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76)
81. 무엇을 기도할 것인가?
사람들은 말로써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큰 위로와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좋은 대화와 나쁜 대화가 있습니다. 나쁜 대화는 욕설, 비방, 불평, 강압적인 명령, 잔소리, 자기 혼자 떠들기 등입니다. 좋은 대화는 부탁, 감사, 용서청함, 사랑고백(찬양) 등입니다.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가 올바른 것이 되기 위해서는, 기도 방법이나 기도 시간, 기도 자세보다는 기도 내용이 더 중요합니다.
1) 청원 기도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항상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자기 분수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청원입니다.
(기도의) 가장 일상적인 형태는 청원이며, 이는 청원이 가장 자발적이기 때문이다. 청원 기도를 드림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하느님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표현한다. 피조물인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기원(起源)도 아니고, 우리가 당하는 역경을 마음대로 없앨 수 있는 주인도 아니며, 우리의 궁극 목적도 아니다. 도리어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아버지께 등을 돌린 죄인임을 알고 있다. 청원은 이미 아버지께로 돌아섬을 의미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629항).
“우리 아들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적 내게 해주세요”, “아픈 아버지 빨리 회복시켜 주세요” 같은 청원기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것을 기복신앙(祈福信仰)이라고 비웃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청원 기도는 기도를 배우는 첫걸음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신앙이 깊어짐에 따라 청원 기도의 내용도 성숙해 가야 합니다.
용서를 청함은 청원 기도의 첫 단계이다(“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세리, 루카 18,13). 용서를 청함은 올바르고 순수한 기도의 전제 조건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2631항).
그리스도인의 청원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다가오고 있는 하느님 나라를 바라고 찾는 것에 집중된다. 청원에는 순서가 있다. 먼저 하느님 나라를 청하고, 다음에는 하느님 나라를 맞이하고 그 나라의 도래에 협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청해야 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632항).
2) 전구 기도
우리는 매일매일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청원 기도를 바칩니다. 그러나 조금씩 다른 사람들을 위한 청원 기도도 바칠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합니다. “우리 옆집 바오로씨 아들이 많이 아픕니다. 주님 도와주세요”, “오늘 우리 구역의 마리아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영혼을 위해서 기도드립니다.” 이것을 전구 기도라고 합니다.
전구(轉求)는 우리의 기도를 예수님의 기도와 매우 흡사하게 해 주는 청원 기도의 하나이다. … 다른 사람을 위하여 청원하는 전구는 아브라함 이래로, 자비로우신 하느님과 일치된 인간 마음의 특징이다. 교회 시대에 와서, 그리스도인의 전구는 그리스도의 기도에 참여하는 것이며, 성인들의 통공을 표현하는 것이다. 전구에서, 기도하는 이는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며”(필리 2,4),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위해서까지 기도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634-2635항).
3) 감사 기도
자기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열심히 부탁해 놓고, 그 일이 이루어지면 안면몰수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이런 사람과는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습니다. 기도를 할 때도 청원기도와 더불어 감사기도를 꼭 해야 합니다. 청원과 감사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그런데 막상 감사기도를 드리려고 하면 감사할 거리가 생각이 안납니다. 감사는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습니다. 많이 받은 사람만이 감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청원기도가 이루어졌을 때 감사할 수 있지만, 안 이루어졌을 때도 감사할 수 있습니다. 감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4) 찬양 기도
찬양은 하느님께서 진정 하느님이심을 한결 더 직접적으로 인정하는 기도의 형태이다. 찬양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하느님을 기리는 것이다. 또한, 하느님께서 행하시는 일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이시기에 그분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2639항).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 자체를 바라보고 사랑하고 찬미하는 찬양 기도는 기도의 완성입니다. 찬양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천국에서 누리게 될 지복직관의 행복, 즉 하느님을 마주 대하는 행복을 이 땅에서부터 누리게 해 줍니다.
[2014년 6월 15일 삼위일체 대축일 의정부주보 6·11면,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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