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서 DOCTRINE

교리 자료실

제목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46: 사회교리와 사회 복음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24 조회수1,873 추천수0

[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46) 사회교리와 사회 복음화

사제는 강론서 세상 이야기하면 안 되나?



지난 대림 시기, 인권주일을 맞아 동창 신부의 본당에 특별 강의를 위해 찾아갔다. 내가 전공한 과목이 사회교리다 보니 대림 2주일에 맞이한 인권주일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일 년에 단 한 번인 인권주일과 사회교리 주간은 사회교리를 전공한 나에게 특별한 시간이기에 특강 주제를 사회교리적인 것으로 잡았다.

미사 강론 중에 신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도적 권고인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의 전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드렸는데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의 80% 정도가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러신 건 아니지만 연세가 많은 분의 경우, 신부가 강론 중에 사회 문제나 정치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강론 중에 잘 듣지 않거나 딴청을 피우는 신자들이 더 눈에 잘 띄는 것 같았다. 결국에는 신자들 눈높이에 맞추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후 강의 시간에는 신앙적인 주제로 바꾸어 강의했다.

강의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사회교리를 전공한 나는 “아직 신자들에게 생소한 사회교리를 선포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귀국했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열심히 강의했고 그 준비도 철저히 했다. 하지만 강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강의를 듣는 신자들의 연령층이나, 교육 정도, 관심사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인류의 참된 선을 위한 사회규범

요즘처럼 사회교리가 이슈화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된 적이 과거에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절, 대다수 신자들이 교회 안에 사회교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가톨릭 교회는 교회의 사회적인 가르침들을 통해 민주화나 인권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하여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했고 사회 복음화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펼쳤다. 당시에 많은 신자는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서 윤리적인 정당성을 발견했고, 가톨릭 교회의 도덕성은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신자가 되게 하는 복음화에 이바지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정치적인 사안이나 사회적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거부하는 신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1970~1980년대 한국 상황 안에서 가톨릭 교회의 역할은 세상을 복음화하고 변화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지만, 불과 25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 사회는 가톨릭 교회의 사회참여 활동에 대한 시각을 이전과는 달리하고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가톨릭 교회의 사회교리는 교회와 사회의 관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큰 역할을 수행해 왔다. 교회와 사회의 상호 작용은 인류의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이루어져 왔으며, 이러한 상호 연관성은 교회와 사회가 서로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음을 보여준다. 교회는 교회의 가르침을 통하여 복음의 사회적 중요성을 드러냄으로써 인간 공동체의 건설에 이바지해 왔다. 특히 19세기 말, 교회의 교도권은 당시의 절박한 사회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며 올바른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 실례로 1891년 발표된 레오 13세의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들 수 있다. 이 회칙은 19세기 말 당시 유럽 사회 안에서 사회 정치적 현실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언급한 첫 사회 회칙으로서, 당시 시대 안에서 볼 때 파격적인 문헌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521항 참조).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사회적 차원에 대한 전인적인 이해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 이해하는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Imago Dei)대로 창조된 존재로서 자신의 존엄성을 드러낸다. 또한 교회는 인간의 노동, 경제, 정치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 그리고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영역으로서 개인, 문화, 사회생활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독려한다. 결국 사회교리는 인간 사회 활동의 도덕적인 토대가 바로 개인의 인간적 발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인류의 참된 선에 부합하는 사회 활동 규범을 사회교리로 규정하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522항 참조).

교회가 제대로 사회를 복음화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진정으로 교회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의 요구와 복음적 가치가 어떻게 연결되어 사회를 변화시키고 복음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교리를 단순히 이론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사회교리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그러한 복음적 가치를 사회 안에서 실현시키고자 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평화신문, 2015년 1월 25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