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38) 통일이 대박이 되려면
‘화해 · 치유’의 반석 필요하다
연초부터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발언으로 통일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우리 사회 안에서 진보진영 등 제한된 영역의 의제로만 한정되다시피 해온 통일담론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흥행이 크게 성공하다’ 또는 ‘큰 돈을 벌다’는 뜻쯤으로 해석되는 ‘대박’이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국민들에게 통일의 중요성과 유익함을 새롭게 각성시킨 것입니다. 정부 차원의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하면 통일담론은 더욱 확대되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일이라는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를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더 큰 공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합니다.
그런 면에서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밝힌 통일 방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를 희망합니다. 일각에서 나오는 비판처럼 ‘흡수통일’의 방법이 아닌 평화적 통일이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불안정한 급변 사태를 염두에 두고 남한에서 군사적 대응책 마련에만 온 힘을 기울이는 어리석음과 전쟁 상황으로 치닫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북한은 경제 발전을 위한 평화적 환경 조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입니다. 외자유치 없이 민생고 해결이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경제개발구를 설치하여 외자를 유치하고 대외 관광 문호도 확대하는 등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일을 통해 경제통합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대박’을 실현하는 과정은 단순히 남한 기업들에게 이윤을 낼 수 있는 사업이나 시장 몇 개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남과 북이 한 형제로서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을 하나둘 넓혀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또한 통일을 경제문제로만 환원해서는 안 되며, 정치·군사적인 문제도 함께 풀어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아울러 통일경제가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 창출하는 게 아니라 과도한 대외의존성, 심각한 양극화 등 우리나라 경제가 지닌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희망을 현실로 일궈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우물 안 개구리식의 냉전적 사고를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길에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뤄야 통일은 평화를 밑거름으로 화해와 치유의 반석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형제애가 평화의 기초이며 평화로 향한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남북 간 형제애 회복에 우리 민족뿐 아니라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미래가 걸려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평화는 가장 높은 수준의 생활로서, 또 보다 인간적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으로서, ‘공동선에 투신하겠다는 강력하고도 항구한 결의’인 연대의 정신으로 살 때에만 진정으로 성취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평화가 ‘사적 이익에 대한 욕망’이나 ‘권력에 대한 갈망’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통일은 주님의 기쁜 소식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가도록 초대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4월 20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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