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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69: 전체 민주주의 제도에 위험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상)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29 조회수1,678 추천수0

[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69) 전체 민주주의 제도에 위험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상)

사제들 선언 외면한 교회 미디어



이 면을 통해 독자와 만난 지 한 달(휴간 및 휴재 관계로)을 훌쩍 넘겼다. 그 사이에 이러저러한 일이 많았지만, 교회와 관련한 일로는 각 교구의 사제들이 '선언'을 빼놓을 수 없다. 필자가 알고 있기에도 부산(121명), 마산(77명), 전주(151명), 광주(246명), 대구(103명), 안동(66명), 대전(141명), 원주(57명), 인천(160명), 수원(306명) 등 1000명이 넘는 사제들이 교구별로 서명이라는 형식을 빌려 '의견'을 밝혔다.
 

공동선 추구를 위한 대중매체의 정보전달
 
교회도 여러 언론매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선 각 교구의 주보를 꼽을 수 있겠고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이 있고 또 신문도 있다. 각 매체는 저마다 그 성격이 다르고, 나름대로 취재와 편집의 방향과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게으름 탓으로 꼼꼼히 안 찾아봐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교회의 여러 매체는 각 교구 사제들의 '선언'을 외면했다.
 
교회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정치 공동체의 상황과 사실들, 제시된 문제 해결책을 모르고서는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 이러한 정보의 객관성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가운데,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소수 사람이나 집단들만이 조종하고 있는 뉴스 미디어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에다 통치활동과 금융기관과 정보기관들 사이의 유착까지 더해지면, 이는 전체 민주주의 제도에 위험한 결과를 가져온다"(「간추린 사회교리」 414항).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십계명 가운데 8계명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를 설명하면서 "대중매체를 통한 정보전달은 공동선을 위한 것이다. 사회는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특히 대중매체는 그 이용자들에게 그 수동성을 길러주거나(…) 비판력이 부족한 소비자가 되게 할 수도 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494항).
 
교회는 더 나아가 이렇게 선언한다. "교회와 정치 공동체 모두 자격은 다르지만 동일한 인간들이 개인적 사회적 소명에 봉사한다. 교회와 정치 공동체는 사실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개인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실재 안에 내재된 권리들을 온전히 행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올바로 수행하도록 돕고자, 인간에 대한 봉사를 지향하는 유기적 조직들이다"(「간추린 사회교리」 425항).
 

신앙과 생활은 별개의 세계가 아니다
 
교회의 대중매체가 사제들의 일련의 행위에 대해 외면(?)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소개한 교회의 가르침에 비춰 몇 가지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교회 공동체 내의 "상황과 사실들, 제시된 문제 해결책"을 몰라도 될 정도로 뉴스 보도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즉 "정보의 객관성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필요가 없는, 흔히 말하듯 '시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되는 정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굳이 교우들의 '참여'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둘째로, 사제들의 행위가 "공동선을 위한 것"이 아니며, 이를 전하는 것은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셋째로, 사제들의 행위를 전하는 것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실재 안에 내재된 권리들을 온전히 행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올바로 수행하도록 돕고자 인간에 대해 봉사"하는 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첫 번째 경우, '신앙'과 '생활'을 아무런 관련도 없는 별개의 두 세계, 정치공동체는 지상의 세계를 관장하고, 교회 공동체는 천상의 세계를 관장한다는 식의 주장에 근거하는 것일 수 있다.
 
둘째 경우, 그 때문에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참된 정보는 오직 '하느님과 예수님과 성령'에 관한 것밖에 없다고 여기는 태도에 근거하는 것은 아닌지.
 
셋째 경우, 인위적으로 정한 규칙이나 제도가 '시민으로서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실재 안에 내재된 권리'보다 앞선다는 태도에 근거하는 것은 아닌지.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아직 민주주의 이전의 시대, 곧 전근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평화신문, 2013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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