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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59: 양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12 조회수2,397 추천수0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59)



64. 양심(良心)

1) 양심의 존재

지난 시간에 인간에게는 하느님 뜻에 맞는 윤리 생활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유의 능력이 있음을 공부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윤리 생활을 위한 또 다른 능력이 인간에게 있음을 살펴보겠습니다. 그것은 양심의 능력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양심 때문에 괴로워”,“양심의 가책을 느껴”라고 말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죄를 지었어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까뮈의 소설 「전락」에 보면 주인공인 끌라망스는 젊은 여자가 투신 자살하는 것을 목격했지만 그녀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그녀를 죽인 것도 아니고, 아무도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도 아닌데, 깊은 죄책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처럼 인간의 내면에는 양심의 목소리가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양심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찾아 나갈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양심의 깊은 곳에서 법을 발견한다. 이 법은 인간이 자신에게 부여한 법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이 거기에 복종하여야 할 법이다. 그 소리는 언제나 선을 사랑하고 실행하며 악을 피하도록 부른다. 필요한 곳에서는 마음의 귀에 대고, ‘이것을 하여라.’, ‘저것을 삼가라.’ 하고 타이른다. 이렇게 인간은 하느님께서 자기 마음 속에 새겨 주신 법을 지니고 있으므로 … 양심은 인간의 가장 은밀한 핵심이며 지성소이다. 거기에서 인간은 홀로 하느님과 함께 있고 그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다(사목헌장 16항).

2) 양심의 본질

조직 폭력배는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조직을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는 양심이 전혀 없을까요? 그들도 자기 조직을 배신하거나 비겁한 행동을 했을 때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활 안에서 가족들에게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가책을 느낍니다. 사람마다 양심의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어떠한 사람도 양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양심은 인간의 본질입니다. 25과 “인간”에서 이미 공부했듯이, 인간은 영혼을 가지고 있기에 “관계성”이라는 특성을 지니게 됩니다. 자석이 서로를 끌어 당기듯이 영혼도 다른 영혼(다른 인간)에게 이끌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인간은 영혼 그 자체이신 하느님을 찾게 됩니다.

양심은 영어로 “conscience”입니다. “con”은 “함께”라는 뜻이고, “science”는 흔히 과학이라고 번역하지만, 더 원래적인 의미는 “아는 것” 또는 “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양심은 “어떤 상황을 더불어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떤 청소년이 탐나는 물건이 있어서 충동적으로 도둑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내면에서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내가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는데…” 또는 선생님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나는 너를 대견하게 생각했었는데…” 더 나아가 하느님의 목소리도 듣게 됩니다.

어떤 인간도 “관계성”을 떠나서 홀로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자기 혼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 하느님과 “더불어” 판단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양심입니다.

3) 양심의 형성

“더불어 판단”하는 양심의 기능은 어느 누구에게나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사람마다 양심의 내용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차이는 “누구와 더불어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깡패는 깡패들끼리만 몰려 다니면서 그들 수준의 눈으로 자신의 행동을 판단합니다. 신자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성경 말씀을 통해서 자신의 행동을 판단합니다. 올바른 양심 형성은 올바른 이들과 함께 할 때 가능합니다.

양심은 형성되어야 하고 도덕적 판단은 계발되어야 한다. 잘 형성된 양심은 바르고 진실하다. 잘 형성된 양심은 이성에 따라, 창조주의 지혜가 원하는 참된 선에 맞는 판단을 내린다. 부정적 영향을 받기 쉽고, 자신의 판단을 앞세우며 권위있는 가르침을 거부하도록 죄의 유혹을 받고 있는 인간에게는 양심 교육이 필요하다(가톨릭교회교리서 1783항).

양심의 형성에서 하느님 말씀은 우리의 길을 비추는 빛이다. 우리는 신앙과 기도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그 말씀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주님의 십자가 앞에서 우리의 양심을 성찰해야 한다. 우리는 성령께서 주신 선물의 도움을 받고, 다른 이들의 증언이나 충고로 힘을 얻으며, 교회의 권위 있는 가르침의 인도를 받는다(가톨릭교회교리서 1785항).

[2014년 1월 12일 주님 세례 축일 의정부주보 5-6면,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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