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55)
60. 준성사(準聖事)
1) 준성사의 특징
지금까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일곱 가지 성사들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성사들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전달해 주는 가장 확실한 통로가 됩니다. 그런데 가톨릭 교회는 7성사와는 구별되지만, 마찬가지로 하느님 은총의 통로가 되는 준성사들도 갖고 있습니다. 준성사는 성사가 아니지만 성사에 버금가는 은총을 받도록 도와 주는 예식들입니다.
준성사는 예수님께서 직접 세우신 것은 아니지만, 그분을 대리하는 교회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제정한 것입니다.
어머니인 교회는 준성사들을 제정하였다. 준성사는 어느 정도 성사들을 모방하여 특히 영적 효력을 교회의 간청으로 얻고 이를 표시하는 거룩한 표징들이다. 이를 통하여 사람들은 성사들의 뛰어난 효과를 받도록 준비하고, 생활의 여러 환경이 성화된다(전례헌장 60항).
성사는 그 거행 자체로써 은총을 받게 되지만 준성사는 그것을 받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 자세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51과에서 “성사의 사효성(事效性)과 인효성(人效性)”에 대해 공부한 바 있습니다. 7성사는 사효성을 갖는 것이지만, 준성사는 인효성만을 갖습니다.
준성사는 성사처럼 성령의 은총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교회의 기도를 통하여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은총에 협력하도록 결심하게 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1670항).
준성사를 사용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매우 유익합니다. 다만 마술적 효과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준성사들의 진정한 목적은 신앙생활 안에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성장시키고 표현하려는 것입니다.
2) 준성사의 여러 형태
① 축성(祝聖) : 사람들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물건과 장소를 전례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봉헌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축성에는 수도원장이나 수녀원장의 축복, 동정녀들과 과부들의 봉헌, 수도 서원예식, 그리고 교회 직무(독서직, 시종직, 교리교사 등)를 위한 축복이 있습니다. 이것을 성품성사와 혼동하면 안 됩니다. 물건에 대한 축복의 예로는 성당이나 제대의 봉헌 또는 축복, 성유와 제기와 제의와 종 등의 축복을 들 수 있습니다.
봉헌된(축성된) 사람은 자신의 전 생애를 하느님께 봉헌한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평생토록 그 신분에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축성된 사물도 거룩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축성된 묵주는 기도를 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지, 패션 장식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봉헌이나 축복으로써 하느님 경배를 위하여 지정된 거룩한 물건들을 존경스럽게 다루어야 하며, 개인 소유인 경우에도 속되거나 부적당한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교회법 1171조).
② 축복(祝福) : 사물이나 사람의 본성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하느님의 보호를 청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부부나 어린이, 산모나 병자 또는 집이나 자동차의 축복이 있습니다. 이러한 축복은 일반적으로 한국 주교회의에서 발간한 [축복예식서]를 가지고 전례 기도를 바치며 성수를 뿌리는 예식으로 거행합니다.
③ 구마(驅魔) : 교회가 어떤 사람이나 물건이 마귀의 세력으로부터 보호되고 마귀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공적인 권위를 가지고 청하는 것을 구마(驅魔)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이를 행하셨으며 교회는 마귀를 쫓아 내는 권능과 의무를 예수님께 받았습니다.
그런데 구마는 주교의 허가를 받아서 사제만이 행할 수 있으며, 교회에서 정한 규칙을 정확하게 지키면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질병, 특히 정신질환은 마귀 들린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러므로 구마를 행하기 전에 질병이 아니라 마귀들린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구마도 축복의 일종입니다. 사탄과의 투쟁에서 하느님의 보호를 청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3) 준성사는 누가 행하는가?
성사를 아무나 거행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준성사 역시 주교와 사제들이 행하는 것입니다. 특히 축성과 구마는 평신도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축복의 경우에는 평신도들도 할 수 있습니다.
준성사의 거행은 세례로 받은 보편 사제직에 속한다. 세례 받은 사람은 모두 그 자신이 ‘복’이 되어야 하며 남을 축복해야 한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이 집전할 수 있는 축복 예식들도 있다. 그러나 교회 생활과 성사 생활에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진 축복은 서품 성직자들(주교, 사제, 부제)만 할 수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669항).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이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기도를 열심히 하지만, 자신과 자기 가정에만 복을 내려 주십사고 청한다면 우리는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들을 축복해야 하고, 이웃의 가정을 방문하여 그 집을 축복해 주어야 합니다. 병자들을 찾아가서 축복을 전해 주어야 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2편을 마치며
오늘로써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제2편의 공부를 마쳤습니다. 제1편과 제2편은 이론이고 제3편(윤리 생활)과 제4편(기도 생활)은 실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실천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제3편과 제4편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교리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전임 교황님께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시고 그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공부를 권유하셨기 때문입니다. 비록 신앙의 해가 폐막되었지만, 교황님의 의향은 계속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 교리서 제3편과 제4편을 계속 공부해 나갈 것입니다.
제3편과 제4편은 주보 지면을 기존의 3면에서 2면으로 줄여서 다룰 것임도 미리 알려 드립니다.
[2013년 12월 15일 대림 제3주일(자선주일) 의정부주보 5-7면,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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