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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앙의 보물: 가톨릭교회교리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3-03 조회수3,544 추천수0

[가톨릭 신앙의 보물] (12) 가톨릭교회교리서 (상)

교리서, 신앙생활의 영원한 동반자



교우들은 교리 하면 예비신자교리, 견진교리를 떠올린다. 그런데 교리교육은 천주교 입문 단계에만 받는 것이 아니라 신앙생활 전체를 통해서 지속된다. 교리교육이 교회의 오랜 역사 안에서 어떤 모습을 지녀왔는지 살펴보자.

한국 천주교회에서 처음으로 채택한 공식 교리서 「성교 요리 문답」. 사진=「가톨릭대사전」


교리교육의 역사

예수님 승천 후 사도교회에서 교리교육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었다. 사도행전 15장을 보면 새로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하는 이방인 출신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예루살렘 사도회의의 결정문이 제시된다.
 
"성령과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 필수 사항 외에는 여러분에게 다른 짐을 지우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곧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과 피와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불륜을 멀리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것들만 삼가면 올바로 사는 것입니다"(사도 15,28-29).
 
사도들의 교리서로 알려진 「디다케」에서는 덕행을 따르면 생명의 길을 걷는 것이며 악행을 고집하면 죽음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가르치면서,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윤리생활을 강조했다.
 
200년 쯤에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한 여러 곳에 교리교육학교가 설립됐다. 주교들이 직접 예비신자들의 세례를 준비시키면서 우상을 배격할 것을 가르쳤다. 313년 종교자유가 주어질 때까지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예비신자 교리는 3년이라는 긴 기간을 통해 철저히 이뤄졌다.
 
세례는 부활절에 베풀어졌는데 사순절 주일은 그 준비를 마무리 짓는 기회기도 했다. 그 흔적이 아직도 우리 미사 전례 안에 남아 있다. 전례력으로 가해의 사순 3, 4, 5 주일에는 다른 주일과 달리 비교적 긴 복음을 읽는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물을 주시는 그리스도와 대화하는 사마리아 여인의 이야기, 참된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보는 태생 소경의 이야기 등이다. 당시 예비신자들은 이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일 마지막 결심을 했다.
 
로마제국에서 박해가 끝난 후 예루살렘의 치릴로나 아프리카의 아우구스티노 성인 등은 귀중한 교리서들을 저술했고 성 그레고리오 대 교황은 성인들의 기적 이야기를 통해 신앙생활의 모범을 알기 쉽게 제시하며 신앙심을 고취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두었다.


교리서의 변천사

6세기 이후 그리스도교가 크게 성장하면서 성인 입교자는 급격하게 줄고 유아세례가 급증했다. 9세기에는 유아세례를 받은 어린이들을 위한 문답교리서가 나왔다. 중세로 접어들면서 교리교육은 성인 예비신자가 아닌 유아세례를 받은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에게 관련됐다. 사도신경과 주님의 기도를 외우는 것, 그리고 그리스도교 생활에 필요한 윤리생활에 대한 가르침이 교리교육의 주된 내용을 이뤘다.

후에 르네상스 시기를 거쳐 종교개혁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데, 종교개혁자들의 관심사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듯이 무조건 가톨릭교회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첫째 관심사는 주관적이고 미신적인 잘못된 신심에 빠져 있던 사람들을 올바른 신앙생활로 이끄는 것이었다.
 
종교개혁자들로부터 자극을 받은 가톨릭교회 역시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올바로 이끌기 위하여 '트리엔트 공의회'를 통해 여러 가지 개혁을 추진했다. 루터의 교리서 출판에 자극을 받아 가톨릭교회 안에서는 신자들을 잘못된 관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교리서가 출판됐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성 베드로 카니시오의 교리서이다.
 
첫 번째 예수회 회원 중 한 명으로 독일과 네덜란드, 스위스 등지에서 활동한 성인은 교리서를 통해 효과적으로 종교개혁에 대응했다. 특히, 1558년 발간된 소년ㆍ소녀를 위한 교리서는 성경과 교부들의 가르침을 내용으로 문답식으로 썼다. 바로 이 책이 1566년 '트리엔트 공의회'의 결실로 출판된 「로마 교리서」의 밑바탕이 됐다. 「로마 교리서」라고 불리는 표준 교리서는 믿을 교리와 성사 생활, 지킬 계명, 애덕 생활 등의 내용 등 1041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본당 성직자들이 신자들을 교육하기 위한 방대한 규모의 교리책이었다.
 
이후 신자들을 위해 문답 형식을 갖춘 「로마 교리서」의 축약본이 벨라르미노 성인에 의해 나왔고, 이것이 중국을 거쳐 선교사에 의해 조선에 들어왔다. 이 요약된 「로마 교리서」를 최양업 신부님와 다블뤼 주교가 한국말로 편찬했고, 1864년 154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성교 요리문답」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것이 계속 사용되다 조선교구 설정 100주년 3년 후인 1934년에 320문항의 「천주교 요리문답」이 나왔다.
 
'사람이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났느뇨'로 시작하는 「천주교 요리문답」은 100년 동안 한국 천주교회에서 사용됐기 때문에 공의회 이전에 신앙생활을 시작한 신자들에게 매우 친숙했다. 옛날 신자는 세례를 받기 위해서 요리문답을 모두 외워야만 했고 성탄과 부활 대축일을 앞둔 판공에서 본당 신부들은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만 주는 것이 아니라 요리문답 내용을 묻고 확인했는데 이것을 '찰고'라고 하였다.
 
1967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따라 가톨릭교리서를 발행하였는데 이로써 「천주교 요리문답」은 신자들의 일상에서 점차 사라지게 됐다. [평화신문, 2014년 3월 2일, 신정훈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신부), 정리=백영민 기자]

 

 

[가톨릭 신앙의 보물] (13) 가톨릭교회교리서 (하)

교회 가르침 전하는 신앙의 길잡이



교회는 어느 시대이든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을 신앙인의 삶의 기준으로 삼아 왔다. '성경만'으로도 아니고 '성경 없이'도 아니다.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이 우리들의 신앙생활에 반드시 필요한데 그 교회의 가르침을 온전히 담고 있는 것이 「가톨릭교회교리서」이다. 이번 호에는 1992년 반포된 「가톨릭교회교리서」의 배경과 구조에 대해 알아보자.


새로운 교리서의 반포

1992년 10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로마교리서」가 나온 지 400여 년 만에 「가톨릭교회교리서」라고 불리는 새로운 교리서를 반포했다. 이미 1985년 세계주교대의원 회의에서 신앙교육을 위한 규범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교들의 의견이 모였고 1986년부터 당시 신앙교리성 장관이이었던 요셉 라칭거 추기경의 책임 아래 6년에 걸친 작업이 진행됐다. 총 2865항으로 이루어진 교리서는 먼저 프랑스어로 출판됐고 5년 후 라틴어 표준어판이 발행됐다.
 
「가톨릭교회교리서」 발간 목적은 가톨릭 교리를 온전하고 완전하게 설명하여, 교회가 고백하고 거행하며 생활하고 기도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고백하고 거행하고 생활하고 기도하는 것, 이것이 「가톨릭교회교리서」가 가지고 있는 구조이다.
 
우리는 주일미사에서 사도신경을 외우면서 신앙을 고백한다. 그래서 「가톨릭교회교리서」 제1편에서는 사도신경을 해설한다. 또한, 우리는 세례를 받고 미사에 참례하는 등 성사 거행을 통해 신앙을 기념한다. 이것을 '전례'라고 하는데 제2편에서는 일곱성사에 대한 해설이 나온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신앙인으로 살아가야 할까?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래서 행복과 덕, 사회정의 등 윤리원칙과 십계명에 대한 설명이 3편에 뒤따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영성생활을 해야 할까? 기도를 통해서다. 교리서를 마무리하는 4편은 주님의 기도를 중심으로 신자들이 영위해야 하는 기도생활에 대해서 서술하고 '아멘'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이처럼 교리서는 신앙의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들을 총망라하여 현대인들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제시한다. 2003년에 우리말로 번역된 이 책은 13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왜 이렇게 거대한 책이 나왔을까. 「가톨릭교회교리서」나 그 요약본의 우선적 목적은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위함이 아니다. 이것을 다 외어야만 천주교 신자가 될 수 있다면 입교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을 것이다. 이 책의 우선적 목적은 각 지역에 맞는 교리서 발간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교리서, 신앙생활의 지침

교리교육은 단순히 교리시간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교리교육은 교리서가 가지고 있는 구조대로 교리와 성사, 일상에서의 실천과 기도를 통해 종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성경공부나 개인 기도, 신부님 강론을 듣는 것도, 신앙서적을 읽고, 봉사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교리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올바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기준과 지침을 제공하는 책이 「가톨릭교회교리서」이다.
 
신앙생활에서 의심이 들 경우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교리서는 누구에게나 큰 도움이 된다.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잘못된 관습과 가르침에 의해서 어려움에 빠졌을 때 교리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종교개혁시기 사람들은 개인 구원 문제에만 매달려 하느님의 기쁜 나라를 선포하며 살지 못했다. 종교개혁자들과 가톨릭교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리서를 발간했다.
 
물론 신앙생활에 가장 큰 덕목은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다. 하지만 "하느님만 믿으면 되지 뭐 그렇게 많이 알아야 하는가"라는 자세는 우리 신앙을 잘못 이끌 수 있다. 특히 '현세적 복'이 신앙의 목표가 되기 쉬운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위험은 더 크다.
 
많이 배운 사람이 반드시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니며, 「가톨릭교회교리서」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하느님 나라에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교리서는 신앙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일부에서는 개신교는 성경을 가르침의 으뜸으로 삼는데 천주교는 교리서를 으뜸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천주교 신자에게도 역시 성경은 신앙생활의 근본 규범이다. 교리서는 성경의 가르침을 기초로 이뤄져 있다. 개신교를 출범시켰다고도 볼 수 있는 루터는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교리서를 저술했다. 그의 교리서는 천주교 교리서와 비슷하게 지킬 도리를 담고 있는 계명편, 신앙의 기본이 되는 믿을 교리, 기도와 성사의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게 볼 때 개신교는 성경을, 천주교는 교리서를 중심으로 삼는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교리는 성경과 배치되는 새로운 이론이 아니라 성경으로부터 이끌어낸 가르침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은 신앙의 결단과 무관하지 않은 현실의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힌다. 하지만 생태계 파괴, 안락사, 국제사회와 평화, 생명윤리 등과 관련된 직접적인 가르침을 성경에서 찾을 수는 없다. 성경이 쓰일 때 그런 문제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이 그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고 신앙인이 아무런 자세나 가져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교회는 성경에 직접 나와 있지는 않아도 성경의 가르침을 근간으로 하여 그에 대한 대답을 찾는데 그것을 교회의 가르침이라고 한다. [평화신문, 2014년 3월 9일, 신정훈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신부), 정리=백영민 기자]

※ 수요일 오전 7시 20분에 방송되며, 지난 회는 누리방(http://web.pbc.co.kr/tv)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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