 사도로부터 이어온다는 중요한 특성을 보존합니다.
복음을 전하러 세상 곳곳으로 파견되었던 사도들은 그곳에서 교회 공동체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후계자들을 두어 교회가 계속해서 성장하게 하였습니다.
사도들을 접했던 초기 교회 신자들의 마음은 오늘날 주교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을 되짚어보는 지표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이는 진정 성서적 전망 안에서 주교직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사도로부터 이어온다. 교회는 든든한 기초, 곧 어린양의 열두 사도 위에 세워졌으며(묵시 21,14 참조), 무너질 수 없다(마태 16,18 참조). 교회는 진리 안에 확고하게 서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들의 후계자인 교황과 주교단 안에 현존하는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을 통해 교회를 다스리신다”(교리서, 869항).
* 고성균 세례자 요한 - 도미니코수도회 수사. 단순하고 즐겁게 형제들과 어울려 살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우리의 사명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현재 한국 도미니칸 평신도회 영적 보조자 소임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6월호, 고성균 세례자 요한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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