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돋보기] 부모가 함께 준비하는 자녀들의 첫영성체 성녀 소화 데레사의 첫영성체 성녀 소화 데레사는 여섯 살 때에 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하던 중 쌍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걸어가는 한 불쌍한 노인에게 동전 한 닢을 건넸다가 거절당하자 그가 미구에 거절하지 못할 선물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어린 나이에 그녀가 생각해 낸 것은 첫영성체 하는 날에 그를 위해 기도를 해주겠다는 결심이었다. 데레사는 ‘첫영성체하는 날에 청하는 은혜는 무엇이나 다 들어주신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결심한 것이고, 그녀는 결심대로 5년 뒤 첫영성체할 때 그 약속을 충실히 지켰다(“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 참조). 그녀는 첫영성체하던 날의 추억을 다음과 같이 전해준다. “마침내 모든 날 중에 제일 아름다운 날이 왔습니다. 하늘에서 지낸 듯한 이 하루의 아주 작은 일까지가 얼마나 말할 수 없는 기억을 제 머리에 남겨주었는지요! … 그러나 저는 미세한 일까지 말하기는 싫습니다. 밖에 내놓기가 무섭게 향기를 잃는 물건이 있으며 또 세상 말로 옮겨놓자마자 그 은밀하고 신비로운 뜻을 잃어버리는 마음속의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승리하는 사람에게는 숨겨진 만나를 주고 흰 돌도 주겠다. 그 돌에는 그것을 받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새 이름이 새겨져 있다.’(묵시 2,17)함과 같습니다. 아! 제 영혼에 주신 예수님의 첫 번 입맞춤은 참말 즐거웠습니다!”(위의 책 참조). 그녀에게 첫영성체는 예수님과 자신의 융합이었고, 물방울이 큰 바닷물 속에 사라지듯 그렇게 예수님과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첫영성체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교회법 제913조에는 “어린이들에게 지성한 성찬(성체)이 집전될 수 있기 위하여는 그들이 그리스도의 신비를 제 능력대로 이해하고 주의 몸을 신앙과 신심으로 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인식과 정성된 준비가 요구된다.”고 하였다. 이어 제914조에는 “우선 부모들과 부모를 대신하는 이들과 본당 사목구주임은 이성의 사용을 하게 된 어린이들이 합당하게 준비되고, 되도록 빨리 먼저 고해성사를 받은 다음 이 천상 음식으로 양육되도록 보살필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82조 2항에서도 “부모와 사목자는 어린이가 10세 전후에 영성체를 하도록 배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첫영성체 교리반 운영 사례들 위의 교회법과 사목 지침서의 가르침을 요즈음 발행되는 첫영성체 교재들은 나름대로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인보성체수도회 교리연구소가 편역한 “가정교리”의 경우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함께하는 교리 방법을 택하고, 전 교과를 5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마다 고유한 특징을 지닌 예식을 거행하도록 편성하여 교리와 신앙생활의 일치를 도모하였다. 1998년에 생활성서사에서 간행한 “신난다 첫영성체 교리”는 총 16과로 편성되어 있는데 그 중 여덟 과에서 ‘집에서도 신난다’ 항목을 넣어 부모님들과 어린이들이 함께 작업을 하도록 배려하였고, 어린이 피정과 참회예절, 첫영성체 전 하느님께 드리는 약속 예식 등도 뒷부분에 실었다. 인천교구 내 첫영성체 교리반 운영에 대한 몇몇 사례를 보면 교리담당은 주로 본당수녀가 맡거나 간혹 보좌신부들이 분담하기도 했다. 부평지구의 한 본당에서는 120여 명의 첫영성체 대상자를 보좌신부와 수녀가 교리반을 둘로 나누어 지도하였고, 또 다른 본당에서는 세 수녀가 첫영성체 교리를 전담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몇 본당은 어머니 교리교사가 지도하기도 했다. 첫영성체 교리는 대부분 봄 학기 초나 4-5월경에 초등학교 3-6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시작하였고, 성체성혈대축일에 첫영성체 예식을 거행하는 본당들이 많았다. 생활성서사에서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첫영성체를 하는 어린이의 비율은 초등학교 3학년 60%, 4학년 25%, 5학년 10%, 6학년 5% 등이었다. 교리교육 기간은 봄 학기 동안 한 주에 한 번 출석하는 경우와 한 달(주로 4주)간 집중적으로 주당 3-4회(화, 수, 목, 금요일) 출석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었다. 후자의 경우 본당신부가 미리 공지를 하여 어린이들의 학원 출석을 중지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효과적 첫영성체 교리교육을 위한 제언들 1997년 인천 시내에 있는 한 본당의 주임신부 시절 토니 부잔이 창안한 ‘마인드맵’과 인보성체수도회가 펴낸 “가정교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교리교육에 부모를 동참시키는 방법과 마음속에 지도를 그리듯 교리내용을 이해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어린이들의 자발적 참여와 창의적 표현을 이끌어내는 ‘마인드맵’을 첫영성체 교리교육에 적용해 보았다. 부모를 위한 예비모임과 ‘마인드맵’에 대한 소개 강좌를 갖고, 어린이들의 부모 가운데 자원하는 이들을 교리교사로 선발하였다. 어린이들은 즐겁게 ‘마인드 맵’ 작업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여 교리를 배우고 익혔고, 어머니 교사들도 어렵지 않게 교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교리를 마치면서 한 학기 동안 교육한 내용을 모아 “신난다 첫영성체 교리” 교재를 편찬하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은 교리교사 양성에 큰 도움이 되었고, 어머니 교사들의 동참으로 자녀들의 교리반 출석률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마인드맵 교리교육은 고정된 주입식 교육이기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교육의 한 도구이기에 어떤 교재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미 발행된 첫영성체 교재들을 ‘마인드맵’ 방법을 활용하여 교육을 시킨다면 어린이들이 ‘신나는’ 교리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부모의 동참을 위해서는 어머니 인형극단을 조직하여 월례피정과 더불어 온 가족을 초대하여 관람하도록 하였고, 어버이들을 위해 메리지 엔카운터의 사도직 프로그램인 ‘참부모’, ‘참부부’ 과정, 또는 효과적인 부모역할 훈련(PET) 등도 실시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 방법들도 제안해 보고 싶다. 성당에서 지켜야 할 예절, 옷차림, 장소에 맞는 행동 등은 가정에서 부모가 철저히 교육시키고, 봉헌금 또한 부모들이 성당 가기 전에 주는 돈을 그대로 봉헌하기보다는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절약해 모은 정성을 봉헌하도록 교육을 하면 좋을 것이다. 올해 5월 20일 제41차 홍보주일을 맞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미디어를 통한 어린이 교육과 미디어에 올바로 대응하기 위한 어린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어린이들이 분별력을 가지고 미디어를 사용하려면 부모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며, “교회와 학교의 프로그램들이 오늘날 미디어 교육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교리교육에서도 현대문명의 이기인 컴퓨터가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이제는 온라인상으로도 교리교육의 효과적인 방안들이 어린이들에게 많이 제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석재 토마스 데 아퀴노 - 인천가톨릭대학교 총장 신부. 1979년 사제품을 받고 인천교구 교육국장을 지냈으며 마인드맵을 이용한 “신난다 첫영성체 교리”라는 교리서를 엮었다. [경향잡지, 2007년 2월호, 이석재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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