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48) 평신도의 사회 생활에 대한 봉사
인간 · 문화 · 경제 · 정치에 대한 평신도의 봉사
사회 생활에서 평신도의 존재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표지인 동시에 사회 생활에 대한 봉사를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평신도의 봉사는 가정과 문화, 일이나 특수한 측면의 정치적, 경제적 영역에서 드러난다. 교회의 사회교리는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될 때 온전하게 현실화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이다. 사실, 사회교리의 신뢰성은 사회교리가 지니고 있는 내적인 일관성이나 논리성에서 비롯되기보다는 행위의 증거에서 직접 기인한다고 말할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551항 참조).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는 평신도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봉사 활동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접근한다. 인간에 대한 봉사, 문화에 대한 봉사, 경제에 대한 봉사, 정치에 대한 봉사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평신도
평신도의 사회 참여 영역 중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첫 번째 영역은 인간에 대한 봉사다. 모든 인간의 존엄을 증진하는 일은 교회와 그 안에 살아가는 평신도들이 인류 가족을 섬기도록 불림 받은 봉사의 근본 임무이며, 핵심적이고도 통합적인 임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봉사 임무가 수행되는 첫 번째 형태는 내적인 자기 쇄신을 통한 노력이다. 이는 사람에 대한 관심, 곧 그들을 형제자매처럼 사랑하는 마음의 회개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인간 존엄의 증진은 인간이 수태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침해할 수 없는 생명에 대한 권리를 확언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 존엄에 대한 존중은 인간의 종교적 차원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한다.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최상의 선 가운데 하나로 개인과 사회의 선을 진정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의 중대한 의무라고 볼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552~553항 참조).
둘째 영역은 문화에 대한 봉사다. 문화는 교회와 개별 그리스도인의 현존과 참여를 위한 특별한 영역이 돼야 한다. 신앙 생활과 일상 생활은 따로 분리될 수 없으며,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삶 전체에 걸친 중요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특히 복음에서 영감을 받은 사회, 정치, 문화를 육성하는 일은 평신도에게 중요한 영역이다. 인간의 전인적 완성과 사회 전체의 선은 문화의 근본 목표가 된다. 또한 문화의 윤리적 차원은 평신도의 사회 활동에서 가장 우선적인 것이 된다. 다시 말해 인종, 성별, 국적, 종교나 사회적 신분의 차별 없이 인간의 존엄에 부합하는 시민 문화에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곧 문화에 대한 봉사라고 말할 수 있다. 평신도는 바르고 참된 문화를 증진하기 위해 대중 매체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하며, 이러한 대중 매체는 인간 상호 간의 연대에 강력한 도구로 사용돼야 한다. 대중 매체를 운영하는 전문가들만이 윤리적 의무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 매체를 이용하는 모든 이용자도 윤리적 의무를 지닌다(「간추린 사회교리」 554~562항 참조).
셋째 영역은 경제 분야에 대한 봉사다.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경제 상황에서 평신도들은 사회교리의 원칙에 따라 행동할 필요가 있다. 평신도들은 가톨릭 교회가 강조하는 사회교리 원칙들을 사회에 알리고 그것들이 경제 활동 분야에서 받아들여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자들과 경제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 그리고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 지도자들로 하여금 현대 세계의 경제 구조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경제 문제에 대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올바른 경제 질서를 세울 수 있는 전문가들을 육성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간추린 사회교리」 563~564항 참조).
마지막 넷째 영역은 바로 정치 분야에 대한 봉사다. 평신도의 정치 참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봉사로서 평신도의 의무 중의 하나다.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매우 가치 있으면서도 어려운 일로 평가된다. 따라서 가톨릭 교회는 이러한 정치 참여의 기준으로 공동선 추구, 빈곤과 고통 상황 안에서의 정의의 추구, 자율성의 존중, 보조성의 원칙 준수, 연대를 통한 대화와 평화 증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565~574항 참조).
평신도의 사회 생활 영역에 대한 봉사는 평신도의 복음적인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영역에서 진정한 인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가톨릭 교회는 이러한 봉사 정신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개별 평신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적 삶을 현실 세계 안에 구체화하는 표징적인 삶을 살고 있다. 따라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단순히 제도 교회의 교계제도를 통해서나 일부 성직자 중심의 노력을 통해서 만이 아니라 이러한 노력을 포함한 개별 평신도의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평신도 그리스도인이 사회의 다양한 방면에서 봉사함으로써 진정한 인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평신도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평화신문, 2015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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