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정의로운 에너지 사용
핵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지난 3월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지 4년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그 영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미 후쿠시마와 그 주변 지역에는 동식물들의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머리가 둘 달린 자라가 나오는가 하면, 몇 개가 함께 붙은 토마토, 머리가 열 개나 되는 해바라기도 있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동식물보다 생애주기가 더 긴 사람에게도 돌연변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의학자들의 의견이다. 이처럼 핵발전소가 생태계에 끼치는 치명적 손상은 짧은 시간에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986년의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사건과 더불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건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한 핵발전소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핵발전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기를 좀 덜 쓰고, 핵 발전 외의 다른 방법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길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 먼저 전기 소비와 관련해 전력난의 주범이 누구인지 물어보아야 한다. 2013년 감사원의 지적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 소비는 다른 선진국(OECD 회원국)과 비교하여 절반에 미치지도 않지만, 산업용 전기는 평균 1.75배를 더 많이 쓴다. 그럼에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여 산업용 전기는 절반가량의 값으로 공급해주고 있다. 전력난의 주범은 기업인데, 어찌된 셈인지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은 절반가격으로 사용하지만 서민들은 두 배의 가격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셈이다. 그러니 싼값에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으로서는 다른 에너지를 대체하거나 개발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감사원의 지적은 누가 전기를 줄여야 하고, 누가 전기세를 더 내야하는지 분명히 보여준다. 기업이 싼값에 사용하는 전기를 줄이지 않고서는 핵발전소를 벗어날 수 없다. 더 나아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많은 나라들이 핵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줄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독일 같은 경우는 이미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였고 다른 방식의 에너지 생산을 통해서 경제적으로도 재미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런 에너지 생산이 비싸다고 되풀이하면서 오로지 위험천만한 핵발전소만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2012년에 수명이 다한 월성1호기를 10년을 연장해서 가동하기로 결정했고, 2007년에 수명이 끝난 고리1호기조차도 더 연장해서 사용하려고 한다.
결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에 싼값의 전기를 공급하고, 싼값에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핵발전소를 계속 늘려나가는 것이 우리 정부의 정책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사실상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도권을 위해, 수도권에서 400㎞나 떨어져 있는 지역에 위험천만한 핵발전소를 짓고 거기서 생산하는 전기를 송전선을 통해 수도권으로 가지고 가겠다는 발상은 지역 주민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모두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국가 재정을 낭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밀양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송전탑 문제의 핵심과 본질은 바로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지역 주민의 피해와 희생 위에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겠다는 정의롭지 못한 에너지 정책이다.
모든 일이 다 비슷비슷하겠지만, 언제나 약하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만 이래저래 손해 본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서는 언제나 가난한 사람이 힘들다. 따라서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문제와 정책 역시 인간의 존엄성과 모든 이를 위한 공동선, 그리고 정의의 원리와 연대의 원리(간추린 사회교리, 470항)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실 정의로운 사회에서만이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이 가능하다.
* 이동화 신부는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교구에서 직장노동사목을 담당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4월 5일,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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