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58)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대 (10)
나눔에 인색한 우리들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잠시나마 행복에 겨웠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낸 많은 이들은 모두 부끄러움에 젖어들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물론 일반인들 가운데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 중 보인 모습 가운데 가장 감동적으로 지켜본 것은 단연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는 장면이었을 것입니다. 교황이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기 전에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두 손 놓고 있었던 우리의 모습은 두고두고 통절한 반성을 촉구하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듯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세우시던 당시부터 나눔을 그리스도인의 고유하고 실천적 덕행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리스도인에게는 자신이 지닌 것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기꺼이 나누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권고가 아닌 계명이고 명령인 것입니다.
하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물질주의와 경제제일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 젖어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은 나눔의 의무를 외면한 채 고통 받는 형제들에게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통계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내놓는 개인 기부금 총액은 지난 2006년 5조4000억 원에서 2012년에는 7조700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전체 기부금의 65.3%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미국의 경우 기부금 총액은 3160억 달러(약 320조3600억 원, 2012년 기준)에 달하였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개인 기부 비율은 0.59%(2012년 기준)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또한 개인 기부보다는 절이나 교회 같은 종교단체 등 한정된 기관을 통한 기금 전달이 대부분이어서 기부문화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기부 형태의 다양성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실제 국세청이 내놓은 개인 및 기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2012년 5년간 개인 전체 기부금 29조6016억 원 중 80%에 달하는 23조7508억 원이 종교단체 기부금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다른 기부 선진국과 비교할 때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민간 기부가 확대돼야 하는 이유는 급속한 경제 성장의 부작용으로 기초 복지가 취약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비정규직 문제로 대변되는 노동시장의 불평등, 대물림되는 가난, 청년실업 문제 등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온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더해 경제적 충격에 대한 완충작용을 하는 사회안전망도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 실상이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어쩌면 주님께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통해 우리에게 수많은 갈등과 이에 따른 고통이 상존하는 현재를 부활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장으로 바꿔 나가라는 메시지를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교황이 방한 기간 중 수없이 강조하였듯이 형제적 사랑이 가득한 세상,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마저 내어놓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미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사도 2, 44)함으로써 부족함이 없는 세상을 보여주셨습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10월 5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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