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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30: 십자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08 조회수1,877 추천수0

[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30) 십자가
 
구원의 표상 십자가 지고 하느님 나라 선포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7). 연중 제23주일 복음 말씀의 한 대목입니다. 십자가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신원과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 살펴봅시다
 
십자가는 원래 중죄인을 처형하던 형벌 도구였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는 그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심으로써 십자가는 이제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힘을 드러내는 표상이 됩니다.

㉠ 구원과 일치의 표상인 십자가 : 치욕의 상징이었던 십자가를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몸소 짊어지셨습니다. 이 십자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하느님과 화해시키시고 한 백성, 한 몸 안에서 모든 사람의 일치를 회복시키셨습니다"(813항). 아무 죄가 없으신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악의 모든 무거운 짐을 지셨고, 세상의 죄를 대신 지셨습니다. 그리하여 이 십자가로써 "인류를 노예로 만든 죄에서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1741항). 그분의 십자가 수난으로 우리가 의로워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하느님 뜻에 맞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셨고, 그분의 피는 모든 사람의 죄를 위한 속죄의 도구가 됐습니다"(1992항). 십자가는 이제 더 이상 치욕의 상징이 아니라 구원과 희망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이렇게 노래하며 십자가를 경배합니다. "오 십자가, 유일한 희망이여, 하례하나이다"(617항).

㉡ 성찬례 안에서 현재화하는 십자가의 희생 제사 : 그리스도께서는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셨지만, 십자가에서 완성된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우신 성체성사, 곧 성찬례 안에서 계속 현재화합니다. 교회는 이렇게 가르치고 고백합니다.

"우리 구세주께서는 팔리시던 그 밤에 최후 만찬에서 당신 몸과 피의 성찬의 희생 제사를 제정하셨다. 이는 다시 오실 때까지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세세에 영속화하고, 또한 그때까지 사랑하는 신부인 교회에 당신 죽음과 부활의 기념 제사를 맡기시려는 것이었다. 이 제사는 자비의 성사이고 일치의 표징이고 사랑의 끊이며… 우리가 미래 영광의 보증을 받는 파스카 잔치이다"(1323항).

그래서 교회가 성찬례를 거행할 때 그리스도의 파스카를 기억합니다. 이 성찬례에서 파스카, 곧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현재화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 제사가 제단에서 거행될 때마다 우리의 구원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1364항)고 교회는 믿습니다.

㉢ 완덕의 길인 십자가의 길 :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셨듯이, 그분의 제자들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람들 앞에서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는 그리스도를 따라가야 합니다"(1816항).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확실한 회개의 길이자 또한 완덕의 길입니다. 십자가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완덕에 이를 수 없습니다. "자아 포기와 영적 싸움 없이는 성덕도 있을 수 없다. 영적 진보는 참행복의 평화와 기쁨 안에서 살도록 점차적으로 인도되는 고행과 극기를 내포한다"(2015항).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제자임을 드러내는 표지입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짐으로써 그리스도의 구속 사업에 참여하며 그분의 협력자가 됩니다. 부부는 제 십자가를 짐으로써 그리스도의 도움으로 그리스도인 가정과 혼인의 본래 의미를 깨닫고 이를 생활화할 수 있습니다(1615,2427항 참조). 이렇게 십자가를 지는 일은 모든 일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 십자가를 통한 하느님 나라의 건설과 확장 :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는 남을 짓누르고 정복함으로써 건설하고 확장해 나가는 나라가 아닙니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8)는 말씀처럼, "하느님 나라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 결정적으로 세워질 것"(550항)이며, "십자가의 좁은 길을 통해서 확장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요청되는 삶의 자세는 그리스도처럼 자신의 십자가를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삶에서 사랑과 연대를 실천하는 것과 연관됩니다.
 

◇ 알아둡시다 : 십자성호
 
우리는 세례성사를 받을 때에 이마에 십자표를 받습니다. 이것은 세례로써 우리가 그리스도의 사람, 곧 그리스도인이 됐음을 드러내는 표시입니다. 이 십자표시는 또한 그리스도께서 당신 십자가로 우리에게 얻어 주신 구속의 은총을 의미합니다(1235항).
 
나아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 기도나 활동을 시작할 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고 성호경을 바치고 십자성호를 긋습니다. 이것은 하루 모든 일과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바치며,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로서 성령 안에서 행동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구세주이신 성자 그리스도의 은총을 청하는 것입니다. 이 십자성호는 유혹과 시련 가운데서 우리를 굳세게 해줍니다(2157항).


◇ 한 가지 더 : 준성사와 십자성호
 
십자성호는 준성사의 표징입니다. 준성사는 성사는 아니지만 "성사들을 어느 정도 모방해 특히 영적 효력을 교회의 간청으로 얻고 이를 표시하는 거룩한 표징들"(1667항)을 말합니다. 준성사는 성사처럼 성령의 은총을 주지는 못하지만, 교회의 기도를 통해서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은총에 협력하도록 결심하게 해줍니다.
 
준성사의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축복 예식을 들 수 있습니다. 사람이나 음식, 물건, 장소 들을 축복하는 것은 모두 준성사에 해당합니다. 안수를 하거나 십자성호를 긋거나 성수를 뿌리는 행위 등이 준성사의 표징들입니다(1668, 1671항 참조).
 
[평화신문, 2013년 9월 8일, 이
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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