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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발전적인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대한 제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5-02 조회수5,192 추천수1

[경향 돋보기 - 예비신자 교리교육] 발전적인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대한 제언

 

 

시작하면서

 

세례식이 있는 날, 사목자, 수도자, 교리교사 등 모든 본당 신자가 기뻐한다. 새로운 하느님의 자녀들이 탄생하니 기쁜 날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러한 기쁨 뒤편에 서서히 밀려오는 어두운 감정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이들이 과연 얼마 만에 냉담의 길로 들어설까 하는 생각이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어느 때부터인지 세례식이 끝난 뒤 6개월이 지나면, 점차 냉담교우가 되어간다는 통념이 생겨났고, 이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분명 성당 문을 두드릴 때, 예비신자들은 부푼 꿈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관통하여, 자신의 일생을 바꿀 복음을 알게 되고, 신앙을 찾게 된다는 기대 속에서 예비신자 교리교육 기간을 지냈고, 자신들이 그토록 바라던 세례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그렇게 쉽게 자신이 고대하였던 신앙에서 멀어지는 것일까?

 

 

예비신자 교리교육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유들

 

새 영세자들이 쉽게 신앙에서 멀어지는 현상은 분명 예비신자 교리교육 과정에서부터 기인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예비신자들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어려움을 몇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배우는 내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비신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처음으로 접하는 신앙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한 시간의 강의로 모든 것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분위기가 종교 다원주의 상황 안에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 들어온 내용과는 너무나 생소한 내용이 많고, 또한 들어왔던 내용이라고 해도 혼동을 가져올 경우가 많아서,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두 번째는 배우는 내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짧게만 느껴지는 6-10개월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배운다. 교리서에 담고 있는 교리내용도 많고, 덧붙여서 교리 용어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성가, 기도문, 기도 자세, 신자로서의 태도, 다양한 단체에 참여하는 방법 등도 배우고 익혀야 한다. 모든 것을 쏟아붓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니 어떻게 이를 다 소화할 수 있겠는가? 가르치는 분들의 입장에서 이것 좋고 저것 좋고 하면서 다 알려주겠다는 마음이 고맙지만, 그 모든 것을 이 기간 안에 다 숙달하고, 몸에 배이게 하기는 쉽지 않다.

 

세 번째는 교회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단체든 그 단체가 고유하게 사용하는 용어가 있다. 교회의 신앙 용어도 마찬가지이다. 교회 신자들끼리는 쉽게 이해하고 사용하는 말일지 모르지만, 예비신자들에게는 쉬운 용어가 아니다. 시간 안에서 점차 숙달되고 이해되며, 자신의 것으로 표현될 수 있는 교회 용어들을 한순간 다 이해하고 숙달하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네 번째는 마음으로 신앙을 이해시키기보다 머리로 이해하는 지식 중심의 교육이 문제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많은 것을 알고 이해하는 일이 예비신자 교리교육 기간 동안 하는 일처럼 보인다. 그래서 신앙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지성적인 공부나 학습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니까‘예수님을 따르려면 머리가 좋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성경에서 만나는 예수님은 먼저 마음으로 모든 이의 마음을 일깨우시지 않았던가?

 

 

교회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교리교육 총지침”에 언급되어 있는 내용으로 교회가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을 서술해 보겠다.

 

“교리교육의 목적은 한 분이신 하느님, 곧 성부와 성자와 성령 안에서 하는 신앙고백 안에 나타난다. … 교리교육은 신앙고백에 그 기원을 두며 신앙고백으로 인도한다”(“교리교육 총지침”, 82항. 이하 항 표기는 “교리교육 총지침”을 말함).

 

교리교육은 단순히 교리를 알려주어, 교리를 이해시키는 것에 그 목적이 있지 않다. 또한 교리를 문장 그대로 외우는 것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교리교육에서 전해주고 알려주고자 하는 교리는 오랜 기간 동안 교회 안에서 고백하는 신앙고백문이다. 우리가 알기에 단순한 한 문장으로, 한 단어나 구절로 보이는 것이 교리이지만, 이러한 교리는 단순한 문장의 의미를 넘어 그 안에는 교회의 역사 안에서의 신앙고백이 숨겨져 있다.

 

오랜 교회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하느님은 창조주이시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구세주이시다.’라고 고백한 교회 역사 안의 많은 신앙인들의 고백들이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되기 시작하였고, 이것을 우리는 현재 교리서 안에서 하나의 문장으로 만나고 있다. 그러기에 교리 조문 안에 숨겨진 신앙고백문으로서 교리를 알려주고 전달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신앙고백으로 교리를 생각할 때, 그 교리를 전수받는 이들도 교회 역사 안에서 모든 신앙의 선조가 그러하였듯이 똑같은 신앙을 고백하게 된다.

 

“교리교육의 궁극 목적은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만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분과 친교와 친밀을 나누도록 인도하는 데 있다”(80항).

 

교리의 의미가 신앙고백이라는 것으로 이해했다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회는 우리에게 신앙고백을 통해 점차 신앙의 정수에로 이끄는 것이 교리교육임을 알려준다. 곧 그리스도 예수와의 친교와 친밀의 단계로 이끌어줌으로써, “모두가 입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님이시라 찬미하며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게”(필리 2,11)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교리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교리교육의 목적에 비추어 본다면, 교리교육은 단순한 교리의 전달만을 의미하지 않고, 더 깊은 심오한 차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께 귀의하고 그분을 온전히 참되게 믿고 받들며, 그분의 발자취를 따르기로 결심하는 것이다”(53항)

 

교리교육에서 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것은 신앙이다. 이 신앙은 앞서 언급한 신앙고백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고, 그리스도와 친교를 통하여 심화되는 것이며, 결국 자신의 삶의 변화를 독려받으며, 그리스도를 따르겠다는 결단의 삶으로 이끄는 것이다.

 

“신앙은 삶의 변화, 내적 쇄신 곧 정신과 마음의 근본적이고 철저한 변화를 의미한다”(55항).

 

교리교육에서 전수해 주는 신앙은 궁극적으로 전인적 변화를 통해 그 모습이 드러난다. 과거의 삶에서 벗어나겠다는 결단이 신앙고백을 통해, 그리스도와 친교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에, 전인적 변화로의 결심과 노력은 교리교육 과정에서 당연히 일어나야 되는 하나의 결실이다.

 

“신앙은 신자들의 마음속에서 자라나게 되어있는 선물이다. … 신앙의 길에 들어선 사람은 점차 자라 어른이 되는 갓난아이와 같이, 그리스도의 충만함 안에서 성숙하고 완전한 사람이 되고자 지향한다”(56항).

 

신앙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침서에서 강조하였듯이, 점차 자라나고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교리교육이 단 몇 번으로 그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점진적이며, 지속적인 교리교육을 통해 이러한 신앙이 점차 심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달리 표현한다면, 한 번의 교리교육을 통해 신앙을 모두 심어주었다는 확신을 가지지 말자는 것이다. 한 번의 교육으로 모든 신앙고백을 이루어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또한 지속적인 교리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신앙의 맛과 의미를 깨달아가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상에서 언급한 교리교육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현재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현실에 적용시킨다면,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궁극적 의미는 신앙을 알려주어, 교리교육에 참여하는 이들이 신앙고백을 하게 이끄는 것이다.

 

두 번째로 예비신자 교리교육은 교회의 신앙고백에 그 기원을 두어 그 고백을 듣는 이들의 신앙고백으로 나아가는 교육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고백으로의 교육은 마음의 결단을 추구하게 만든다.

 

세 번째는 신앙의 성숙을 위한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교육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신앙은 한순간에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회개, 성숙한 신앙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 있기 때문이다.

 

 

마치면서

 

이상의 교회의 가르침과 방향을 기준으로 예비신자 교리교육 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서술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첫 번째로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기 이전에 예비신자 교리교육 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 많은 경우 현재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체제와 방법에 문제가 있기에 전반적으로 교리교육 방법을 쇄신하고 체제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좋은 교리서를 발간해야 하고, 교리교사를 새롭게 양성해야 하며, 더 좋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거듭나야 예비신자 교리교육이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 언급에서 늘 간과되었던 것은 바로 ‘어떠한 방향의 교리교육을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본질적인 문제, 곧 교리교육의 근본적 방향에 대한 재정립이 없다면, 아무리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해서 획기적인 방법이 탄생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 교회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중요 목표가 신앙을 불러 일으키고, 신앙을 양육하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는 단순하게 교리만을 가르치는 차원을 넘어선 전인적인 형태의 다양한 교육방법을 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교회의 신앙고백을 전달할 수 있는 교리교사의 교수 방법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예비신자 교리교육은 교리 중심으로만 치우쳐 진정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하나의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는 바로 교리교사가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교리를 전해주는 교리교사는 자신이 전해주는 교리에 대한 자신의 고백이 있어야, 그 고백을 듣는 예비신자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교리교사들은 매 순간 자신이 전해주려는 교리에 대한 자신의 신앙고백을 먼저 생각하면서, 교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교수 방법의 전환이 전인적이며, 신앙 양육적인 교리교육의 방향을 재정립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비교육을 비롯한 세례 후 교리교육 곧 지속적인 교리교육의 체계화와 연계성이 필요하다. 현재 예비신자 교리교육은 기간이 짧다고 느껴질 정도로 예비신자 교리교육 기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한다. 너무 많은 내용을 한 번에 알려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지식 전달식 교육으로 변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한 과에 한 가지 정도씩 꼭 알아야 할 것만을 자신의 신앙에 비추어 설명해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신앙은 점차 성숙되어가는 것이기 때문이고, 만일 부족한 내용으로 예비신자들이 의문을 가진다면, 자연스럽게 질의응답의 구조를 통해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세례 후 신비교육이라든지, 지속적인 교리교육의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점차 신앙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 하루빨리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신앙의 입문(入門)을 위한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방법을 제시해 보았다. 이러한 인간적 노력에 하느님이 함께하시기를 청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기”(1코린 12,6) 때문이다.

 

* 정신철 세례자 요한 - 인천교구 신부. 프랑스 파리 가톨릭 대학교에서 실천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인천교구 성소국장과 인천 가톨릭 대학교 교수 그리고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현대 교리교육의 모델”, “교리교육 문헌 해설”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0년 4월호, 정신철 세례자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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