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 Q&A
“유아 세례를 꼭 받아야 하나요?”
한 아이가 태어나면 가정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새롭게 탄생한 생명은 부부에게 남편과 아내라는 이름에 아버지, 어머니라는 새로운 이름을 더하여 줍니다. 모든 부모는 언제나 내 아이가 세상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녀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것을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할까요? 전통적으로 한 사람이 바르게 성장하기 위한 완전한 교육으로 지(智), 덕(德), 체(體)를 이야기합니다.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가고, 교실에서는 세상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지혜를 넓혀갑니다. 하지만 인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윤리와 도덕 교육은 운동장과 교실에서의 가르침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도덕은 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고 신앙의 중심에 하느님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세례는 신앙의 성사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253항) 세례자가 믿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유아임에도 불구하고, 유아세례를 신앙의 성사라고 하는 이유는 세례를 청하는 부모의 신앙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유아는 가족 안에서 보살펴지고 성장하듯이, 어린아이의 신앙이 뿌리내리고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의 신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신앙생활은 영혼을 건강하게 하고, 삶의 의미를 꿰뚫어 보는 지혜를 배우는 여정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은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입니다.
유아세례는 부모의 결단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일부 부모는 신앙 교육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자유로운’ 교육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신앙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부모의 신념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부모는 학교 교육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입학 여부의 동의를 아이에게 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의 자유를 제한하고 속박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물며 삶과 죽음에 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제시하는 신앙으로 인도하는 유아 세례를 강제적이거나 부당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신자인 부모 자신이 그리스도 신앙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진리라고 확신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신앙을 정말 고귀하고 소중하다고 여긴다면, 사랑하는 자식에게 가능한 일찍 전해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출생 후 가까운 시일에 아이에게 세례를 베풀지 않는다면 교회와 부모는 그 아이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무한한 은총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250항)
유아 세례는 어린이 자신의 신앙 여정의 출발점입니다. 그 출발은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는 부모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가족의 믿음은 자녀가 신앙의 씨앗을 발아시키는 기름진 토양이 됩니다. 부모는 유아에게 깊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 이름을 아이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지어줍니다. 이름은 아이와 하나가 되고 평생동안 함께 성장합니다. 결국, 이름은 아이가 자신의 뿌리를 잊어버리지 않게 해주고, 삶의 시발점을 찾아가는 이정표가 됩니다. 유아 세례는 아이의 자유를 속박하지 않습니다. 유아 세례는 사랑과 진리이신 하느님을 향한 첫걸음마입니다. 훗날 아이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찾아 달려갈 수 있도록 부모가 해줘야 하는 의무입니다. 유아 세례는 자녀 교육에 가장 지혜로운 투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으라고 그들에게 지시하였다.”(사도 10,48)
※ 참고 : 「가톨릭교회교리서」 1213-1274항 (사목국 연구실)
[2013년 12월 29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성화주간) 서울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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