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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38: 인간의 행위와 감정의 도덕성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08 조회수1,903 추천수0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38) 인간의 행위와 감정의 도덕성

도덕적 행위는 대상, 목적, 정황이 선해야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이성과 자유 의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본능에 따라서가 아니라 이성적 판단과 자유 의지에 따라서 행동할 때, 인간의 행위는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됩니다. 인간의 행위에 대해 선하다 혹은 악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인간 행위와 감정의 도덕성에 대해 살펴봅니다.
 

도덕성의 근원(1750~1754항)

인간 행위의 도덕성을 구성하는 요소, 혹은 도덕성의 근원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선택된 대상 곧 선택한 행위 자체, 그 행위를 하고자 하는 목적이나 의향, 그리고 그 행위의 정황입니다.

선택된 대상이란 내가 하는 행위 자체가 지니는 도덕성입니다. 예를 들면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그 자체가 도덕적으로 악이고, 길가에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행위는 그 자체로 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위 자체에 대한 선악의 판단 기준은 양심입니다.

의향은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를 선택한 사람의 의도가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즉 어떤 목적으로 그 행위를 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선한 의향 곧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 선한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한 의향(예를 들어서 이웃을 돕는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무질서한 행위(거짓말이나 비방)를 하는 것을 정당화하지는 못합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수단이 나쁘면 그것은 도덕적으로 선이 아닌 것이지요. 그래서 국민을 구한다는 좋은 목적을 갖고 있어도 이를 위해 죄없는 사람을 단죄하는 것은 정당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행위 자체는 선하다 하더라도(자선 행위) 그 의향이 좋지 않다면(허영심의 발로) 그 행위는 악한 행위가 됩니다.

정황이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행위자의 상태 또는 그 행동의 결과와 관련됩니다. 예를 들면 도둑질을 했는데 도둑질한 액수가 많으면 더 큰 악이 되고, 액수가 적으면 더 적은 악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외부의 협박을 견디지 못해 두려움에서 한 도둑질은 자유로운 상황에서 한 도둑질보다 윤리적으로 더 적은 악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정황들이 도둑질 자체가 도덕적으로 악이라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정황은 어떤 행위가 선인지 악인지를 가리는 근본 원인이라기보다는 그 행위의 선함, 혹은 악함의 경중을 가리는 부차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황 자체가 행위의 도덕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 없다. 정황은 악한 행위 자체를 선하게 하거나 정당화할 수 없다"(1754항).
 

선행과 악행(1755~1756항)

따라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가 되려면 대상과 목적과 정황이 모두 선해야 한다. 악한 목적은 대상 자체는 선하더라도(남에게 보이기 위한 기도나 단식) 그 행위를 타락시킨다"(1755항). 어떤 특정한 행위(예컨대, 간음)는 그 행위를 선택하는 자체가 언제나 잘못입니다. 그 선택에는 의지의 무질서함, 곧 악이 내포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행위의 도덕성을 판단할 때 행위의 의향이나 그 행위의 정향(환경, 사회적 압력, 강제성이나 필요성 등)만을 고려해서 판단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의향이나 정향과는 무관하게 행위의 대상, 곧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잘못이 되는 행위들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과 거짓 맹세, 살인과 간통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요컨대 선한 결과를 얻으려고 악을 행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감정과 도덕적 삶(1767~1776항)

인간은 자신의 자유로운 행위를 통해 행복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인간의 감정은 어떠할까요. 우선 감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잠시 살펴봅시다. 감정이란 감성 혹은 느낌 혹은 열정과도 맥을 같이 하는 단어입니다. 여기에는 사랑, 증오, 욕망, 두려움, 기쁨, 슬픔, 분노 같은 것들이 포함됩니다. 이런 감정을 통해서 인간은 선을 예감하기도 하고 악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감각의 충동으로 일어나는 이런 감정들은 그 자체로는 도덕적으로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습니다. 고상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혹은 저속한 감정이 생긴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의 도덕성이나 성덕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감정은 의지의 영향을 받습니다. 의지는 감정을 자극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감정이 터지도록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의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감정은 의지적입니다. 감정이 이렇게 의지의 자극을 받을 때 혹은 이성의 지시를 받을 때 그 안에 선이나 악이 존재하게 됩니다.

감정이 선한 행동에 도움이 될 때에는 도덕적으로 선하며, 반대로 악한 행동에 보탬이 될 때는 도덕적으로 악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의지입니다. 바른 의지는 감각적 움직임을 받아들여 선과 행복을 향하게 하지만, 악한 의지는 무질서한 감정에 굴곱하며 그 감정을 격화시킵니다. 결국 감정이나 혹은 감성은 의지의 작용에 따라서 덕행으로 받아들여지거나 악습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의 감정은 하느님의 자비와 행복을 통해 완숙해질 수 있다"(1769항)고 가르칩니다. 성령께서는 몸소 인간의 고통과 두려움, 슬픔을 포함한 인간 전체를 움직이심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삶 안에서 당신의 일을 완수하시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써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으로도 선으로 나아갈 때 도덕적 선이 완성됩니다.
 

▨ 정리합시다

- 인간 행위의 도덕성의 세 가지 근원은 대상과 의향과 정황입니다(1757항).

- 선한 의향을 가지고 행했다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가 악하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곧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1759항).

-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가 되려면 대상과 목적과 정황이 모두 선해야 합니다(1760항).

- 선한 결과를 얻으려고 악을 행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1761항).
 
[평화신문, 2014년 1월 5일, 이
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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