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성월 기획] 주교회의 편찬 '가톨릭교회 사말교리' (2) 심판
주님 자비 드러나는 최후 심판, 희망의 날
1. 죽음 이후에는 심판이 온다
가톨릭교회는 사람이 죽으면, 하느님께 심판을 받는다고 믿고 가르쳐왔다. 모든 인간은 상선벌악(常善罰惡) 원리에 따라 심판을 받게 된다.
1) 개별 심판
하느님의 심판은 '개별 심판'(私審判)과 세상 종말에 있을 '최후 심판'(公審判)으로 구분된다. 개별 심판은 각 사람이 죽은 후에 즉시 받게 되는 심판으로, 살아 있던 동안의 행실과 믿음에 의한 셈을 치르는 것이다. 개별 심판 관련 성경 구절로는 불쌍한 라자로의 비유(루카 16,22 참조), 십자가 위에서 회개한 죄수에게 하신 말씀(루카 23,43 참조) 등이 있다.
모든 인간이 죽음 직후에 하느님 앞에서 그 삶의 행실에 따라 즉각 심판을 받는다는 것은 가톨릭교회의 기본 교리다. 이러한 심판 교리는 우리에게 삶을 더욱 진지하고 거룩하게 살아가도록 촉구한다.
2) 최후 심판
신약성경은 최후 심판에 대해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 그렇게 하여 양들은 자기 오른쪽에, 염소들은 왼쪽에 세울 것이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가고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갈 것이다"(마태 25,31-33,46) 하고 분명히 말한다. 이 말씀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모든 사람에게 공적인 심판이 이뤄지고, 각자 삶의 행실대로 상 또는 벌이 주어진다. 최후 심판의 심판관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최후 심판의 기준은 예수님께서 가장 큰 계명이라고 가르쳐 주셨던 이웃 사랑(루카 10,27-37 참조), 특히 곤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대한 사랑과 자비의 실천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최후 심판은 악에 대한 단죄만이 아니라 세상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 최후 심판을 통해 불완전한 것, 악한 것이 모두 끝나는 가운데 궁극적 완성이 이뤄진다. 인류의 마지막 원수인 죽음이 극복되고, 죽은 이들이 부활해 산 이들과 함께 모두 주님을 맞이하게 된다. 최후 심판을 거쳐 완성될 세상은 모두가 초대된 혼인잔치, 자연과 인간의 평화가 실현되는 낙원, 새 하늘과 새 땅으로 표현된다.
2. 심판을 통해 하느님 정의와 자비가 함께 이루어진다
교회는 최후 심판에 관한 가르침을 정의로우신 하느님의 자비로운 호소와 희망에로의 초대로 이해한다. "최후의 심판에 관한 가르침은 '은혜로운 때에 구원의 날에'(2코린 6,2) 회개하라고 하느님께서 아직도 사람들에게 하시는 호소이다. 이는 하느님에 대한 거룩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고, …모든 믿는 이들 가운에서 칭송을 받으실'(2테살 1,10) 주님의 재림에 대한 '복된 희망'(티토 2,13)을 알리는 것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041항).
이사야 예언서는 "정녕 만군의 주님의 나이 오리라. 오만하고 교만한 모든 것, 방자하고 거만한 모든 것 위로 그날이 닥치리라"(이사 2,12)며 하느님의 무서운 심핀이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예언한다. 하지만 심판의 날은 꼭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만은 아니다. 그분의 자비로우심과 진리로 드러나는 희망의 날이기 때문이다.
재림하실 예수님 뜻대로 살아온 이들에게 최후 심판은 크나큰 희망의 날이다. 세상 모든 불의가 극복되고 하느님 정의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맞을 개별 심판도 두려움과 공포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하느님께서는 일방적으로 정의만을 앞세우는 분이 아니라, 풍성한 자비를 베푸시는 분으로, 그분의 심판은 하느님의 충만한 정의를 드러내는 동시에 자비로우심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3. 인간의 전 존재가 심판받는다
교회 가르침에 따르면, 최후 심판에서는 모든 사람이 영혼과 육신 모두를 포함해 심판을 받는다. 이에 반해 개별 심판에서는 죽음으로 육신과 분리된 영혼이 즉시 심판을 받는다. 인간이 영혼과 육신으로 구성되지만, 둘은 서로 갈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죽으면 영혼과 결정적으로 분리돼 영혼만이 불멸성을 얻게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경은 인간을 전체적고 전인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1) 육신의 부활을 믿는다
죽음 이후의 심판과 부활은 영혼만이 아닌, 영혼과 육신을 포함한 인간 전체 차원에서 이뤄진다. 그리스도교는 영혼만의 구원을 주장하는 이들을 반대했고, 사도신경을 통해 '육신의 부활'이 이뤄질 것임을 고백한다. 그런데 세상 종말에 이뤄질 육신의 부활이란 땅에 묻혀 썩어 없어졌거나 화장된 옛 육체의 생물학적 회복이 아니다. 새로운 차원에서의 불사 불멸성이 우리 전인적 인격에 주어진다는 의미다.
바오로 사도는 육신의 부활이란 우리의 육신이 새로운 차원의 몸, 곧 '영적인 몸'으로 다시 나는 것이라고 했다(1코린 15,42-44 참조). 우리가 영적인 몸으로 다시 살아나서 불사불멸성을 지니게 되는 것은 온전히 하느님의 능력에 의한 것이다.
2) 죽음 이후에는 어떤 상태가 되는가?
교회는 죽음 다음에 영혼과 육신이 잠정적으로 분리되는 '중간 상태'는 인정한다. 인간이 죽으면 육신은 썩고 없어지지만, 그 영혼은 개별 심판을 받게 된 후에 마지막 날에 육신의 부활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의 근거로는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루카 16,19-31)를 들 수 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개별 심판을 받은 후 최후 심판까지인 '중간 상태'에 대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체험하고 있는 물리적 시간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시간은 이 세상의 시간 계산법을 적용할 수 없는 질적인 시간이며, 변화와 축복의 신비로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시간은 우리의 직선적이며 양적인 시간관을 초월한다.
왜 개별 심판 이후에 최후 심판이 있을까? 한 인간의 선한 행동이든 악한 행동이든 그것은 그 한 사람에게만 머물고 끝나지 않고, 인간 공동체에 연쇄적으로 미치게 된다. 우리 계산으로는 인간 죄악의 깊이와 처참함을 올바르게 알 수 없으며, 인간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제대로 헤아릴 수 없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앞에 서게 되는 결정적 사건인 심판은 우리에게는 아직 신비로 남아 있다.
[평화신문, 2013년 11월 10일, 정리=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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