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48) 십계명 : 셋째 계명
천국의 삶 미리 맛볼 수 있는 안식일
십계명의 셋째 계명은 '주일을 거룩히 지켜라'입니다. 우리는 '주일'이라고 하지만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받았을 때 셋째 계명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라였습니다. '주님의 날'을 뜻하는 주일은 사실은 안식일 다음 날로서 주간 첫날을 가리킵니다. 먼저 안식일에 대해 알아보고 이어 주일과 주일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살펴봅니다(2168~2188항).
◇ 안식일(2168~2173항)
안식일은 한 주간의 마지막 날 곧 이렛날입니다. 십계명의 셋째 계명은 "이렛날은 안식일, 주님을 위한 거룩한 안식의 날"(탈출 31,15)이라며 철저히 쉴 것을 요구합니다. 안식일을 거룩한 날로 여겨 쉬어야 하는 것은 바로 주님께서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의 모든 것을 만드시고 이렛날에 쉬셨을 뿐 아니라 이 날에 복을 내리시고 거룩하게 삼으셨기 때문입니다(탈출 20,11).
나아가 이 날은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신명 5,15 참조). 이 안식일에는 하느님께서 쉬시면서 숨을 돌리신 것을 본받아 쉬어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다른 사람, 가난한 사람도 쉬게 해주어야 합니다. 안식일은 그리하여 "일의 속박과 돈에 대한 숭배에 대항하는 날"(2172항)입니다.
안식일 규정을 어겼다는 비난을 여러 번 받으신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대해 권위 있게 올바른 해석을 내리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생긴 것은 아니다"(마르 2,27)라는 것입니다. "안식일은 주님 자비의 날이며, 하느님 영광의 날"(2173항)이기 때문입니다.
◇ 주님의 날(2174~2188항)
예수님께서는 주간 첫날, 곧 안식일 다음날에 부활하셨습니다. 첫째 날에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것은 새로운 창조를 상기시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날은 모든 날 가운데 첫째 날, 모든 축일 가운데 첫째 축일 곧 주님의 날이 됐습니다.
주일 - 안식일의 완성
주님의 날인 주일은 안식일과는 분명히 구별됩니다. 주일은 안식일의 완성입니다. 그리스도의 파스카, 곧 주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주일은 유다인 안식일의 영적인 참 의미를 완성하고, 인간이 하느님 안에서 누릴 영원한 안식을 예고합니다.
주일을 경축하는 것은 그래서 "모든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보편적 자비심을 회상함으로써 '하느님께 외적이고 가시적이며 공적이고 정기적인 예배를 드리도록' 인간 마음 속에 본래부터 새겨져 있는 윤리적 명령을 지키는 것"(2176항)입니다. 주일 예배는 구약의 윤리적 규정을 지킬 뿐 아니라 완수합니다.
교회는 주님의 날인 주일을 경축하면서 주님의 성찬을 거행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교회 생활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사도 전승에 따라 수난과 부활의 신비를 경축하는 주일은 보편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무 축일로 지켜야 한다"(2177항).
본당은 주일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해 모든 신자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입니다. 본당은 신자들을 주일 전례 거행에 불러 모으며,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고, 선행과 형제애로써 주님의 사랑을 실천합니다.
주일의 의무
교회법규는 주일 의무와 관련, "신자들은 주일과 그 밖의 의무 축일에 미사에 참례할 의무가 있다"(교회법 제1247조)고 규정합니다. 이 미사 참례 의무는 주일이나 축일 당일 또는 그 전날 저녁(오후 4시부터) 가톨릭 예식으로 거행되는 미사에 참례하는 것으로 이행됩니다.
신자들은 중대한 이유(예컨대 병이 들었거나 유아를 보살펴야 하는 경우)로 면제되거나 본당 신부에게서 관면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해진 날에 미사에 참여할 의무가 있습니다. 공동으로 거행하는 주일 성찬례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에 속해 있다는 것과 그분과 교회에 충실하다는 증거"(2182항)입니다.
이를 통해 신자들은 신앙과 사랑 안에서 서로 친교를 나누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또 하느님의 거룩하심과 구원에 대한 희망을 증언하며, 성령의 도움 속에 서로를 격려합니다.
은총의 날, 휴식의 날
하느님께서 일을 마치시고 이렛날 쉬셨듯이 이 주님의 날에는 모든 사람이 가정, 사회, 문화, 종교 생활을 하기에 충분한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특별히 신자들은 "주일과 그 밖의 다른 의무 축일에 하느님께 드려야 할 예배, 주님의 날에 맛보는 고유한 기쁨, 자선의 실천, 정신과 육체의 적당한 휴식 등을 방해하는 일이나 활동을 삼가야 한다"(2185항, 교회법 제1247조)고 교회는 강조합니다.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신자들은 그러나 가난 때문에 쉴 수 없는 형제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일은 전통적으로 자선 활동에 그리고 병자와 불구자와 어르신들에게 봉사하는 데 바쳐져 왔습니다. 신자들은 이런 일을 함으로써 또 평소에 찾아보지 못했던 가족과 친지들을 위해서 시간을 내고 그들을 보살핌으로써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야 합니다.
▨ 생각해 봅시다
주일과 축일을 거룩히 지내기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자들은 주일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일을 쓸데없이 남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자들은 특히 단체적 여가 활동으로 생겨나는 폭음, 폭식, 폭력을 피하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경제 사정이 어렵더라도, 공권력은 시민에게 휴식과 예배를 위한 시간을 보장하도록 유의해야 하며, 고용주들도 자신들이 부리는 고용인들을 그렇게 대해야 합니다.
[평화신문, 2014년 4월 27일, 정리=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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