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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68: 다섯째 계명 (1)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10 조회수2,215 추천수0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68)



73. 다섯째 계명 (1)

살인해서는 안 된다(탈출 20,13).

“살인하지 말라”는 다섯째 계명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므로 설명이 필요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다섯째 계명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고 있기에, 인간의 모든 삶의 영역과 연결되어 있는 가장 중요한 계명입니다. 여기서는 인간 생명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하나씩 간략하게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형 제도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타인이 내 생명을 위협한다면 그것에 맞설 권리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특히 공권력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자들을 제재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범죄자에게 사형을 부과하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합니다. 사형 제도는 범죄자에 대한 제재와 징벌의 의미보다는 우리들의 복수심의 표출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은, 범죄자의 정체와 책임에 대한 완전한 규명이 전제되고, 불의한 공격자에게서 인간 생명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유일하고 가능한 방법이 오로지 사형뿐이라면, 사형에 의존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공격자에게서 사람들의 안전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데 사형이 아닌 방법으로도 충분하다면 공권력은 그러한 방법만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방법들이 공동선의 실제 조건에 더 잘 부합하기 때문이며, 인간의 품위에 더욱 적합하기 때문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2267항).

2) 낙태

인간의 생명은 수태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임신 1개월의 태아라고 할지라도 낙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수정란을 가지고 실험 조작을 하는 행위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낙태를 하도록 만드는 사회 현실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성적으로 자극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들이 영향을 받아 경솔한 성 행위를 하게 되고 그 결과로 임신을 했을 경우에는 참으로 난감합니다. 또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낙태를 고민하는 가정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 “낙태를 하지 말라”는 계명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 원인이 되는 그릇된 사회 환경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3) 안락사 문제

현대 의학에서 생명을 유지시키는 의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생명이 점점 연장되고 있는데, 이에 비례하여 치료의 희망 없이 생명만 연장되는 불치병 환자들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도 심각한 것이지만, 환자의 가족들에게 정신적 ·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주고, 막대한 의료 비용은 환자의 가정을 파탄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는 안락사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고통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사람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죽게 하는 행위나 그 행위를 묵인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그의 창조주이신 살아 계신 하느님께 대한 존중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언제나 단죄되고 배척되어야 하는 이 살인 행위는, 아무리 선의에서 빚어진 오판의 결과라고 해도, 본질적으로는 그대로 살인 행위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2277항).

여기서 우리는 안락사를 반대하는 것과 “지나친 치료”를 거부하는 것을 구별해야 합니다.

비용이 크게 들고 위험하며 특수하거나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의료 기구의 사용 중단은 정당할 수 있다. 그런 경우는 ‘지나친 치료’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의료 기구 사용을 중단)할 때에는, (환자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막을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2278항).

4) 자살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생명의 관리자이지 소유주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자살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중대한 죄입니다. 또한 자살은 이웃 사랑도 어기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살은 우리가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가정, 국가, 인류 사회와 맺는 연대 관계를 부당하게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살을 반대하는 것은 마땅합니다. 그렇지만 중한 정신 장애나, 시련, 고통으로 인한 자살에 대한 연민의 마음도 가져야 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영원한 구원에 대해 절망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서 그들에게 구원에 필요한 회개의 기회를 주실 수 있다. 교회는 자기 생명을 끊어 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283항).

[2014년 4월 6일 사순 제5주일 의정부주보 6-7면,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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