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16) 예수 그리스도의 삶 안에 나타난 연대성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인간 존재가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인간이 속해 있는 사회 안에서 공동선 이용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포함한다. 사실 오늘날에는 이러한 공동의 참여가 개인 차원이나 작은 집단 사이에서만 아니라 ,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돼 상호 의존성이란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것을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는 ‘연대성’(Solidarity)이라고 부른다.
연대성 개념은 ‘전체’ 혹은 ‘전액’을 의미하는 라틴어 ‘solidium’에서 유래한다. 다시 말하면 연대성의 의미는 전체 혹은 공동의 이익에 참여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연대성은 인간들이 깊이 연계해 서로 원조를 주고받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연대성 개념은 흔히 형제애, 원조, 상호 이해 등으로 이해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이 연대성의 개념을 통해 모든 인간이 고유한 인격체이며 동시에 사회적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가르친다. 또한 이러한 사회성으로 인해 인간은 서로 도울 때 비로소 가장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으며, 이런 도움을 통해 자기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연대성의 감각은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활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성경을 읽다 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삶에서 이해 되지 않는 부분들이 꽤 많이 나타난다. 예수의 공생활은 그야말로 파격적 삶의 연속이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생활은 결코 주인이나 군왕으로서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통과 시련의 연속, 그것도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철저히 파괴되고 오해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분의 제자들과 친구들은 창녀, 세리, 어부, 혁명 당원, 절름발이, 맹인, 고아, 과부, 이방인들이었다. 가장 가깝게 지낸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인간적 성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주축을 이뤘다.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예수님의 삶은 그야말로 죄인들과 함께하는 삶이었다. 나아가 예수님께서는 인간 공동체 안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고 버림받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연대의 삶을 사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을 가난, 절망, 고통으로 인해 좌절하고 포기하는 삶 속에 내버려 두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의 삶을, 고통을 넘어서는 기쁨의 삶을 보여주셨다.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류와 하나가 되신 새 인간으로서 나자렛 예수님은 우리 인간과 항상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다.
하느님은 당신 백성의 나약함을 취하시고, 그들과 함께 걸어가시며, 그들을 구원해 주시고, 하나 되도록 해 주시는 분이시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그 생활이 아무리 모호하고 모순투성이로 보인다더라도 예수님을 통해 그리고 예수님 덕분에 그 사회를 생명과 희망의 장소로 재발견할 수 있게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196항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러한 연대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그 결속은 더 가진 사람들과 덜 가진 사람들 간에 존재하는 고통스러운 균열을 봉합하고 가깝게 해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사회에서 꿈을 펼칠 기회를 갖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또한 우리의 결속은 천대받으며 가난하고 소외된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또한 그것은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린 모든 사람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결속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이민자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이민자들은 계속해서 우리 사회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를 위해 일생을 바친 노인들과 결속해야 합니다. 그분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희망을 전해 주는 현자이자 스승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분들과의 결속을 통해 그분들에게 합당한 지위를 찾아주어야 합니다”(「한 목자의 성찰 프란치스코 자비」, 생활성서, 195-196쪽).
예수님께서는 연대성과 사랑의 관계를 모든 사람에게 밝게 비추어 주심으로써 이 관계의 온전한 의미를 밝혀주셨다. 신앙에 비추어 볼 때, 연대성은 그 자체를 초월해, 전적인 무상성, 용서, 그리고 화해와 같은 그리스도교적인 차원을 띠고 있다. 이렇게 될 때, 이웃은 단지 자신의 권리를 지닌 평등한 존재인 인간으로만 비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받았고 성령의 항구적인 활동을 입고 있는 아버지 하느님의 살아 있는 모상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이웃이 비록 원수라 하더라도, 주님께서 그를 사랑하신 것과 똑같은 사랑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간은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196항 참조).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연대의 삶을 몸소 보여주셨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세상 안에 살며 이웃들과 함께 연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예수님의 삶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다.
[평화신문, 2014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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