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 Q&A
“천주교 신자가 점(占)보러 가도 되나요?”
올해도 변함없이 대입 수능시험이 다가옵니다. 시험 앞에 학생들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초췌해지고, 수험생을 둔 부모는 불안과 초조함으로 덩달아 긴장합니다. 자식이 잘 된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만큼 부모의 마음은 간절합니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가 자녀의 입학이나 성공을 위해 점을 보러 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성경은 시련과 도전 앞에서 우리가 택해야 할 길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그 길은 우리보다 앞서 걸어간 신앙인의 발자취를 따르며 그들의 믿음을 본받는 것입니다. 구약시대, 하란에 정착하여 살던 아브라함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내립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1) 그는 안정된 삶의 터전인 고향과 아버지를 떠나라는 말에 근심이 밀려오고,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가라는 말에 불안감은 커져만 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이 말씀을 듣고 순종함으로써 믿음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성모님은 더욱 놀라운 믿음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천사의 말, 처녀의 몸으로 잉태하리라는 말을 듣고 과연 누가 이를 따를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당시에는 처녀가 임신하면 돌에 맞아 죽을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성모님도 처음에는 몹시 놀랐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대답하며 믿음의 극치를 보여주십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우리 앞에 언제나 어둠처럼 드리워지지만 그것이 인간을 지배해서는 안 됩니다. “올바른 그리스도인의 태도는 미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신뢰심을 가지고 하느님의 섭리의 손길에 맡겨드리고 이에 대한 불건전한 호기심을 완전히 버리는 것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115항)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믿음은 생명에 대한 위협마저도 뛰어넘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선조들의 순교를 바탕으로 그리스도교가 전해진 축복의 땅입니다. 생명으로 지켜온 순교자들의 믿음은 우리가 전해줘야 할 진수입니다. 하느님만이 생명의 주인이시고, 자녀들의 행복과 풍요로운 미래가 그분의 약속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대입 수능시험은 자녀들만의 시험이 아닙니다. 자식들이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며 학문적인 바른 답을 찾아갈 때, 부모는 신앙의 시험에서 유혹을 물리치는 삶의 정답을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는 자녀들의 믿음에 흠집을 낼 수 있는 “모든 점(占)을 물리쳐야 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116항) 우리가 불확실한 미래를 넘보며 하느님 이외의 다른 힘의 도움을 구하는 것은 하느님의 계명을 어기는 우상숭배입니다. 부모의 굳은 믿음은 자식의 마음속에 뿌려질 신앙의 씨앗이며 유산입니다. 과거에 아브라함을 부르셨던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그분의 부르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자식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할 때 좋은 대학, 좋은 일자리 그리고 넉넉한 수입만이 행복한 삶의 조건이라는 가치를 버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며, 삶을 통해 실천하며 지켜야 하는 것은 현실의 안일함을 추구하는 일회용 같은 미신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굳센 믿음입니다!
“무서워하지도 말고 놀라지도 마라. 네가 어디를 가든지 주 너의 하느님이 너와 함께 있어 주겠다.”(여호 1,9)
※ 참고 : 「가톨릭교회교리서」 2110-2117항 (사목국 연구실)
[2013년 11월 3일 연중 제31주일 서울주보 4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