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이상과 현실
더불어 사는 삶, 오늘날에도 실천돼야 예수 부활 대축일이 지나고 교회는 매일 미사의 제1독서로 계속해서 <사도행전>을 읽고 있다.
예수님의 승천 이후 사도들이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첫 번째 교회공동체를 건설하는 이야기이다. 유다의 빈자리를 마티아가 메우고,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이 예수님이 보여준 것과 같은 많은 표징과 기적을 일으키며, 부활하신 주님의 사도가 된 바오로의 선교활동에 대해서도 전해준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예루살렘의 첫 번째 신자 공동체의 삶과 모습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감동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루카 복음사가는 예루살렘 교회의 첫 신자들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았고, 자기 재산을 내놓고 공동으로 소유하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각자 필요한 만큼 나누어 주었으며, 바로 그런 이유로 그들 가운데 아무도 가난한 이들이 없었다(2, 44-45, 4, 32-35)고 전한다.
사도행전의 이러한 이야기가 얼마나 역사적 신빙성이 있는지 또는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공동체가 지속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초대 교회의 이러한 이상은 20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계속해서 교회 공동체의 모델로서 또한 교회 공동체의 이상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도 교회의 이러한 이상은 지금 우리에겐 불가능한 일일까? 가능하다면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사실 초대 교회처럼 모든 생활을 다 내어놓고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한다면 수도자들 말고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 동시에, 초대 교회의 이상을 지향하면서 우리의 삶과 우리 사회를 조직해낼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 삶과 사회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예로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 하나만 들자면, 소득에 비례해서 보험료를 내고 필요에 따라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소득에 비례해서 보험료를 내기에 소득의 재분배 효과가 있다. 또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어르신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전체의 사회적 연대가 아주 작은 영역에서나마 이루어지는 셈이다. 더욱이 이러한 혜택이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모든 병의원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니 사실은 모든 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 그리스도교적 이상과 가치관에서 출발해서 만들어진 정책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사도 교회의 이상을 어느 정도 실현하게 한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렇게 그리스도교적 이상과 가치에 맞는 정책을 만들고 증진하는 방식으로 우리 삶과 우리 사회를 조직해내는 일, 바로 이것이 사회교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의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에서부터 시작해서 교회는 여러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그 대부분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국가보조와 사회보장에 대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안들이 유럽의 복지정책의 윤리적 기초가 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사회교리는 그리스도교의 이상과 구체적인 정치경제 현실을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 이동화 신부는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교구에서 직장노동사목을 담당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5월 3일,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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