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24) 노동계의 새로운 변화와 사회교리
이윤창출 제일주의 앞에 고개 숙인 노동권
오늘날 한국 사회는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1950년 6·25전쟁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GDP 기준 세계 경제력 15위라는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 더는 동방의 잊힌 보잘것없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누는 신흥 발전 국가가 된 것이다.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의 육성은 1970~80년대 한국 사회의 비약적인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또한 21세기에 들어서 IT 산업의 육성과 발전, 문화예술 콘텐츠의 발전으로 현대 사회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새롭게 도약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한국 사회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구호 아래 현대 사회는 생산 체제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를 넘어가는 길목에서 농업 중심에서 대량 생산 체제의 공업 중심으로 세상이 변화됐고,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는 서비스업ㆍ기술 중심의 세상이 됐다. 이전 시대에 존재하지 않던 다양한 직업의 형성은 사회의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전문 기술의 발전과 혁신은 땀 흘리는 육체 노동보다는 정신적 노동을 요구하고 있으며, 공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높은 건물과 공장의 굴뚝은 화이트칼라의 새로운 노동자가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보는 모습으로 점차 변화돼 가고 있다. 이처럼 새롭게 변화된 사회 안에서 가톨릭교회는 노동에 관한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화와 노동 구조의 변화
오늘날을 지배하는 세계화 현상은 노동 구조에 변화를 일으킨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다. 이 현상은 생산 형태의 변화를 가져와 주로 상품이 소비되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후진 개발 국가들 안에 생산 공장이 세워지게 됐다. 더는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이나 시간적 제약이 무의미한 시대가 된 것이다. 세계화한 사회 안에서 새로운 노동 구조가 형성됐으며, 이러한 생산 구조 안에서 효율성과 수익 증대를 추구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310-311항 참조).
시장의 자유화, 경쟁의 심화,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전문 기업들의 증가를 가져온 경제의 세계화 안에서는 더욱 탄력적인 노동 시장과 생산 과정의 조직과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더 발전한 선진국들의 경제 체제에서, 노동은 제품 생산 중심의 산업형 경제 체제에서 서비스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형 경제 체제로 넘어가게 됐다. 쉽게 표현하면 전통적인 1, 2차 산업보다 서비스업으로 지칭되는 3차 산업이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 시장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312항 참조).
기술 혁신 덕분에 노동계에는 새로운 직업이 생겼지만 사라져 가는 직업도 발생했다. 대규모 공장이나 동종 노동 계층과 연계된 경제사회의 모델이 점차 사라져 가는 한편 3차 산업의 고용, 특히 개인 서비스 분야의 비전통적인 시간제 임시직의 업무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즉, 이전 사회보다 지극히 다양하고, 유동적이며, 가능성이 풍부한 여러 직업의 세계로 옮겨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경쟁과 기술 혁신에 대한 요구와 복잡한 금융의 흐름은 노동자들과 그들의 권리 옹호와 조화를 이루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간추린 사회교리」 314항 참조).
노동, 하느님께 부여받은 인간 소명
노동계의 새로운 변화에 따라 교회의 사회교리는 다시 한 번 노동 안에서 인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톨릭교회는 인간이 개인과 가정, 사회와 전체 인류 가족의 성장을 위해서 현재의 변화를 창의적이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존재임을 믿는다.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인간의 노동이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 즉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이 땅을 지배함으로써 창조 사업을 계속하라는 요청을 받은 존재이며, 그러한 창조 사업을 직접 하는 주체가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317항 참조). 인간이 행하는 노동의 모든 형태는 비록 시대적인 흐름에 변화할 수 있지만, 노동자들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인 노동권은 노동의 기본적인 조건으로서 영구히 변화할 수 없는 권리임을 천명한 것이다.
따라서 사회교리는 사회가 변화하고 시장 형태가 변화한다 해도 노동자들을 결속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연대는 지속해서 이루어져야만 함을 강조하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319항 참조). 다시 말하면, 다양한 외부 조건에 의해 노동 형태가 변화한다 하더라도, 참된 인간 발전을 위해 지속 가능한 연대와 참여를 통해 올바른 가치 세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다. 노동자들의 인간 존엄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321항 참조).
오늘날 한국 사회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노동 문제에 대해 가톨릭교회가 예언자적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공정과 공평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평화신문, 2014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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