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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판공성사를 꼭 봐야 되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21 조회수8,710 추천수1

[살며 배우며] 판공성사를 꼭 봐야 되나요

 

 

“천주교 신자에 맞갖은 생활을 하려고 하니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것도 죄, 저것도 죄’라는 생각에 ‘사는 게 모두 죄인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며칠 전에 부활 판공성사표를 받아놓았는데 부활 대축일 전에는 반드시 고해성사를 봐야만 합니까?”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부활 대축일을 앞두고, 십자가를 지고 해골산을 오르신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하며 회개의 다짐을 거듭하는 사순시기를 지낸다. 40일 동안 계속되는 이 사순시기가 끝날 무렵에는 본당에서 판공성사를 실시한다.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기 위한 대림시기에도 마찬가지이다.

 

한국교회의 특수한 용어인 판공성사란 무슨 뜻인가? 판공(判功)이란 ‘공로를 헤아려 판단한다.’는 뜻이 있다. 공로를 헤아린다는 것은 신자로서 마땅히 알아야 할 교리 지식을 갖고 있는지, 신앙생활의 진보가 있는지 등을 헤아린다는 뜻이다.

 

어느 종교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전통적으로 축제일을 제대로 기념하려고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큰 축제인 부활과 성탄을 맞이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로 신자들은 고해성사를 받는데, 이 시기에 받는 성사를 판공성사라 한다.

 

보편 교회법에는 부활시기를 전후하여 적어도 일년에 한 번은 고해성사를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교회법 제989조). 그러나 우리 한국교회에서는 성탄시기와 부활시기에 고해성사를 보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년에 두 번 실시하게 된다.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유익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부활절은 신자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대축일 중의 대축일이므로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를 준다. 특히 부활절의 계절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절기와 함께 새 생명에 대한 희망과 기쁨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40일 동안 참회와 보속의 시기를 지내고 맞이하는 부활은 고생 끝에 복을 얻는 기쁨으로 자신도 죽었다가 부활하여 지속될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게 한다.

 

이 시기에 모든 신자는 이러한 기쁨을 얻기 위해 고해성사를 보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고해성사가 주일미사와 같이 정기적이고 의무적인 성사는 아니나, 죄의 고백을 통해 자기 성찰과 더불어 하느님의 자녀로 맞갖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신자들 가운데에는 고해성사를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고해소로 발길을 옮기기를 주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죄를 남에게 발설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는 거부감이 많이 작용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은 오로지 죄를 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지켜야 하는 것들을 주시고, 우리가 죄를 짓는지 용의주도하게 살피고 계시는 가차없는 최고의 심판자가 아니다. 성서는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며 우리를 사랑하시고 용서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반복하여 가르친다. 고해성사는 하느님이 참으로 자비하시고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확신시키는 성사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고해성사에서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용서하신다는 기쁜 소식을 듣는다.

 

[경향잡지, 2000년 4월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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