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71) 세수와 공공지출, 그 불만의 진짜 원인은?
공공지출의 불공정성에 대한 불신
"세수(稅收)와 공공 지출은 시민ㆍ정치 공동체에 매우 큰 경제적 중요성을 지닌다. 공공 재정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발전과 연대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공공 재정은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가는 공공 재정으로 고용 성장을 촉진하고, 기업 활동과 비영리 활동을 지원하며, 무엇보다도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보호제도를 보장함으로써 국가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355항).
감세,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이 하루 만에 개정되는 일이 있었다. 단번에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대한민국 모든 시민의 삶에 작든 크든 영향을 줄 일이 그렇게 쉽게 하루 만에 개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보통 사람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수천만의 시민과 가정의 살림살이 형편이 다르고, 세금에 대한 태도가 다르고, 부담 능력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고 한 해 동안 나라 살림을 염두에 뒀을 테니 말이다. 하루 만에 바꿀 정도로 가볍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데,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필자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은 본당 살림살이를 살필 일이 많다. 예를 들어 몇백 명 참여하는 행사를 치를 때에도 남은 기간 지출할 일들이 무엇이고 얼마나 필요한지 검토하느라 이리저리 따져보고 궁리하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묻고, 괜찮다 싶으면 지출을 결정한다.
두 번째로 떠오른 것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기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것저것 찾아보니, 정부가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을 놓고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는 대목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수정안으로 세 부담이 증가하는 납세자는 연봉 5500만 원 이상 근로소득자 205만 명(소득 상위 13%) 가량으로 애초 3450만 원 이상 434만 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개정안은 연간 4000~7000만 원 구간 소득자의 추가 세 부담을 16만 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수정안에 따르면 연소득 5500~6000만 원의 추가 세 부담은 연간 2만 원, 6000~7000만 원은 연간 3만 원이며, 연소득 5500만 원 미만 노동자들은 추가 세 부담이 발생하지 않거나 줄어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증세액은 애초보다 약 44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충당할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한다.
세금, 공동선 증진 위한 목적도 있어
만일 정부가 계획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공공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앞에서 인용한 사회교리 내용만을 놓고 짐작해보면, '고용 성장을 촉진'하는 일, '기업 활동과 비영리 활동을 지원'하는 일,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보호제도를 보장'하는 일을 줄여야 할 것이다. 국가가 공공 재원으로 할 수 있는 이 일들 가운데 어떤 일을 줄일까?
교회는 '공공지출'에 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공공지출은 연대 의무에 속하는 납세, 합리적이고 공정한 조세 부과, 공공 자원의 정확하고 정직한 관리와 분배 등 몇몇 근본 원칙들을 준수할 때 공동선을 지향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55항).
연봉 3450만 원 이상 소득 노동자든, 5500만 원 이상 소득 노동자든, 6000만 원 이상 소득 노동자든 몇만 원의 추가 세 부담에 실망하고 불만스러웠을까? 그런 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권리는 혜택이므로 늘이고 싶고, 의무는 부담이므로 줄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그 본성으로 사회성이라는 것이 있어, 부담을 줄이고 싶어도 기꺼이 부담을 짊어질 마음을 갖고 있다고 믿고 싶다.
혹시 시민들의 불만이 몇만 원의 추가 세 부담에 있기보다는 정부의 '2013년 세법개정안'을 보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조세 부과"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리고 "공공자원을 정확하고 정직하게 관리하고 분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공공지출이(…) 공동선을 지향"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평화신문, 2013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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